경쟁작 SBS ‘7인의 탈출’ 방영 영향받을 수도…반사효과 JTBC·tvN 향할지도 관심
주말 미니시리즈 시장에서 크게 뒤처져 있던 MBC는 ‘연인’을 통해 완벽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파트1과 파트2 사이에 한 달 넘게 공백이 생기면서 주말 미니시리즈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강자인 SBS 금토 드라마와 JTBC 토일 드라마, tvN 토일 드라마 등이 여전히 건재한 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라는 변수까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트2가 빨리 시작됐으면 좋겠다. 파트1보다 더 재미있고 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하다.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기 위해 파트2 방영 전까지 잠깐 시간을 갖는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정말 실망시키지 않겠다.”
‘연인’에서 주인공 이정현 역할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남궁민의 각오가 담긴 약속이다. 파트1의 충격적인 결말로 돌연 여주인공 교체설에 휘말리기도 했던 유길채 역할의 안은진 역시 “우리는 현장에서 열심히 찍었고 힘을 얻고 촬영하고 있다. 파트2는 금방 오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렇지만 한 달 넘는 공백이 메워질 지는 미지수다. MBC는 ‘연인 파트1 리와인드필름’, ‘연인 파트1 TV무비’ 등의 프로그램을 특별 편성해 대응하고 있지만 동일 시간대에 여전히 다양한 인기 드라마들이 방송되고 있어 채널을 고정시키는 데에는 어려움이 크다. SBS는 9월 15일부터 새 금토 드라마 ‘7인의 탈출’ 방송을 시작한다. JTBC는 토일 드라마 ‘힙하게’를, tvN은 ‘아라문의 검’을 방송 중이다. ‘7인의 탈출’은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 조합의 새 드라마로 기대감이 크고 ‘힙하게’는 꾸준히 7~8%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라문의 검’은 첫 회에서 5.0%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시청률 상승을 준비 중이다.
‘연인’ 입장에선 금요일과 토요일 방송일이 모두 겹치는 SBS 금토 드라마 ‘7인의 탈출’이 가장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황후의 품격’을 시작으로 시즌3까지 방송되며 엄청난 사랑을 받은 ‘펜트하우스’까지 함께 만들어낸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가 ‘7인의 탈출’로 흥행세를 이어갈 지가 벌써 방송가에서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7인의 탈출’은 엄기준, 신은경, 윤종훈 등 ‘펜트하우스’ 멤버들을 바탕으로 황정음, 이준, 이유비, 조윤희, 조재윤, 이덕화, 윤태영 등이 가세해 막강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특히 황정음이 눈길을 끈다.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이란 별명이 생겼을 만큼 작품 보는 눈이 좋아 출연작 대부분이 흥행에 크게 성공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믿보황이 김순옥 사단의 일원이 된 만큼 흥행 기대감이 더 올라갔다.
게다가 김순옥 작가 입장에서는 ‘7인의 탈출’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드라마다. 김순옥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김순옥 사단의 현지민 작가가 대본을 쓴 데다 ‘펜트하우스’의 이지아, 봉태규 등이 합류해 2023년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tvN 토일 드라마 ‘판도라 : 조작된 낙원’이 3~4%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것. 실패를 경험한 김순옥 사단의 부활을 위해 이번엔 김순옥 작가가 직접 나섰다.
정상적으로 방영된다면 ‘연인’ 파트2가 시작되는 10월 13일에 ‘7인의 탈출’은 9회가 방송된다. 17부작으로 예정된 전체 분량의 딱 중간 부분이다. 대부분의 흥행 드라마는 초·중반부에 흥행세를 타면 중반부 이후에는 시청률이 급상승기에 들어선다. ‘7인의 탈출’이 예상대로 초·중반부에 흥행몰이를 시작할 경우 9회 무렵엔 시청률 급상승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아무리 ‘연인’일지라도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는 결정적인 변수가 존재한다. 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9월 23일 개막해 10월 8일 폐막하는 터라 ‘7인의 탈출’의 방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7인의 탈출’이 방송되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 10시에 주요 경기가 생중계되면 결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MBC가 ‘연인’을 파트1과 파트2로 나눠 편성한 결정적인 이유 역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개막하는 9월 24일로 편성된 4회 방송부터 ‘7인의 탈출’은 경기 일정에 따라 자주 결방되는 등 불규칙하게 방송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중의 관심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집중될 경우 ‘7인의 탈출’은 화제몰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결국 ‘7인의 탈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파로 10월 13일까지 확실한 독주체제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연인’ 파트2가 충분히 정면승부를 벌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반대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문에 JTBC와 tvN 토일 드라마가 복병이 될 수도 있다. ‘연인’ 파트2의 두 번째 방송, 그러니까 12회가 방송되는 10월 14일에 JTBC는 새 토일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3회가 방송되고 tvN은 ‘아라문의 검’ 11회가 방송된다. ‘아라문의 검’은 12부작으로 15일 종영해 10월 21일에는 새 토일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로 ‘연인’ 파트2와 겨룬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힘쎈여자 도봉순’의 백미경 작가의 신작으로 이유미와 김정은, 김해숙 등이 출연해 JTBC 토일 드라마의 흥행세를 이어갈 기대작이다. 트롯 스타 영탁이 출연한다는 부분도 또 하나의 흥행 요소다. ‘무인도의 디바’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연 박은빈의 차기작이라 기대감이 큰 드라마다.
사실 현재 JTBC와 tvN은 다소 위기다. 주말 미니시리즈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던 JTBC는 ‘힙하게’가 ‘연인’에 밀리며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tvN은 기대작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가 3~4%대 시청률로 고전하며 어려움에 봉착했다. 현재 ‘아라문의 검’으로 반전을 시도 중인 상황이다. ‘아라문의 검’으로 흐름을 바꾼 뒤 ‘무인도의 디바’로 확실한 반등을 일궈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JTBC와 tvN 입장에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반전 카드가 될 수도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생중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드라마가 정상 편성되는데 스포츠 생중계가 아닌 드라마 시청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당시에는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주말 시간대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 결방되거나 평소보다 한두 시간 늦게 편성되면서 tvN ‘미스터 션샤인’과 JTBC ‘뭉쳐야 뜬다’ 등의 프로그램이 상당한 반사효과를 누린 바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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