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거래량 추락세, NFT ‘디지털 쓰레기’ 취급…침체기 끝나더라도 알트코인 대부분 사라질 듯
최근 일요신문이 만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A 씨의 말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끝없는 침체기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유동성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2018년 붐이 일었던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하고 소위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업계 침체기)가 온 이후 두 번째 겨울이 찾아온 셈이다.
CMC(코인마켓캡)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차트를 보면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3년 1월의 CMC 기준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000조 원 정도였고, 단기 바닥을 지나 약반등해 현재는 1390조 원 수준이다. 2021년 11월 약 4000조 원에 달했던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3분의 1토막 난 셈이다.
시가총액보다 심각한 건 유동성이다.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 CMC 기준 24시간 거래량이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가상자산 전성기 CMC 기준 하루 거래량은 150조 원 이상이었지만 최근 하루 거래량은 40조 원 정도로 줄어들었다. 2019년과 비교해 최근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코인과 NFT, 디앱(DApp)이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일종의 생태계가 형성됐다’고 했지만, 거래량은 급속도로 말라가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메이저 코인은 3분의 1토막 난 정도로 그쳤지만, 알트코인 등 소위 ‘잡코인’들은 고점 대비 30분의 1토막, 100분의 1토막이 난 경우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그나마 수십 토막이 났음에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들도 있지만, 상장 폐지 이후 사업을 닫은 곳도 많다. 사실상 투자자 돈이 허공으로 날아간 상황이다.
NFT 시장은 상황이 더 끔찍하다. NFT 특성상 코인보다 거래가 쉽지 않은 탓에 거래 자체가 되지 않는 NFT가 수두룩하다. 한 NFT 투자자 B 씨는 “현재 NFT 시장에서는 가격이 10분의 1토막 나지 않으면 선방한 프로젝트라는 분위기”라면서 “가격이 없는 상태다. 디지털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팔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7월 데이터 분석 플랫폼 NFT GO(고)에 따르면 NFT 시총은 약 57억 달러(약 7조 2800억 원)를 기록하며 1년 전과 비교해 약 40%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파는 물건이 많아도 살 사람이 거의 없는 수요 종말 상태에 가까워,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차세대 디즈니’, ‘탈중앙화 디즈니’라고 불렸던 NFT 업계 최강자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ored Ape Yacht Club·BAYC)’도 최고가에서 약 10분의 1토막 난 상태다. BAYC는 2022년 4월 NFT 1개 바닥가로 152ETH(이더리움)을 기록하며 약 5억 4000만 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현재 BAYC NFT는 바닥가 25이더리움으로 약 5000만 원선에서 거래 중이다.
업계 1등이었던 BAYC가 10분의 1토막 난 만큼 다른 NFT는 더욱 심각하다. NFT 프로젝트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 달 동안 거래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유명한 프로젝트도 거래 자체가 한 달에 두세 번 일어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도 ‘NFT 시장은 끝났다’는 믿음이 확산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련 텔레그램 채널인 변창호 코인사관학교의 운영자 변창호 씨는 대부분 NFT 프로젝트가 ‘먹튀’ 이미지가 씌워진 게 가장 큰 문제라 봤다. 변창호 씨는 “NFT는 커뮤니티와 희소성을 강조하며 인기를 구가했는데, 가상자산 가격이 내려가자 NFT 업자들이 문을 닫고 숨기 시작했다. 내재가치가 있거나 운영진 능력이 있었다면 단순히 돈을 챙기고 떠나는 걸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을 것”이라면서 “명목상 생존만 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살아남아 운영 중인 프로젝트는 극소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런 상황을 투자자들도 알기에 NFT는 부정적인 인식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가격도 큰 침체를 겪고 있지만, 국내 가상자산 관련 사업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국 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시중에 돈이 마르면서, 국내 가상자산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VC(벤처캐피털)도 거의 없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A 씨는 “국내 VC나 투자자 자금이 거의 마른 상태다. 그나마 있는 자금은 성공 경험이 있는 기존 인터넷 기업에 투자될 뿐 웹3(Web3) 등 가상자산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사라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내 가상자산 기업인 클레이튼이나 위메이드의 위믹스 등에서 이미 투자를 받은 국내 기업도 운영비조차 없는 곳이 많다. 클레이튼의 기축통화인 클레이는 약 5000원에 달했던 고점에서, 현재 약 150원까지 폭락한 상황이다. 3만 원에 달했던 위믹스는 현재 약 700원까지 내려왔다. 만약 고점 가격으로 10억 원을 투자 받았다면 양쪽 다 2000만~3000만 원 수준으로 잔고가 내려간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일본이나 중동 자금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투자금이 워낙 많은 중동 자금은 유명했지만, 경직된 사회로 여겨졌던 일본은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C 씨는 “일본이 최근 가상자산 시장 투자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검색엔진은 야후를 쓰고, 메신저는 라인을 쓴다. 이런 상황을 웹3 등 가상자산 시장에서만큼은 다시 겪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로 보인다”면서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이나 제조업계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립토 윈터가 끝나긴 할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그래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다. 다만 현재 시세가 수십 토막 난 상태인 코인 가격까지 오르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변창호 씨는 “가상자산 겨울은 끝날 것이다. 과거처럼 드라마틱한 상승을 보여주진 않더라도, 1~2년 안에 끝나지 않을까 싶다”면서 “대부분 코인이 물린 사람이나 업자들이 겨울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겨울이 끝나더라도 기존의 알트코인들은 제대로 오르지 못할 것이라 본다. 신규 투자자는 신규 코인에만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C 씨도 봄이 오더라도 메이저 코인 외에는 NFT나 코인 대부분이 사라질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도 웹3에서는 많은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RWA라고 해서 채권, 부동산 등 현실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려 토큰화하기도 한다”면서 “다만 이런 기술이 발전해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과 지금 폭락해 있는 알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건 별개다. 앞으로는 코인 발행도 지금처럼 많지 않으리라 본다. 지금까지 나왔던 코인이나 NFT 등 실패작은 사라지고, 앞으로 나온 기술을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시대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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