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코스피 상단 2700선 전망…내년 성장 기대감 있지만 글로벌 경제 둔화가 걸림돌
#통화정책 긴축, 글로벌 소비 위축
증권사들의 올 4분기 코스피 전망은 하단 2400 초반, 상단 2700 중반이다. 지난 8월 기록했던 올해 고점 2688을 넘어설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4분기 증시는 보통 그 다음해 경제 전망을 반영한다.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는 올해 1.4~1.5%, 내년은 2.1~2.4%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4분기에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해는 2013년, 2017년, 2020년 딱 3차례로 다음해 경제성장률이 전년보다 낮지 않았다. 내년 성장률도 올해보다 높아진다면 증시도 낙관할 수 있을까.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만큼 성장한다면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의 -0.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0.8% 이후 2000년도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치가 된다. 내년 2.4%라는 수치는 기저 효과를 감안할 때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가 극도로 부진했던 그 다음 해였던 2010년과 2021년에는 성장률이 각각 6.8%, 4.8%에 달한다. 이 두 해 코스피도 22%, 3.6% 상승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기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코스피200 기업의 내년 순이익은 160조 원 이상으로 90조 원대로 예상되는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주력 기업들은 대외무역 비중이 높다. 글로벌 경제 전망이 밝아야 제품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이익 가시성도 뚜렷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미국과 중국은 올해 2.2%, 5.1%에서 내년 1.3%, 4.6%로 낮아진다. 전세계 성장률 전망도 올해 3.0%에서 내년 2.7%로 둔화될 전망이다.
2010년, 2021년과 달리 최근 중앙은행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산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이는 수요 감소와 무역 퇴조로 이어진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이 최근 발표한 ‘세계무역모니터’ 자료를 보면 7월 세계 무역량은 전년 동월대비 3.2% 줄었다. 6월(2.4%)보다 감소폭도 컸고 코로나19 대유행이 강타했던 2020년 8월 이후 가장 빠른 감소세다. 세계 최대 상품 수출국인 중국은 연간 1.5%, 유로존과 미국도 각각 2.5%, 0.6%씩 뒷걸음질쳤다.
#과도한 빚 문제가 발목 잡나
국내 최대 산업인 반도체를 대표하고 코스피200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 두 회사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9조 5000억 원, 마이너스(-) 7조 8000억 원이다. 현재 주가 기준 주가순이익비율(PER)은 삼성전자가 43배나 된다. 적자인 SK하이닉스의 값은 측정 불가다. 둘의 내년 이익 전망은 각각 31조 3600억 원, 5조 3700억 원이다. 이 값으로 PER을 추정하면 13.2배 15.8배다. 내년 실적이 예상을 크게 웃돌지 못하면 주가가 더 오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익이 크게 오르지 못한다면 금리가 하락해야 주가가 오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5.5% 이상으로 올리면 달러 강세로 원화 자산의 상대적인 매력은 낮아지게 된다. 원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상승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수익률은 높아지고 기업들의 금융 비용은 더 커져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은 꽤 높다. 금리는 물가에 따라 움직인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유가다. 각각 비(非)석유 경제로의 전환과 전쟁 수행을 위해 재정수입이 절실한 늘어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지속적인 감산으로 고유가를 유지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고유가로 고물가가 지속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명분이 약해진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경제주체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와 수요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101.7%와 120.9%로 각각 2위(1위 캐나다), 3위(1위 중국, 2위 프랑스)다. 가계와 기업을 합한 민간 부채는 226%로 중국(228%)에 이은 2위다. 금리 수준(10년 만기 국채)은 10개국 평균보다 높다. 국내은행의 잔액기준 대출금리는 10년래 최고치를 매월 경신하고 있다. 빚 부담이 가계소득과 기업이익을 훼손해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한국은행은 특별한 정책대응이 없다면 가계부채가 향후 3년간 매년 4~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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