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훔치는 도둑들은 차라리 단순하다. 피해도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영혼을 훔치는 가짜 성직자들의 피해는 치명적이다. 그들의 마수에 걸리면 알맹이는 실종되고 껍데기만 남는다. 표에 급급한 정치권은 선거 때만 되면 고위 성직자들과 만나 기도하고 합장도 한다. 정치인들이 절절 매는 고위 성직자들은 이미 특권계급이다. 세금도 면제된다. 수사기관도 함부로 그들을 다루지 못한다. 그들은 성역이다.
변호사를 하면서 많은 성직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분쟁에 개입하다보면 저절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었다. 진짜는 세상 밖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있는 영혼의 산을 오르려는 수도자들이었다. 그들은 남들의 위에 올라 군림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다스리려고 애썼다. 입 싼 말로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
몇 년 전 열 가구만 사는 작은 섬에 갔었다. 소박한 시골교회가 있었다. 늙은 목사가 세 명의 시골노인에게 전하는 복음은 수십만 앞에서 하는 서울 대형교회의 설교에 뒤지지 않았다. 방 하나 부엌 하나인 불일암에 기거하던 법정스님을 좋아했다. 무소유부터 시작해서 그가 쓴 책들은 모두 읽었다. 읽는 정도가 아니라 밑줄을 치고 모두 암기했다. 산골짜기 암자의 적막한 뒷방에서도 세상의 빛이 되는 진리를 설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맑고 향기로운 삶은 그대로 전해졌다. 일본 남쪽의 한 작은 도시에서 한 일본인 목사를 만났다. 허름한 건물의 이층을 빌려 팔년째 교회를 하고 있었다. 스스로 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교회를 꾸려가고 있었다. 신도가 딱 한 명인데 노숙자라고 했다. 예배 때마다 한 명의 노숙자 신도를 앞에 놓고 설교를 해왔다고 했다. 어떤 때는 노숙자가 앞에서 끄덕끄덕 졸 때면 이렇게 성직자 노릇을 계속해야 하나 회의에 빠져 고민했다고 한다. 혼자 좁은 길을 걸어가는 그는 훌륭한 성직자였다. 부처는 왕자의 자리를 스스로 버리고 가난을 선택했다. 탁발을 해서 먹었다. 예수 역시 가난했다. 여우도 굴이 있고 새도 둥지가 있지만 자신은 머리 둘 곳 하나 없다고 했다. 성직자는 자기를 부인하고 그 길을 따라야 한다.
스스로의 의지로 가난을 선택해야 한다. 그건 가난이 아니고 청빈이다. 존경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종교계 지도자들 중에서 돈과 권력에 오염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둠속에서 빛을 찾는 선량한 사람들의 영혼마저 더럽힌다. 자신들이 구원의 길을 가지 않고 남들도 못 가게 한다. 그들은 맛을 잃은 소금이다. 솎아내야 한다.
변호사 엄상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