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상품 예약 작년보다 6배 늘어…무허가 여행사·바가지요금 등 단속 예정
중추절 기간 여행사들이 출시한 국내 상품의 예약 건수는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6배 늘었다. 해외여행의 경우 무려 20배가량 뛰었다. 호텔, 관광지 입장권, 렌터카 등 여행 관련 분야의 예약은 역대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정도다. 국내외 항공권 역시 마찬가지다.
여행업계 및 당국 등이 내놓은 데이터를 종합하면 국내 인기 여행지 1위는 베이징이다. 그 뒤를 상하이, 청두, 항저우, 광저우, 시안, 충칭 등이 이었다. 항저우는 그동안 10위권에 들지 못했는데 아시안게임 개최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항저우로 가는 항공권과 호텔 예약은 2022년 대비 각각 5배, 8배 증가했다. 항저우행 국제 항공권 예약은 8배 늘어 아시안게임이 해외 관광객 유치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저우뿐 아니라 주변 도시 호텔 예약도 2022년에 비해 3~5배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행객이 크게 줄었던 우한 역시 2022년보다 여행 상품 예약량이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 인기 국가는 태국,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영국 순이다. 그동안 줄곧 1위를 달렸던 한국은 한 단계 순위가 내려갔다. 이는 9월 13일 태국이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5개월 무비자 정책을 발표한 것과 연관이 있다. 그 이후 태국 상품 여행 예약은 800% 증가했다. 중추절 이후인 4분기에도 태국 여행 열기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무비자 소식 이후 여행업계는 태국 상품 준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추절 전체 여행객 중 해외로 가는 비율은 23%다. 앞서의 인기 여행국가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여행이 증가한 게 눈길을 모은다. 여행업체들이 이 지역을 대상으로 내놓은 중추절 상품은 모두 매진됐다.
중국 당국은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 고무적인 반응이다. 관련 부처, 여행업계는 보다 다양한 여행 패키지 상품 개발, 교통·숙박 등의 원활한 예약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생활 방식과 소비 개념이 다양해졌다. 기존의 관광지 투어로는 이런 수요를 맞출 수 없다. 음식, 음악, 동영상, 축제 등 여행객들이 원하는 상품들을 준비해 이런 열기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관광지와 도시들이 중추절 기간 콘서트, 특산물 축제, 운동 대회 등을 개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자위관시는 10월 2일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마라톤 리그를 연다. 참가자들이 몰렸고, 자위관시 관련 여행 상품은 2022년보다 6배 늘었다. 항공권 예약은 3배, 호텔 예약은 7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선 ‘공연 여행’ 인기가 높다. 각 도시에서 열리는 공연을 따라 여행하는 패키지도 불티나게 팔렸다. 음악 페스티벌 대부분은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서 열린다. 웨이팡, 취징, 퉁런 등 음악제를 여는 2·3선 도시들의 여행 관련 예약은 평균 5배 증가했다.
음악제에 참가한 뒤 ‘도장’을 찍는, 이른바 ‘스탬프 투어’도 이번 중추절의 트렌드 중 하나다. 음악제 인근 호텔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공연 여행 외에도 크루즈, 사막 여행 등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여행 상품이다. 크루즈와 사막 여행 모두 고가의 상품이 오히려 먼저 매진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행연구원 관계자는 “음악제 여행 등은 단순히 축제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음악제가 열리는 관광지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하고, 숨은 명소 등이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색적인 체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추절 연휴 예약의 또 다른 특징은 가족 여행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전체 여행객 중 50.3%가 가족인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치다. 가장 선호하는 교통을 조사하는 설문에서 자가용이 1위를 차지한 것도 가족여행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국에선 차량이 몰릴 것을 대비해 비상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주요 관광지와 명승지의 주차 공간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전기충전소를 임시로 설치하고, 정비인력도 곳곳에 배치할 예정이다.
당국은 숙박업소들의 바가지요금 단속도 나섰다. 실제 일부 호텔들이 예고 없이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의 민원과 불만이 쏟아졌다. 시안의 한 호텔은 악의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문화관광 감독부서 관계자는 “펜션, 호텔, 요식업 등의 사업자가 성실하게 신용을 지키도록 할 것이다. 시장가격 조작, 가격 담합, 계약 파기 등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치창관광그룹의 마레이 회장은 “새로운 여행 형식, 공간, 테마 투어 등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인기가 많다. 여행업체들로선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도 하다”면서 “대도시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지만, 반대로 1·2선 도시의 주민들이 소규모 관광지를 찾아 많은 소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 관계자는 “여행객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오락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면서 “무허가 여행사, 터무니없는 저가 여행에 대한 특별 검사를 실시할 것이다. 또한 강제 쇼핑, 상인 및 택시기사들의 바가지요금도 단속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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