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혐의 소명” 판단
본재판에 앞서 ‘하루’ 만에 혐의 전체에 대해 큰 맥락의 판단을 받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인 탓에, 검찰은 구체적인 증거를 모두 제시하며 법원을 설득하려 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한 것이 가장 가벼운 혐의로 꼽히는 위증교사 지점이었다. 백현동 개발사업이나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위증교사를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적시했다. 다만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툼의 여지를 인정했다.
특히 진술을 바꾸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에 대해서는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를 고려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혐의를 고려할 때 ‘일부 의심은 간다’고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화영 진술 "본재판서 다툴 영역"
구속영장 발부 사유의 핵심 포인트인 증거인멸 이슈는 검찰의 완패였다. 검찰은 이화영 전 부지사를 향한 진술 짜맞추기 등 여러 사안을 제시하며 법원에 ‘증거인멸 가능성과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배척했다. 어느 정도 확보된 검찰의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증거인멸이 어렵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적시했다.
검찰이 물고 늘어진 대북송금에 대해서는 검찰의 주장에 ‘의심이 든다’면서도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해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적시했다.
특히 이화영 전 부지사의 엇갈리는 진술에 대해서는 본재판에서 ‘다툴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이라며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를 놓고 영장을 발부하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사안을 심리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를 종합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재명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 추석 이후 불구속 기소 가능성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이 됐지만 증거인멸 우려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은 증거인멸을 현실적으로 했다는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검찰의 반발이다.
영장 기각의 핵심 근거가 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에 대해서는 “대북송금 관련 이 대표의 개입을 인정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근거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영장 기각 결정 이후 만난 취재진에게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과정일 뿐이고, 이번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결정 내용은 ‘죄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그간 절차에 따라 공정히 수사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석 이후,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이미 한 차례 영장청구 결과를 받아든 상황에서 추가적인 영장 청구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법원 안팎 “야당 대표 문장 적시 아쉬워”
법원 안팎에서는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야당의 대표라는 점을 영장 기각 사유로 언급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장전담 판사를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는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판사들이 새기고 있는 문장”이라며 “다만 재판부가 정당의 현직 대표이기에 증거인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추정에 가까운 판단이기에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이재명 대표)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에서 설명했다. 야당의 대표가 아니라 일반 국민이었다면 ‘추가되지 않았을 문장’이라는 비판이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를 길고 상세하게 설명한 것을 보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알 것 같다. 본재판에서 다퉈야 한다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야당 대표이기에 증거인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은 누군가에게 부족한 근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형 로펌의 한 대표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나 사기꾼 일당이 수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건으로 그 밑에 직원들이 20여 명이 넘게 구속된 상황에서 수괴가 혐의를 부인하고 말을 맞추려 한 증거가 있다면 곧바로 영장을 내주는 게 법원인데, 야당 대표라는 이유를 기각 사유에 넣은 것은 입법부의 힘을 고려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전문] 이재명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1. 피의자명 : 이재명
2. 피의죄명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3. 결과 : 기각
① 혐의 소명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② 증거인멸의 염려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담당법관 :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