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실상 방치, 신세계·롯데도 혜택 축소…거래량 대폭 줄고 가격 폭락 “향후 전망 비관적”
특히 국내 NFT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내 NFT는 대체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 올려져 있는데, 기본 거래 통화인 클레이가 폭락하면서 더 큰 하락을 맞았다. NFT가 활발히 발행되던 2022년 1월에 비해 클레이가 10분의 1로 폭락했다. 똑같은 100클레이 가격이라고 하더라도 가치가 10분의 1로 줄어들게 됐다.
NFT 시장 침체기를 맞아 국내 대기업 NFT 현황을 짚어봤다. 대기업 NFT도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가장 먼저 NFT 시장에 선을 보인 건 현대자동차다. 2022년 4월 현대차는 메타콩즈와 협업해 ‘현대×메타콩즈 컬래버레이션 NFT’ 30개를 발행해 개당 1이더리움에 판매했다. 여기에 추가로 2022년 5월 메타모빌리티 유니버스라는 콘셉트로 NFT를 발행했다.
발행 당시 현대차는 ‘NFT 소유자를 위한 전용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고 트위터 및 디스코드 채널에서 실시간 소통하며 지속적인 혜택을 제공해 NFT 자산가치를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말과 달리 2023년이 되면서 별다른 이벤트나 혜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OpenSea)를 보면 30개만 발행한 현대 메타콩즈 NFT는 마지막 거래가 2022년 5월에 일어났다. 30개 보유자 가운데 판매를 위해 올려둔 NFT도 없어 가격 변화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만 개를 발행한 메타모빌리티 NFT 거래는 이보다 잦다. 가장 최근 거래가 지난 9월 16일에 일어났다. 그러나 가격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발행 초기 약 0.2이더리움 정도였던 가치는 현재 0.02~0.03이더리움 정도로 폭락했다. 현대차 NFT를 사도 별다른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 NFT 홈페이지조차 현재 접속이 안 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NFT를 버렸다거나 하지는 않고, 커뮤니티는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대규모 행사나 혜택은 없지만 홀더들에게 소규모 행사는 제공하고 있는 걸로 안다. 당분간 새로운 NFT를 발행하거나 대규모 행사를 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보다 더 적극적으로 NFT 시장에 뛰어든 건 B2C 기업 특성상 소비자와 접점이 잦은 유통업계였다. 신세계와 롯데가 경쟁하듯 NFT를 발행했다. 2022년 6월 신세계백화점은 대표 캐릭터 푸빌라를 활용해 NFT를 출시했다. 푸빌라는 1만 개를 출시했는데 미스틱 20개, 레전더리 100개, 에픽 500개, 레어 1000개, 언커먼 2500개, 커먼 5880개로 나뉜다. 푸빌라 NFT는 1초 만에 완판됐고, 최고 등급인 미스틱 등급 NFT가 3000만 원에 팔리기도 하는 등 국내 NFT 시장 희망으로 눈길을 모았다.
특히 푸빌라 NFT 홀더만 입장할 수 있는 2022년 10월 열린 파티는 역대 가장 알찬 구성이었다는 후기가 많았다. 당시 파티에 참석했던 푸빌라 NFT 홀더 A 씨는 “여러 파티를 가봤지만, 케이터링 식음료가 가장 좋았다. 식음료나 주류 구성이 매우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푸빌라 NFT는 백화점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기존 NFT와 달랐다. 미스틱 등급의 NFT 소유자는 매달 신세계백화점에서 퍼스트라운지 입장 5회, 발레주차 제공, 20% 사은 참여권 3매, 멤버스바 커피 쿠폰 3매, F&B 3만 원 식사권 2매가 제공됐다. 하지만 푸빌라도 침체기를 피해 갈 수 없었다.
