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즈 서울의 변화와 주요 거래
지난 9월 6일 두 번째 막을 올린 프리즈 서울은 지난해보다 아시아와 한국 갤러리의 수를 늘렸다. 특이할 점은 인기 작가의 작품을 전면에 세우기보다 갤러리의 작가를 고루 소개하기 위해 작품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컬렉터와 주요 관계자의 방문이 크게 늘어나며 아시아 미술시장의 주요 허브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이어졌으며, 프리즈 서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키아프 역시 외국 갤러리와 관객이 늘어났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판매된 작품 중 최고가로 알려진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붉은 신의 호박’(Pumpkin of the Red God)이다. 데이비드 즈워너의 관계자를 통해 580만 달러(약 77억 원)에 한국 고객에게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외 기관과 컬렉터를 대상으로 외국 갤러리는 외국 블루칩 작가들의 회화와 조각을 대부분 억대부터 10억 원대, 한국 블루칩 작가의 작품은 억대에 판매했다. 일부 외국계 톱티어 갤러리들은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아트페어의 사전 판매
아트바젤이나 프리즈 같은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은 아트페어가 열리기 전 작품을 판매하거나 최소한 예약 판매한 상태로 참여한다. 부스비와 작품 운송비, 항공비와 체류비, 파티나 디너 주최비용 등 막대한 참여비용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익을 내야 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고가의 작품 구매를 예약하거나 대기 중인 컬렉터가 아트페어에서 직접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아트페어가 다양한 대륙과 국가, 도시에서 개최되는 이유는 해당 지역 컬렉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갤러리가 컬렉터에게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추천하기도 하지만, 컬렉터가 관심을 둔 작가와 특정 작품을 갤러리의 대기 명단에 올리고 기다리는 경우도 많으며, 지역별로 선호 작가와 그 작품군이 다른 경우도 많다. 팬데믹 이후 실제로 본 적 없는 작가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지만, 고가의 작품은 여전히 실물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아트페어는 동시대 미술을 대변하지 않는다
아트페어는 동시대미술을 대변하는 장이 결코 아니다. 비물질적인 작품, 심지어 작가조차 판매를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한 작품도 출품되지만, 대부분 회화나 드로잉처럼 거래가 수월한 평면 작품을 소개하고, 조각과 설치의 경우 대규모 설치와 맥락 중 일부만 분리해 소개하기도 한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다”고 외치듯, 대부분의 갤러리는 아트페어에 대표 작가의 주요 작품을 고루 소개한다. 100곳이 넘는 작은 ‘편집샵’을 둘러보면 천편일률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갤러리의 작가군을 살펴보고, 여러 갤러리가 동시에 서울에서 소개하는 작가군을 발견하고 동향을 파악할 수 있지만, 아트페어에서는 다른 방식을 취하는 부스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솔로 부스를 통해 한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갤러리, 시각과 주제에서 변주를 통해 색다른 부스를 보여주는 갤러리가 늘어나고, 주최 측에서 주요 갤러리 섹션 외에 퍼포먼스나 설치를 소개하는 섹션과 프로그램을 늘린다면, 아트페어가 시장적 측면 외에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면을 일부나마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미술시장의 이목이 한국과 서울에 관심이 집중된 데에는 프리즈 서울의 영향력과 역할이 컸다. 물론 같은 기간 패션위크와 블록체인 관련 행사가 개최되며 다양한 산업계와의 연계 행사가 진행된 점도 한몫했다. 프리즈 서울이 한국과 서울의 지역성을 모두 포괄하고 보여줄 수도, 그럴 의무도 없다. 서울이 홍콩과 견줄 만한 아시아 미술시장의 대표 허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프리즈 서울이 이후 3년간 의무 개최 후에도 지속적으로 개최하려는 계획과 서울 지점을 운영하는 외국 갤러리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키아프 역시 프리즈의 반사이익을 입기도 했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격차가 컸다. 키아프는 화랑협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온 변별력 문제를 개선해 좋은 갤러리를 엄선해 공신력 있는 한국 대표 아트페어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외국계 아트페어와 갤러리가 외국 작가의 작품을 대거 한국 컬렉터에게 소개하면서 한국 갤러리나 작가의 설 자리가 크게 줄었다고 하지만, 역으로 한국 작가를 세계 미술계에 소개할 기회도 많이 늘어났다. 당장의 판매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작가의 육성과 아트페어가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경민은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 근무했고, ‘월간미술’의 기자로 활동했다. 2015년부터 미팅룸의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국내외 미술시장 주체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매체와 기관을 통해 글을 기고하고 강의한다. 최근 작품 유통을 중심으로 한 미술시장 너머 기술과 주체가 다변화된 미술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K-ARTMARKET)의 편집위원을 역임하고(2020~2022), 국제 온라인 컨퍼런스 ‘2021 KAMA 컨퍼런스’ ‘미술시장과 온라인: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를 공동기획했다. 공저로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선드리프레스, 2021), ‘크래시-기술·속도·미술시장을 읽는 열 시간’(일민미술관, 미디어버스, 2023)이 있다.
이경민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