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보상과 인·허가 지연 등으로 투자비 증가…여야 ‘보급 촉진·활성화 특별법안’ 발의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저렴한 편이다.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106.8달러/MWh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35번째로 높다. 요금이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로 1MWh당 518.3달러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도 95.3달러/MWh로 OECD 가입국 중 33번째로 높다.
문제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전력 구매 비용보다 더 저렴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전이 발전소에서 사들인 전력을 가정·산업용으로 판매한 전기요금의 평균단가는 122.8원/kWh로 집계됐다. 전력거래소의 ‘2022년도 전력시장 통계’에 따르면 한전 전기요금 평균단가보다 낮은 정산단가를 기록한 에너지는 원자력(52.48원/kWh)이 유일했다. 가장 높은 단가를 기록한 에너지는 유류(Oil)로 299.78원/kWh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개의 발전회사와 민간발전회사, 구역전기사업자가 전력을 만들고 공급하지만 도매로 산 전력을 소매로 판매하는 역할은 한전이 도맡고 있다. 즉 정부가 전기 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전기요금은 국민 체감경기와 밀접하게 닿아 있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만 보이면 부정 여론이 들끓는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전기요금을 한 차례밖에 올리지 못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원자재 가격보다 저렴하다 보니 그 부담을 온전히 한전이 떠안고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물론 전기요금만 올리면 국민 부담이 클 수밖에 없으므로 미국이나 유럽처럼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풍력 정산단가도 전기요금보다 높다. 현재 풍력 정산단가는 191.48원/kWh로 전기요금 평균단가보다 70원가량 높다. 풍력업계에서는 주민 수용성 문제 탓에 전력 단가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풍력발전 사업을 희망하는 업체들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고 사업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이해관계에 얽혀 있지 않는 이들이 주민들을 이용해 보상금을 받아 내려 한다는 주장이 적잖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풍력발전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면 인근 관할구청에 민원이 상당히 들어가는데, 브로커와 연계된 것이 많다”며 “담당 공무원들이 이런 민원들을 우리더러 직접 해결하라고 하는 탓에 당초 책정했던 예산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민원을 해결해도 다음 숙제가 산적해 있다. 발전사업 허가 후 환경영향평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등 개별법에서 정한 개발행위 허가를 모두 개별 사업자가 직접 관할 행정청에서 받아야 착공이 가능하다. 신속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이유다.
업계에서는 그 중에서도 환경영향평가가 가장 난제라고 하소연한다.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 중인 한 사업자는 “발전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많아 현장에서는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가 환경영향평가 통과의 관건이라고 말할 정도”라며 “평가위원들이 대부분 환경단체 소속이기에 그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풍력 가격 효율은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육상풍력(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는 0.033달러/kWh로 집계됐다. 해상풍력 LCOE는 0.081달러/kWh로 나타났다. LCOE는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kWh)당 소모되는 비용으로 투자비, 운전유지비, 연료비, 탄소배출비용, 해체 및 폐기물 관리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다. LCOE가 낮을수록 경제적임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육상풍력은 2010년 대비 69%, 해상풍력은 59% 낮아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풍력 LCOE는 0.118달러/kWh로 나타났다. 2010년 세계 육상풍력 LCOE가 0.107달러/kWh였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풍력 LCOE는 2010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앞의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민 수용성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풍력발전 사업 인·허가 체계를 간소화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사업자가 입지 선정부터 착공, 풍력 단지까지 과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에서는 이미 ‘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안’, ‘해상풍력 보급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 발의됐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입지를 발굴하고 주민·어업인 수용성이 확보된 환경친화적인 풍력발전 보급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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