2023년 5월 푸빌라 NFT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혜택 조정에 나섰다. 사은 참여권 20%가 폐지되면서 10%로 통일됐다. 식사권도 1만 원 할인권으로 변경됐다. 푸빌라 측은 ‘2차 수수료가 급격하게 적어져 프로젝트 지속을 담보하기 어려워 조정이 불가피했다. 추후 더 이상의 혜택 조정은 없다’고 말했다. 조정 이후 푸빌라 NFT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1년 전에 비해 대략 4~6토막 난 상황이라고 한다.
푸빌라가 말한 2차 수수료는 오픈씨를 통해 NFT가 거래될 때마다 프로젝트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뜻한다. NFT는 발행 이후 별다른 수입원이 없었는데, 이를 오픈씨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통해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NFT 시장이 침체기를 맞아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있어 2차 수수료가 급감했다. 최근 대부분 NFT 프로젝트의 문제다.
푸빌라 NFT를 보유한 B 씨는 “2차 수수료가 급감한 걸 보면 프로젝트 측 말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혜택이 너무 줄면서 NFT 가격도 폭락했다. 예를 들어 푸빌라 NFT를 보유해서 10% 할인을 받는 게 큰 의미가 없다. 10% 정도 혜택은 백화점 행사로 꽤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라면서 “NFT 보유자 중에서 추첨을 통해 SSG 랜더스 스카이박스 좌석 티켓을 주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그런 행사도 몇 달째 사라졌다. 혜택이 없다 보니 NFT 커뮤니티도 잘 안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최근 신세계그룹 대규모 인사로 수장이 바뀌면서 계획이 확정된 바는 없다. 곧 새로운 행사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추가적인 혜택 조정은 없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2022년 8월 롯데홈쇼핑을 통해 벨리곰 캐릭터를 활용한 NFT를 발행했다. 롯데는 벨리곰 NFT를 활용해 푸빌라와 비슷한 혜택을 제공했다. 벨리곰 NFT는 롯데 계열 호텔(롯데 시그니엘, L7 등) 숙박 할인, 홀더(NFT 5개 이상 보유)를 위한 한정판 피규어 선물, 전용 라이브커머스 할인쿠폰 등과 함께 등급에 따라 롯데월드 패스권, 숙박권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롯데 벨리곰 NFT도 1초 만에 완판됐다.
롯데 벨리곰은 2023년 2월 홀더 파티에서부터 뒷말이 나왔다. 벨리곰은 롯데월드를 대관해 파티를 진행했다. 롯데월드 대관은 2016년 블리자드 대관 이후 7년 만이라고 한다. 그런데 벨리곰 파티에서는 푸빌라 NFT 파티를 보며 기대했던 식음료가 없었다고 한다. 행사에 약 5000명을 초청했지만 준비된 건 핫식스 1000개뿐이었다고 한다.
당시 벨리곰 NFT 파티에 참석한 C 씨는 “푸빌라 파티를 생각하며 많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굶고 갔는데 핫식스밖에 없었다. 그나마 나는 핫식스를 마셨는데, 뒤에 보니 핫식스가 없다고 난리였다”면서 “벨리곰 NFT 홀더만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파티인 줄 알았는데 다른 업체들도 많이 와 있어서 상당히 복잡했다. 행사 자체 내용도 별로 없고 운영도 미숙했다”고 비판했다.
롯데 벨리곰도 2023년 2월 25일 리브랜딩을 발표하며 혜택 조정에 나섰다. 리브랜딩 이후 홀더가 벨리곰 NFT를 한 달간 스테이킹(예치)하고, 그 보상으로 지급되는 ‘젤리’를 통해 쿠폰을 구입해야 혜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보유자들은 혜택 발급에 조건이 붙자 사실상 혜택이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국내 대기업 NFT 시장은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보다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NFT 투자자들의 시선이다. 푸빌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NFT를 보유한 A 씨는 “대기업 NFT라고 하면, 손실이 조금 나더라도 최소한 혜택을 준다고 약속한 기간은 채웠어야 한다고 본다. 그 전에 혜택을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신뢰가 무너졌다”면서 “앞으로 대기업에서 NFT를 발행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믿고 살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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