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토미 존 수술’ 이어 두 번째 수술에 우려…‘대체 아닌 보강’ 새로운 방식이면 회복 빠를 수도
그러나 아무리 ‘괴물’ 오타니라도 투타겸업은 그만큼 몸에 부담이 가기 마련이다. 8월 24일 팔꿈치 인대가 손상된 것이 확인돼 투수로서 시즌을 접었고, 옆구리 부상까지 겹치면서 9월 5일 이후 타자로서도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9월 20일에는 수술대에 올랐다. 오타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오늘 아침 일찍 수술을 받았는데 잘 끝났다”며 “더욱 강한 모습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수술에 ‘안도’ ‘우려’
9월 20일 오전, 일본 내 모든 지상파 TV 방송이 오타니의 수술 소식을 일제히 알렸다. NHK에 따르면 “오타니 선수가 로스앤젤레스 시내 병원에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오타니는 5년 전인 2018년 시즌에도 팔꿈치 부상을 당해 ‘토미 존 수술(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정확히 어떤 수술인지 공개되지 않았으나 투타겸업을 계속하기 위해 수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의 에이전트인 네즈 발레로는 “최종 결정과 수술은 큰 그림 속에 내려졌다”며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고 2024년에는 타자로, 2025년에는 투수로도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감에 눈물이 날 것 같다” “돌아오는 날을 기대한다” 등등 오타니를 응원하는 일본 팬들의 댓글이 쇄도했다. 반면, 이번 수술이 두 번째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일반적으로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은 재활 성공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본 토미 존 수술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후루시마 고조 박사는 오타니의 인대 손상과 관련해 “휴식 부족으로 근육에 피로가 쌓인 것 같다. 피곤하면 근육의 성능이 떨어지고 인대에 걸리는 부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속 160km의 강속구, 비중이 늘어난 스위퍼도 팔꿈치에 무리를 준다”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올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맹활약하며 일본의 우승을 이끌었다. 대회 MVP(최우수선수)도 오타니의 몫이었다. 이후 쉴 새 없이 메이저리그 시즌에 돌입,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최고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피로가 서서히 몸을 잠식해갔다. 일각에서는 “에인절스가 오타니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이를 의식해선지 에인절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오타니와 3년 동안 좋은 시즌을 보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부상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오타니의 부상이 구단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오타니는 올해 에인절스와의 계약이 종료돼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할 가능성이 크다. 전무후무한 이도류 활약을 펼쳐 역대 FA 시장 최고의 몸값이 예상됐던 터다. 그러나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종료함에 따라 FA시장에서 받을 대우에도 다소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야구계의 혁명 ‘토미 존 수술’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은 팔꿈치 인대를 부상 당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법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토미 존 수술이다. 1974년 LA다저스의 투수 토미 존 선수가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고 성공적으로 재기한 데서 이름이 비롯됐다.
수술은 팔꿈치에 구멍을 내 손상된 인대 대신 손목 부근의 굵은 힘줄인 장장근을 이식하는 방식이다. 손목 힘줄이 수술에 적합하지 않을 때는 무릎 뒤쪽의 힘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팔꿈치 인대가 고장난 투수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그대로 은퇴해야만 했다. 하지만, 토미 존이 수술로 재기에 성공하면서 이후 많은 투수들이 제2의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반면 재활 과정이 평균 18개월가량으로 길고, 과정 또한 힘들어서 재기에 실패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
‘PRP(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주사’라는 요법도 있다.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추출한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을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토미 존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빠르지만, 부상이 클 경우 완치가 어렵다. 보통은 팔꿈치 인대가 일부 손상된 선수들이 수술을 피하기 위해서 선택한다.
9월 초 오타니가 수술할지, 주사 치료법을 택할지를 두고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대체로 일본 언론들은 “오타니가 이도류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술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첫 번째 토미 존 수술의 성공확률은 80%에 이르지만, 두 번째의 경우는 50%다. 이 때문에 투수들이 두 번째 수술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신시내티 레즈의 티제이 안톤 선수는 2021년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했다. 2년이 지났건만 아직 마이너리그에 있다. 이와 관련, 스포츠의학 전문가 마미즈카 나오타카는 “두 번째 수술 후 복귀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치다. 집도의 기술이 올라가 두 번째 수술이라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토미 존 수술이 아니다?
한편, 오타니가 받은 수술이 토미 존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수술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후루시마 고조 박사는 에이전트가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완전히 인대가 끊어진 게 아니므로 원래라면 수술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부담이 더해지면 끊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강하는 형태로 수술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장기적으로 이도류를 계속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건물로 말하면 내진 보강을 한 것과 같다.
요컨대 손상된 인대를 다른 힘줄로 대체하는 토미 존 수술과 달리, 손상된 인대를 내부 부목으로 고정시켜 재건 강화하는 방식이다. 인대의 자연스러운 치유를 유도하고, 회복 속도도 6개월에서 9개월로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의 수술을 담당한 닐 엘라트라체 박사는 “오타니와 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은 건강한 인대를 제자리에서 보강함과 동시에 팔꿈치가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독자적 기능이 가능한 조직을 붙이는 것이었다”며 “완벽하게 회복돼 내년 개막전에 아무 제한 없이 타자로 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2025년에는 투수와 타자로 모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루시마 박사는 “새로운 형태의 수술이라면 내년 봄경에는 캐치볼 훈련 재개가 가능하며 2025년에는 투타겸업으로 복귀하는 것도 타당해 보인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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