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치유의숲 사태, 책임 회피·제 식구 감싸기 식
- A단장 "서로 양보하고 없던 일로 조용히 하자"
- "2년 계약 문제없고, 벌목한 것도 잘못이 없다"
- 전 녹지과장 "위탁운영 업체선정 특혜 없었다"
[일요신문] 경북 포항시 푸른도시사업단의 업무 행태가 책임 회피와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운영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내연산 치유의숲' 대표의 갑질 횡포와 비리(일요신문 8월 30일자 "포항 '내연산 치유의숲' 위탁 운영…'엉터리' 폭로 이어져" 제하 기사 참조)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태 해결에 나선 푸른도시사업단 A단장의 무책임하고 위선적 행동이 비난을 받고 있다. A단장은 "내연산 치유의숲 운영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문제가 있으면 관련자는 엄중히 조치하고, 위탁업체에 위반사항이 있으면 계약해지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A단장은 사태가 불거지고 나흘 만에 '내연산 치유의숲'을 방문해 산림치유지도사와 간담회 자리에서 "지나간 일이니 서로 한 발씩 양보하고 없던 일로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다. 최근에는 녹지과장과 팀장이 "오 대표와 타협해 계속 일을 할 것"을 권유했으나, 산림치유지도사들은 오 대표와 엄 주무관과는 같이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들 녹지직 공무원들은 소수직렬 공무원으로 선·후배간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면서 잘못은 감춰주는 끈끈한 녹지직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자신들만을 위한 일에는 열심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그 뒤 순서라는 것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녹지직 카르텔은 의심해 볼만하다. 전임 과장과 국장이 저지른 일에 대해 퇴직했고, 자리를 옮겼으니 조용히 넘어가면 안되겠느냐는 식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탁업체 직원을 7급 상당 공무원으로 채용해 자신이 관련된 업체의 업무를 지도·관리하게 했다는 것. 시민들의 혈세 46억원을 들여 시설을 하고 매년 1억원에 가까운 운영비를 지원하는 공공사업 현장의 실태다.
많은 청소년들이 9급 공무원 한번 해보려고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학원을 다니고, 고시원에서 몇 년을 고생해도 될까 말까 한 공무원을 엄 주무관은 위탁업체에서 1년도 되지 않아 포항시청 7급 상당 공무원이 됐다. 누구를 통해 어떠한 배경으로 공무원으로 채용됐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된다.
당시 B녹지과장은 "특별한 친분 관계는 없고 포항시에서 대구한의대에 치유의숲 프로그램 용역 의뢰했을 때 용역수행자다. 업무관계로 처음 만났다. 그런데 우연으로 이들의 업체가 '내연산 치유의숲' 위탁운영을 맡게 됐고 특혜를 준 것은 없다. 그리고 엄 주무관이 녹지과 임기제 공무원이 된 것도 알지 못했다. 본인이 알아서 했지 우리가 추천하거나 그런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B과장의 해명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위탁업체 '울림'오 대표와 7급 공무원 엄 주무관은 2019년 포항시 녹지과에서 치유의숲 프로그램 개발을 대구한의대에 의뢰했을 때, 학생 신분으로 용역수행에 참여한 자들이다. 그리고 2020년 이들은 '울림'이라는 산림치유전문업체를 설립해 2021년 포항시 녹지과에서 모집한 '내연산 치유의숲' 위탁업체로 선정됐다. 우연치고는 대단한 우연이다.
포항시는 이번 사태를 녹지과 자체적으로 조사토록 했다는 것도 문제다. 녹지직 공무원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데, 어떻게 정확한 조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를 담당한 팀장은 직전까지 이 업무를 직접 담당한 C팀장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더 수상한 것은 사건이 불거지고 한참이 지났지만 지금도 '내연산 치유의숲' 입구 현판에는 엄 산림치유지도사 명찰이 제일 앞에 있다. 엄 주무관의 전용 자리와 업무용 컴퓨터도 그대로 있다. 그리고 이달 직원 급여명세서도 엄 주무관 이메일로 왔다는 것이다.
포항시는 위탁업체 대표의 갑질 횡포에다 계약과 임기제 공무원 채용 등 심각한 사태가 눈에 보이는데도 그냥 그렇게 넘어가려는 모양이다. 예산은 1년치 뿐인데 위탁운영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예산 없이 2년을 계약한 곳은 '내연산 치유의숲'이 유일하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내연산 치유의숲' 데크공원 부근 계곡에 약 20미터 높이의 굴참나무 한 그루를 '울림' 오 대표가 올 4월경 절차 없이 잘랐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오 대표가 나무는 좋은데 본인이 개인 활터를 조성하려하니 중간에 가린다면서 직접 잘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푸른도시사업단 A단장은 "예산이 없어도 2년 아니라, 5년을 계약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리고 굴참나무는 건물이 가리고 가지가 부러져 벌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단 벌목이라도 산림법 규정에 잘못이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단장은 벌목 현장이 어디인지 가보지도 않았고, 위치도 몰랐다. 그 곳은 건물이 없는 데크공원 부근 계곡이다.
내연산은 유구한 역사와 천혜의 자연숲을 자랑하는 시립공원이다. 특히 치유의숲은 자연을 이용해 시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나무를 사랑하고 숲을 지켜야 할 자들이 개인사유로 무단 벌목을 했다는 것. 그리고 A단장은 무단 벌목이 법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했다.
포항시 녹지과에서 담당하는 이와 유사한 사업장이 많다. 철저한 전수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의 책임 소재를 철저히 파악해 인사조치, 계약해지 등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하고 사법당국은 이 사태를 심각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영조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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