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6순위·17순위 지명…조 “KIA 우승 보고 팬 돼” 육 “강백호 직접 보고 꿈 키워”
강릉고 선수들 중 드래프트장에 초청된 선수는 투수 조대현과 육청명이었다. 이들 중 제일 먼저 이름이 불린 선수는 조대현이다. 조대현은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KIA 타이거즈 지명을 받았다. KIA가 부산고 원상현과 강릉고 조대현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KIA의 선택은 조대현이었다. 육청명은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육청명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앞자리에 앉아 있던 조대현은 크게 기뻐하며 육청명에게 축하를 보냈다. 강릉고의 원투펀치가 신인드래프트 1, 2라운드에 나란히 지명된 건 학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지난 9월 23일 전국체전을 앞두고 훈련 중인 강릉고에서 조대현, 육청명을 만났다. 조대현은 원래 장충고에 재학 중이었다. 그러나 1학년에 황준서(한화 1라운드 전체 1순위), 육선엽(삼성 1라운드 전체 4순위), 김윤하(키움 1라운드 전체 9순위) 등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고민 끝에 서울을 떠나 강릉고로 전학을 결정했다. 조대현은 키 193cm, 90kg으로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시속 152km의 강속구가 매력적인 우완 투수다.
육청명도 중학교까지 서울의 선린중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서울에 있는 야구 명문 고등학교의 문을 노크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진로 고민 중에 아버지 지인의 권유로 강릉고 최재호 감독을 만났고, 최 감독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육청명은 강릉고에 진학하게 된다. 강릉고에서 육청명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공을 뿌리며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한 팔색조 투수로 성장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야구를 위해 집을 떠나 강릉으로 ‘유학’을 갔다는 것이다.
#드래프트 지명장에서 생긴 일
TV로만 지켜봤던 신인드래프트 현장을 초청장을 받고 참석하는 선수가 됐을 때 조대현과 육청명은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고 한다. 조대현의 이야기다.
“강릉고 선수로 다른 선수들보다 이름이 빨리 불리길 바랐다. 그런 기다림 가운데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님이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단상으로 올라가 유니폼을 입고 단장님이 단추를 채워주시는데 진짜 떨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단장님이 악수가 아닌 포옹으로 따뜻하게 받아주셨다. 마이크를 들고 소감을 말하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미리 준비하긴 했지만 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육청명은 1라운드에 호명된 조대현이 KIA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이미 예상했던 지명 순서였지만 조대현이 소감을 말하는 장면에선 자신도 같이 떨었다고 말한다.
“드래프트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크게 떨리지 않았는데 지명이 시작되니까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 가운데 (조)대현이가 KIA에 지명됐고 단상에서 소감을 말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평소보다 대현이가 말을 잘한 걸로 기억한다.”
KIA 유니폼을 입고 자리에 앉은 조대현은 친구 육청명이 언제,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육청명은 2라운드 전체 17순위에 KT 지명을 받았다. 육청명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앞에 앉아 있던 조대현은 뒤를 돌아 육청명을 부둥켜안고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KIA, KT는 나의 운명!
조대현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7년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야구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다.
“당시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KIA 팬, 옆 반 선생님은 두산 팬이셨다. KIA가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옆 반 선생님 한테 “야구는 KIA죠”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원래 좋아하는 팀이 없었는데 그 해 KIA가 멋지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KIA를 응원하게 됐다.”
육청명은 선린중학교 시절 KT 위즈파크에서 볼보이를 하며 강백호와 캐치볼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볼보이의 자격으로 KT 위즈파크를 방문했는데 야구장이 정말 크고 좋았다. 그때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당시 몸을 풀고 있던 강백호 선배님이 나한테 다가와서 캐치볼을 하겠느냐며 말을 걸어주셨다. 덕분에 중학생이 프로 선수랑 캐치볼을 하는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굉장히 신기했고, 강백호 선배님께 정말 감사했다. 그때는 이렇게 ‘선배님’이라고 부를 줄 몰랐는데 이제 KT 선수가 됐으니 강백호 선수한테 자신 있게 선배님이라고 부를 수 있게 돼 기쁘다.”
조대현은 내년 시즌부터 KT에서 뛸 육청명을 향해 “KT는 젊은 선수들도 많고 야구를 세련되게 잘하는 팀”이라고 설명했고, 육청명은 KIA의 조대현에게 “KIA는 전통이 있는 팀으로 잘 짜인 전력을 자랑한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조대현이 한마디 덧붙인다.
“내 친구 (육)청명이는 즉시전력감으로 경기 운영이나 타자를 상대하는 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빨리 1군 마운드에 오를 것 같다.”
조대현의 칭찬에 얼굴을 붉힌 육청명은 “(조)대현이는 강속구 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어 프로 2, 3년 차부터는 선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거듭된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고교 시절 두 선수의 성장에는 우여곡절의 스토리가 있다. 육청명은 2학년 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주로 불펜 투수로 등판해 시속 148km의 공으로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졌고, 시즌 통산 50.1이닝 평균자책점 1.80, 볼과 삼진 비율이 4 대 55였다. 그러나 시즌 마칠 무렵 팔꿈치 통증으로 더 이상 공을 던지기 어려웠다. 이후 병원에서 팔꿈치의 웃자란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받았다. 프로로 향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팔꿈치 수술을 받은 육청명으로선 재활 기간 내내 자신과 싸움을 벌이며 힘든 훈련을 소화해냈다.
“처음 수술 판정을 받았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수술 이후 뼈가 잘 붙지 않아 복귀 시기가 계속 뒤로 밀렸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전국대회에서 이전의 모습을 보여줘야 스카우트들이 수술 후 건강하게 복귀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육청명은 팔꿈치 수술 8개월 만에 후반기 주말리그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직구 구속이 145km/h까지 찍혔다. 오랫동안 자신을 옥죄었던 답답함이 조금씩 풀리는 순간이었다.
조대현은 육청명이 수술 받기 전까지만 해도 마운드보다 벤치에 머문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육청명이 수술로 전력에서 제외되자 선발로 나가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때마다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조대현은 이 상황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3학년 때 좋은 모습을 보인 건 다행이었지만 다른 선수들과 달리 2학년 때 성적이 좋지 않아 신경이 쓰였다. 3학년 때 처음으로 풀타임 출전을 했고, 전반기에 많은 걸 쏟아붓다 보니 후반기에 조금 체력이 떨어진 듯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던 터라 후반기 등판할 때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그때 느꼈던 막막함이 떠오른다.”
전국체전을 마치면 강릉고 야구부와 인연은 마무리된다. 이후 각자의 프로팀 마무리 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프로 입문을 앞두고 육청명은 “힘든 일이 있어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다짐을 전했고, 조대현은 “실력이 정체되거나 슬럼프가 와도 좌절하지 않고 이겨낼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 야구의 미래로 성장할 두 선수의 성공을 기원한다.
강릉=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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