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과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 가맹점주협의체에 따르면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간담회가 최근 열렸다. 이 간담회는 본사가 가맹사업 철수와 관련해 가맹점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로 서울과 지역에서 세 차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후 지난 9월 15일 가맹점주협의체는 본사에 가맹계약 해지 보상 관련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현재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전국 406개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가맹점 점주들에게 계약 구조를 기존의 ‘가맹계약’에서 ‘물품공급계약’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계약 구조를 변경하면 그동안 LG생활건강의 화장품만 판매할 수 있었던 가맹점은 다양한 브랜드 화장품을 본인의 매장에서 취급할 수 있게 된다.
LG생활건강은 점주들에게 보상안도 제시했다. LG생활건강은 가맹계약을 물품공급계약으로 변경하는 가맹점주에게 9개월간 매장 임대료 50%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또 이미 납부한 가맹사업비를 돌려주고 향후 2년 동안은 현재의 프로모션, 정책 운영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물품공급계약으로 변경하지 않고 폐점을 원하는 가맹점주에게는 계약서 기준에 맞춰 80% 선에서 미판매 재고 반품 환불을 해주고 3개월분의 임대료를 대신 내주기로 했다.
가맹점주 사이에선 반발이 일었다. 일방적인 가맹사업 중단에 대한 불만이 목소리가 컸다. 가맹사업 중단보다는 오히려 가맹점 활성화를 요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7월 가맹점주협의체 한 관계자는 “새로운 거래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가맹점을 유지하고 싶다는 점주들이 많다. 하지만 물품공급계약으로의 변경과 폐점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8월 중순까지 본사에 협의 중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최근 가맹점주협의체는 본사에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가맹계약을 해지하고 물품공급 계약으로 변경할 경우 2년 동안 월세 50%를 지원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가맹점주들은 미판매 재고 반품 시 100%를 환불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현재 매장의 500m 인근 올리브영에 브랜드 입점 금지 등의 내용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앞서의 가맹점주협의체 관계자는 “가맹점마다 입장이 달라 공통되는 입장을 정리해 전달했다. 예상되는 피해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LG생활건강 입장에서는 가맹점주들의 요구사항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합의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가맹사업은 실익 없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 협의체에 따르면 400여 가맹점 중 80%가 화장품 매장을 계속 운영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0%는 폐점을 계획 중인 가맹점이다. 나머지 10%는 상황을 보고 폐점을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매장이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본사 입장에서 화장품 브랜드 로드숍은 유행이 지나 언젠가는 정리해야 하는 매장이다. 가맹 철수에 시간을 끌면 브랜드 가치는 하락하고 가맹점은 구멍가게처럼 변하는 터라 서로에게 좋을 것은 없다”며 “계약 중도해지는 부적절하지만 가맹점 입장에서 끝까지 대립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결국 서로 합의점을 찾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협의체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본사에서 최종안이 나와도 한동안 진통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네이처컬렉션 가맹점주는 “물품공급계약으로 변경 후 2년 동안은 프로모션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지만 별 의미가 없다. 온라인이나 올리브영 등에 제품 공급을 하겠다는 얘기라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본사 답변이 온 이후 일부 매장은 아마 반발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가맹점주는 “협의회가 제안한 안에는 권리금 등의 내용은 빠져 있다. 본사에서 최종적으로 제시하는 임대료 지원액 등을 고려해 향후 대응 방법을 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상생 차원에서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추가로 반영하되, 현실적으로 어려운 내용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는 피드백을 명확히 드릴 예정”이라며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최종안을 공유할 예정이다. 차후에도 경영주분들과 함께 발전할 방안에 대해 지속해서 협의체와 소통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중간배당은 매각 신호탄? '미샤' 에이블씨엔씨는 지금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기업이다. IMM PE는 인수 이후 가맹점을 줄이고 할인율을 낮추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샤 가맹점은 2020년 160개에서 지난해 104개로 줄었다. 에이블씨엔씨 화장품 사업 부문 중 가맹점을 통한 매출 비중은 2021년 5.27%에서 올해 상반기 3.15%로 줄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9월 14일 에이블씨엔씨는 330억 원 규모(보통주 1주당 127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대주주가 IMM PE로 바뀐 뒤 첫 배당이다. 상반기 말 기준 에이블씨엔씨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87억 원인 점으로 미뤄볼 때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번 배당을 두고 IMM PE의 투자금 회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IMM PE는 4000억 원가량을 들여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했다. 당시 에이블씨엔씨는 대주단을 꾸리고 1630억 원의 차입 약정을 설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인수금융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해 연체 이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 일각에서는 매각 신호탄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당을 잘하면 주주들이 투자하고 그만큼 주식 가치가 올라간다.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IMM PE는 에이블씨엔씨 매각을 상시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매각이 마냥 쉽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단체관광은 허용됐지만 중국 경기가 좋지 않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도 타격이 있어 매각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매각 관련 아직 가시화된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