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콘셉트와 19금 대화로 편당 수백만 조회수 기록…TV스타들 MZ세대와 소통 ‘윈윈’
#여성 연예인들도 두각
한때 TV 예능은 ‘토크쇼’의 시대를 살았다. ‘쟈니윤 쇼’ ‘주병진 쇼’ ‘이홍렬 쇼’ 등 당대를 주름잡은 MC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진행했다. 그리고 숱한 스타들이 이곳에 출연해 속내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토크쇼는 밀려났다. 토크쇼의 주요 축은 ‘대화’다. 모든 이야기를 말로 풀고 귀로 듣는다. 이는 영상, 즉 눈을 통한 자극에 익숙한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각종 자극적인 설정들이 난무하는 리얼 예능 앞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그러나 토크쇼가 유튜브를 기반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재석, 신동엽, 탁재훈 등 ‘국민 MC’라 불리는 이들이 유튜브에서 토크쇼를 론칭하고 각자의 개성을 살린 진행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유재석은 소속사 안테나가 만든 유튜브 채널 뜬뜬에서 ‘핑계고’라는 제목의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왜 ‘핑계고’일까. 말하기 좋아하는 유재석이 이런 저런 핑계로 지인이나 화제의 인물을 초대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다. 그래서 ‘가정의 달은 핑계고’, ‘여름휴가는 핑계고’등이 소제목을 붙인다. 지석진, 하하, 송지효, 광희 등 평소 그와 친분이 두터운 이들이 등장하니 유재석의 어깨가 한결 가볍다. 카메라 앞이 아니라 사석에서 나눌 법한 이야기가 오간다. 편당 조회수는 200만 회 안팎이다. 웬만한 TV 예능 하이라이트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신동엽은 8월말 ‘짠한형 신동엽’ 채널을 열었다. 그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지인들이 나섰다. 이효리, 하지원, 이경영 등이 등장했고, 채널 개설 한 달 만에 50만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모았다. 편당 조회수는 300만~500만 회 수준이다.
이외에도 ‘악마의 재능’을 가졌다고 불리는 방송인 겸 가수 탁재훈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의 구독자는 130만 명이고, 성시경의 채널 ‘성시경’은 157만 명에 이른다. 탁재훈이 게스트를 취조실에 불러 궁금한 점을 묻는 ‘노빠꾸 탁재훈’과 성시경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러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 코너 ‘먹을텐데’는 기본적으로 토크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성 연예인들이 유튜브 토크쇼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MZ세대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래퍼 이영지가 진행하는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의 구독자는 333만 명에 이르고, 이에 앞서 ‘제시의 쇼!터뷰’ ‘선미의 쇼!터뷰’ ‘조현아의 목요일 밤’ 등이 등장했다. TV에서는 토크쇼를 진행하는 MC로서 ‘아직 이르다’고 평가를 받을 법한 여성 연예인들이 각자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이 채널들은 기존 토크쇼의 형식을 깨면서 경쟁이 치열한 유튜브 시장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왜 유튜브인가
토크쇼는 차별화하기 쉽지 않은 콘텐츠다. ‘MC가 게스트를 불러 대화를 나눈다’는 기본 틀을 흔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번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스타를 게스트로 앉히긴 쉽지 않다. 통상 신작이 공개되는 등 ‘홍보거리’가 있을 때 출연하다 보니 진정성도 부족하다.
하지만 유튜브 토크쇼는 다르다. 뚜렷한 목적성이 없다. 유재석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게스트를 부르지만, 그냥 지인들이 커피숍에서 떠들듯 시시콜콜한 잡담을 늘어놓는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유재석이 과거 ‘조동아리’라는 모임을 만들어 커피를 마시며 쉴 새 없이 떠들었다는 모습 그대로다.
신동엽의 콘셉트는 더 뚜렷하다. 그는 연예계 주당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짠한형 신동엽’은 술을 마시며 진행하는 토크쇼다. 술잔을 부딪칠 때 나는 소리인 ‘짠’을 제목에 활용했다. 이야기가 무르익을수록, 술이 오를수록 대화의 수위도 올라가고 더 속 깊은 곳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이경영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체로 연기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화제를 모았다.
탁재훈의 ‘노빠꾸 탁재훈’은 어떤가. 평소 그의 캐릭터를 한껏 활용해 ‘19금’을 넘나드는 대화가 오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게스트는 여성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 외에도 육감적 몸매를 가진 여성이나 성인 화보 모델도 등장한다.
이처럼 유튜브 토크쇼는 확실한 콘셉트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TV 토크쇼에서는 다가서기 힘든 영역이다. 각종 방송법에 기반한 심의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수위 높은 대화가 오가며 대중의 오감을 자극한다.
TV를 통해 다져진 인지도를 가진 스타들이 평소 TV에서 보여주지 않던 대화를 가감없이 보여주니 자연스럽게 조회수는 상승한다. 각 스타들 입장에서는 유튜브를 선호하는 MZ세대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어필할 기회를 얻게 된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활용한 ‘윈윈’ 전략인 셈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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