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설마’ 뽑히겠지 하면서 기다렸다. 그렇게 10라운드가 지나갔는데도 이름이 불리지 않더라. 11라운드 한화 순서부터 다시 선수가 호명되는데 여전히 내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108번째가 됐을 때는 절망했다. 그냥 이렇게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래프트 시작할 때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던 어머니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나중엔 눈물을 흘리시더라. 그걸 보면서 나도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15일 전화 연결이 된 변건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날의 상황을 설명했다.
“108번까지도 내 이름이 불리지 않자 어머니가 애써 눈물을 감추고 나를 위로해주셨다. 대학 가서 다시 도전하면 된다면서. 그러다 마지막인 110번째 SSG 랜더스 순서에 내 이름이 나온 것이다. 순간 어머니와 부둥켜 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마침내 프로 지명이 됐다는 안도와 기쁨,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지명된 데 대한 아쉬운 마음이 뒤엉켰던 것 같다.”
변건우는 중위권 지명을 기대했던 자신이 마지막에 호명된 이유로 올해 초 부진했던 성적과 183cm, 80kg의 다소 왜소한(?) 체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에 슬럼프에 빠지면서 스스로 조급해졌고, 마운드에 오르는 게 무서웠던 적도 있었다. 바닥을 찍고 지하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 만큼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이 조언과 격려로 나를 이끌어줬다. 특히 롯데 이태연 형과 KIA 윤영철 형의 조언이 고마웠다. (이)태연 형은 지명되기 전부터 왜 내 이름이 나오지 않느냐며 걱정했고, (윤)영철 형도 지명되자마자 장문의 문자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 드래프트 순번이 성공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말들이 큰 위안이 됐다.”
프로 1년 차이자 KIA의 선발투수로 활약 중인 윤영철은 후배 변건우에게 “성공에는 순서가 없으니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해 나가자”면서 “모르는 건 코치님들한테 물어보고 형들한테 예의바르게 잘하고, 좌절하지 말고 기죽지 말고 항상 당당하고 자신있게 하면 된다”는 말로 후배를 다독였다. 변건우는 윤영철의 문자에 “저도 조금해하지 않고 천천히 몸 만들어서 형처럼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