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로보틱스에 210억 원 투자…“산업 접근성 고려” 승계구도 균형 맞추기 관측엔 선그어
한화로보틱스는 (주)한화가 FA사업부 내 협동로봇과 AGV(무인운반차) 사업을 분리해 독립하는 신설법인이다. (주)한화가 현물출자(현금 이외의 자산을 법인에 출자하는 방식)를 통해 지분 68%를 확보하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현금 210억 원을 투입해 지분 32%를 가져가는 조인트벤처(JV) 구조다.
(주)한화는 2022년 초 AGV 로봇센터를 신설하고, 로봇 프로그램 설계 전문가로 알려진 서종휘 (주)한화 모멘텀 부문 상무를 AGV 로봇센터장으로 영입하는 등 그간 로봇 사업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왔다. 지난 1월 미국 로봇회사 고스트로보틱스의 한국법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한화그룹 사무실에서 진행한 4족보행 로봇 단독 시연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이 공을 들이는 로봇사업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참여한 것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에 힘을 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김동선 전무에게 유통 외 뚜렷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없다고 판단해 신사업인 로봇사업을 이끌어보라는 의미에서 위임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동선 전무가 담당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백화점)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호텔)는 국내 동종업계에서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1271억 원으로 전년 동기(1319억 원) 대비 3.8% 줄었다. 영업이익은 40억 원으로 전년 동기(36억 원) 대비 11.1% 증가했지만, 1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백화점업계 3강으로 꼽히는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과 비교해 규모면에서도 격차가 벌어진다. 한화갤러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5327억 원, 영업이익은 373억 원이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매출만 2조 8398억 원을 기록했으며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매출만 2조 5982억 원을 달성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2019년 마이너스(–)251억 원 △2020년 –952억 원 △2021년 –521억 원을 기록하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동선 전무는 2021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경영에 참여하면서 급식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방산·태양광·항공우주 등 그룹 주력 계열사를 맡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과 금융 부문을 담당하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각자 분야에서 사업성과를 보이며 경영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2011년 원재료비 상승과 물류비 부담으로 영업손실(3285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 5조 5685원, 영업이익은 3501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케미칼 부문은 지난해 매출 5조 9092억 원으로 전년(5조 3640억 원) 대비 10.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889억 원으로 전년(1조 468억 원) 대비 43.7% 감소했다. 김동원 사장이 지휘하고 있는 한화생명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은 33조 7013억 원으로 전년(27조 1736억 원) 대비 24.02% 증가했다. 같은 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7143억 원으로 전년(1조 3520억 원) 대비 47.2%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7972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2위에 올랐다.
김승연 회장이 형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매출 규모가 작은 김동선 전무를 챙긴 것이란 견해도 있다. 그러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유통이라는) 산업 접근성을 고려해 로봇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승계구도 균형 때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유통업계가 로봇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 입장에 대해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로봇사업에 투자해 본인들의 사업 역량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로봇사업 추진을 두고 추후 경영권 승계에 대비한 재원 마련의 포석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미래 유망사업인 로봇사업의 지분 확보를 통해 승계 과정에서 김동선 전무의 몫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유통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주)한화가 지분을 구주매출(대주주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하면 한화로보틱스 최대주주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통상 구주매출은 양수인 입장에서 지분 참여, 주식 투자 등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화그룹은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가 각각 방산·에너지, 금융, 유통 사업을 승계하는 구도를 구축해놓은 상태”라며 “촉망받는 로봇사업을 김동선 전무가 맡게 된 건 김승연 회장이 ‘막내아들 챙기는 것’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로봇사업이 (주)한화에서 신설법인으로 분리되고 주가 급락 등 여파가 있어 (주)한화 주주들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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