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외도 논란 속 평가전 1승 3무 2패…“추구하는 전술 색채 불분명”
#국내는 외면하고 지속된 외도
클린스만 감독은 이어지는 해외 체류로 논란을 빚었다. 페루와 엘살바도르를 국내로 초청한 6월 중순 A매치 일정을 마치고 곧장 휴가를 떠났다. 휴가 기간을 종료하고 국내로 돌아와 잠깐의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출국 비행기를 탔다.
9월 A매치 일정이 재개되는 시점까지 클린스만 감독은 돌아오지 않았다. 유럽 원정 평가전이 진행되면서 감독은 현지 합류를 결정했다. 국내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차두리 코치 등과 함께 영국으로 떠났다.
9월 A매치 진행 과정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선수 소집 명단을 발표하면서 클린스만 감독이 기자회견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이어져온 국가대표팀의 절차를 거른 것이다. 감독이 해외에 체류하며 온라인 등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결국 열리지 않았다. 김준홍(김천), 김지수(브렌트포드), 이순민(광주) 등이 처음으로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에 대한 질문 등을 주고받을 기회가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외부와 소통은 꾸준히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도 외신과 인터뷰에 적극적이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등 국제적 명성을 가진 슈퍼스타들에 대해 논하는가 하면 자신이 선수시절 뛰었던 프랑스 리그의 AS 모나코 구단과 과거를 추억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클린스만 감독이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지도자도 미디어 활동에 적극 나서는 시대다. 외부에서 그렇게 한다면 국내에서도 똑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생략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장기간 해외 체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이어지자 클린스만 감독은 9월 A매치 종료 이후 선수단과 함께 귀국했다. 그 배경에는 대한축구협회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4일 귀국길에서 이뤄진 언론 인터뷰에서 "당신들이 요청해서 돌아오게 됐다"며 특유의 농담을 던지면서도 "원래 일정은 김민재가 뛰는 바이에른 뮌헨과 레버쿠젠의 경기를 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손흥민, 김민재 등은 이미 검증이 된 대표팀 핵심 자원들이다. 그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대표팀에서 탈락시킬 것인가"라며 "대표팀 감독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국내 무대에서 새로운 자원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속된 외부 활동에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의심의 눈길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영국 런던에서는 레전드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자선 경기가 열렸다. 원정 평가전을 치르는 대표팀의 훈련장이 런던으로 잡히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대회 주최 측이 예고한 참가 선수 명단에는 클린스만 감독도 포함됐다. 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는 장소는 각각 카디프와 뉴캐슬이었으나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한 런던에 훈련 캠프를 차려 일각에선 '클린스만 감독이 자선경기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결국 축구협회가 "감독이 경기에 초청은 받았으나 불참한다"고 밝혔고 경기 당일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훈련을 지휘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첫 승 신고했지만 불안한 경기력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에 비판이 따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대표팀의 경기력이다. 대표팀은 16강 진출에 성공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승리가 없다가 지난 13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첫 승을 신고했다. 첫 승 상대 사우디는 어렵지 않은 상대로 간주된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잡으며 찬사를 받았으나 당시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팀이 됐다.
사우디는 월드컵에서의 선전 직후 이어진 걸프컵에서 충격의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이후 친선전 일정에서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충격 요법으로 3000만 유로(약 428억 원)의 연봉을 투자해 명장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을 이탈리아 대표팀으로부터 데려왔으나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진 못했다.
그런 사우디를 상대로도 대표팀은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상대 실수를 틈타 넣은 1골이 득점의 전부였다. 때론 사우디에 밀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앞서 열린 웨일스전에서는 더욱 빈약한 경기력이었다. 웨일스 역시 하락세를 걷고 있는 팀이었으나 대표팀은 이들을 상대로 유효슈팅 1개에 그쳤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조심스럽지만 지금 같은 모습으로는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없다. 이 상태로는 어렵다. 아시아 내 경쟁 국가들의 레벨은 높아지고 있다"며 "대표팀은 감독이 바뀐 이후 6경기를 했다. 아직까지 어떤 색깔의 축구를 하려는지 의도가 불분명해 보인다.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팬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시안컵은 오는 2024년 1월 13일 카타르에서 열린다. 이란,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축구 강국이 모두 나선다. 오는 11월에는 중국, 태국 등을 만나는 2026 월드컵 2차 예선도 시작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대표팀은 오는 10월 튀니지와 베트남과 평가전을 치른다. 중요한 실전이 다가오는 가운데 대표팀이 얼마나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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