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 사건에 대해 부분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했음과 동시에, ‘증거 인멸 가능성’에 대해서도 “직접 증거 부족하고 혐의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재명 대표는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없다는 자신의 주장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 셈이 됐고, 검찰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법부의 판단은 앞으로의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급속도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확고해졌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검찰이 구체적인 증거 없이 자신을 박해했다는 이재명 대표 자신의 주장이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어 여권과 검찰을 향해 ‘눈치 볼 것 없는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둘째, 일반 국민은 이재명 대표가 ‘죄가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하더라도 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국민들은 영장 기각을 ‘죄가 없음’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상황은 그동안 이 대표를 짓누르고 있던 사법리스크가 감소됐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그래서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보폭은 매우 넓어지게 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민주당 내부의 상황은 급변할 수밖에 없다. 일단 비명들의 입지가 급속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가 당장 비명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공세를 강화했을 경우 즉, 비명계에 대해 ‘찍어내기’를 할 경우 적지 않은 수의 비명계가 탈당 혹은 분당을 감행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 총선은 3당 혹은 4당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져 민주당 선거 승리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친명들은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떨어져 나간 국민의당이 호남을 휩쓸었음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대여 공세, 대 검찰 공세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당 밖 강성 친명 지지자들이다. 민주당에 대한 이들의 입김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입장은 당장이라도 체포동의안에 대해 가결 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고 당에서 축출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당 지도부와 친명계 의원들이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결국 이들 강성 지지층들의 요구 때문에 비명계들은 당내에서 매우 어려운 처지로 몰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비명계의 당에 대한 주인의식이다. 비명계는 대부분 과거 친노 인사 혹은 친문 인사로 구성돼 있어, 이들은 자신들이야말로 민주당의 적통을 이어받은 ‘당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평상시’라면 이들은, 상대방이 당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 ‘평상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즉,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공천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누가 당의 주인인가’하는 부분보다, 정치생명 연장일 수밖에 없다. 만일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위태롭다고 판단할 경우, 이들은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어쨌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은 또 하나의 정치적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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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