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지주사 대표 오르고 장남 신사업 중책 맡아…성장 동력 발굴과 승계 발판 마련 과제로
지난 9월 14일 삼양내츄럴스는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비전 선포식’을 열고 그룹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라고 변경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와 문화예술 기반의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 두 축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그룹을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등 라면이 이끌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변화의 모색하고 있는 삼양라운드스퀘어 내에서 김정수 부회장과 전병우 부문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8월 31일 김정수 부회장은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에 새로 선임됐다. 당초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를 맡고 있던 장재성 전 삼양식품 대표는 사임했다. 현재 김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삼양식품에서도 대표와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삼양라운드스퀘어 이사회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최대주주면서 이사회 멤버가 아니었다면 책임경영과 거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지주사 이사회에 들어왔다는 것은 지주회사나 자회사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갖고 실행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동시에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부문장도 경영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4일 전 부문장은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선포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전 부문장은 “100년 전 햄버거, 30년 전 에너지 음료, 70년 전 라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새로운 식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을 두 축으로 삼아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먼저 고민해 식품의 새 패러다임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우 부문장은 삼양라운드스퀘어에서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는 동시에 삼양식품에서 전략운영본부장(CSO)과 삼양애니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전 부문장은 또 삼양스퀘어밀(옛 삼양냉동)의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삼양라운드힐(옛 삼양목장)과 삼양스퀘어팩(옛 삼양프루웰) 사내이사직에는 올해 중임됐다.
전 부문장이 이사회에 참여 중인 회사들은 그룹의 신사업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우선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신사업을 발굴하고 운영한다. 최근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산하에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기반 맞춤형 식품 등 신사업 관련 연구를 진행할 중앙연구소를 설치했다. 삼양애니는 삼양식품 불닭 IP(지식재산권)를 바탕으로 콘텐츠 마케팅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최근 삼양애니는 사업목적에 ‘브랜드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의 권리 및 라이센스업’을 추가했다. 삼양라운드힐은 대관령 목장 등에서 웰니스(웰빙과 건강을 뜻하는 피트니스의 합성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현재 그룹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핵심 계열사인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면스낵 부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96%를 차지했다. 면스낵 부문 수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316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415억 원으로 8% 증가했다. 수출 호조세에 삼양식품은 1643억 원을 투자해 밀양에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밀양 제1공장을 가동한 지 약 1년 만이다. 하지만 라면 외에 성장 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그룹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그룹이 사업다각화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삼양그룹은 대관령 삼양목장을 운영하는 삼양라운드힐을 보유하고 있다. 삼양라운드힐은 젖소를 사육하며 우유를 생산하고 목장과 연계된 관광 사업을 펼친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삼양라운드힐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5억 9460만 원으로 2021년(9630만 원) 대비 517% 늘었다.
삼양식품은 올해 유제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삼양식품은 프리미엄 유가공 브랜드를 론칭하고 첫 번째 제품인 ‘오르닉 유기농 아이슬란딕 요거트’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냉동 가정간편식(HMR) 전문 브랜드 ‘프레즌트(FREZNT)’를 론칭하며 냉동 간편식 사업에도 진출했다. 올해 상반기 삼양식품의 유제품과 기능성식품 매출액은 18억 원, 냉동 사업부 매출은 210억 원이다. 아직 회사 전체 매출(5309억 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새롭게 진출 계획을 밝힌 사업의 성과는 일단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을 토대로 사업에 많이 뛰어들지만 마이크로바이옴도 연구 장벽이 낮지는 않다. 실제 제품화를 하고 얼마나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는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삼양은 과거 신제품 개발이나 제품 다양성 측면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뒤떨어지는 감이 있었다”며 “푸드케어 제품은 시장 전망은 좋지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전략적으로 타깃 설정을 해야 승산이 있을 듯하다”라고 내다봤다.
모자가 협력해 성과를 보여줘야 향후 승계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아직 전병우 부문장은 만 29세(1994년생)로 경영권을 승계하기에는 이른 나이다. 입사 시기도 오래되지 않았다. 전 부문장은 2019년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하지만 별 탈 없는 승계를 위해서는 뚜렷한 경영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전 부문장이 이끄는 삼양애니는 지난해 약 7억 54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김정수 대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새롭게 수립된 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임됐다”며 “과학 기반의 식품 기술 연구는 물론 소비자에 대한 창의적 탐구를 병행해 식품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한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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