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5일 애국주의연대 회원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독도는 우리땅’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임준선 기자 |
# 한일통화교환 재검토→되레 수출 경쟁력 ‘업’
한일통화교환이 재검토된다고 해도 시장에 미칠 영향은 당장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약 700억 달러 규모인 한일 통화교환이 170억 달러 규모로 줄어든다고 해도 3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와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등 다자간 통화협력 등을 감안할 때 웬만한 외화유출 사태에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외환보유고 가운데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규모가 1000억 달러 수준이고, 단기간 급격한 외환유출이 발생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지난 2008년에도 외환보유고가 2000억 달러를 넘었지만, 짧은 기간 달러가 집중 유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은 적이 있다. 하지만 2008년에도 환율 급등이 장시간 지속되지 않았고, 오히려 환율이 높아진다면 증시 근간을 이루고 있는 수출주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K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예를 들어 이제 막 살아나려는 일본 자동차 업체 등에 원화약세에 따른 상대적 엔화강세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예전처럼 한국과 일본 제품 간에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경우 일본 제품이 입을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국채매입 계획 철회→안 하면 그뿐…
일본이 가진 또 하나의 카드인 국채매입 프로그램 철회도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일본의 한국 상장채권 투자금액은 겨우 5053억 원에 불과하다. 또 일본이 우리 국채를 매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근 유럽이나 중국 등 전세계적으로 한국 국채의 인기는 높다. 일본이 안 산다고 해도 그뿐인 셈이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최근 세계적 추세는 외환보유고 다변화인데, 재정적으로 안정된 데다 금리의 절대수준까지 높아 한국 국채의 인기가 많다”면서 “최근 원화강세 추세는 한국 국채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는 환차익 기회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일본이 우리 국채를 사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 사무라이본드 발행 차질→있을 수도
통화교환이나 국채 관련 보복은 별 영향이 없겠지만, 우리 기업들이 해외 자금 조달원 가운데 하나인 사무라이 본드(일본의 채권시장에서 외국 정부나 각 기업이 발행하는 엔화표시채권) 발행에는 차질이 있을 수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금리가 낮은 나라 중 하나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사무라이본드 발행 잔고는 2700억 엔(약 3조 9000억 원)에 달한다. 2010년 1713억 엔이던 발행액이 2011년 3701억 엔으로 급증했고, 올 들어서는 7월까지 벌써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73% 수준에 도달했다.
따라서 반한 감정으로 일본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 기업들은 좀 더 불리한 조건에서 외화를 조달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채권발행은 시장에서 이뤄지는 데다, 철저한 수익 중심이다. 국민감정 때문에 일본 투자자들이 수익 기회를 포기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본에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Y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때문에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게 일본 투자자들의 현실”이라며 “한국 채권과 같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의 투자를 이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 첨단 부품공급 중단→가능성 거의 없어
일본이 가진 경제보복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것은 한국에 대한 첨단 부품 수출을 규제하는 것이다. 전자 자동차 등 우리 주력 수출제품들은 아직도 핵심부품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일본이 이들 핵심부품 수출을 막는다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양국이 실제 전쟁 상황에 들어가지 않는 한 ‘제로(0)’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Y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에게는 한국도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에 첨단부품을 수출해 얻는 이익이 상당하다. 우리나라가 유독 일본에게만큼은 무역수지 적자를 보이는 점은 그 반증”이라며 “따라서 한국에 대한 첨단부품 수출을 막게 되면 우리만큼이나 일본이 입을 타격도 크므로 거의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다.
▲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한류 아이돌 카라. |
최근 한일 간 갈등은 그 골이 깊어지는 동시에 장기화 조짐이 뚜렷하다. 이는 일본 내 반한 감정을 자극해 한국과 관련된 제품의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류 관련 문화 콘텐츠와 관광이 대표적이다. 실제 한일 외교 갈등이 불거진 직후 일본에서는 한류 드라마의 방송이 연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갈등이 길어지면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의 발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관계자는 “한류 시장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남미 등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가장 수익성이 좋은 곳은 일본과 중국이다. 특히 일본은 세계 2위의 음반시장에서 문화 관련 소비자들의 구매력에 있어 중국을 압도한다”며 “한일 갈등이 오래 지속돼 반한 감정이 커진다면 최대 해외시장인 일본에서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으로서는 실질적으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일본도 이 점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경제 보복책보다는 망언 등 비경제적 도발에 집중하는 이유”라면서 “결국 한일 갈등이 경제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한일 간 경제구조는 양국의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서로에 모두 득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