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전 대표 “괜찮은 일자리 1만 개 확보” 자찬 불구 질 낮은 곳 많아‧‧‧재단 “하반기에 우수기업 선별해 정보 제공 예정”
채이배 전 대표는 2022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9개월간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를 역임했다. 채 전 대표는 9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도일자리재단에서 9개월간 일하면서 가장 큰 성과는 괜찮은 일자리 정보를 확보한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고 9월 14일에는 “1만 개 일자리 확보”라며 자신을 경제‧일자리 전문가라고 표현했다.
채 전 대표는 경기도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대기업 협력업체 구인정보를 우리 구인구직 시스템에 올려 1만 개 일자리를 확보하려 했고, 지금까지 9800개 달성했다. 단순히 구인 채용 정보를 긁어서 소개하는 게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선별된 일자리를 연결'했다는 게 공이라면 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 전 대표가 언급한 '우리 구인구직시스템'은 경기도일자리플랫폼 ‘잡아바’ 내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을 의미한다. 재단의 언론 업무를 담당하는 혁신전략팀장도 채 전 대표의 성과 중 하나로 1만 개의 일자리 확보를 언급할 만큼 재단에서는 이 사업을 성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본지가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의 일자리 정보를 살펴본 결과, 채이배 전 대표와 재단의 설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잡아바 홈페이지에 따르면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은 대기업 협력사, 금융사‧정부기관 추천 기업 등 경기도 내 각 기관의 추천 일자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채용 정보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보관은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잡아바 추천 채용관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참 괜찮은 중소기업 △IBK 기업은행에서 운영하는 I-one jop △KB국민은행 전국 지점을 통해 발굴되거나 제휴기관을 통해 확보된 KB굿잡 △LG협력사의 채용정보 △삼성전자 협력사의 채용정보 △현대차그룹 협력사 채용정보 등이 추천 채용관으로 나뉘어 있다.
잡아바 추천 채용관에 등재된 채용공고는 9월 20일 기준 49개, 참 괜찮은 중소기업은 874개, 기업은행은 176개, KB굿잡은 3421개, LG협력사 207개, 삼성전자협력사 1367개, 현대차협력사 1426개로 7520개다.
이 중 경기도일자리재단에 등록된 일자리는 ‘잡아바 추천 채용관’뿐이다. 나머지 중소기업부, 기업은행, 국민은행, LG, 삼성, 현대차 관련 정보는 모두 외부 채용사이트인 사람인, 잡코리아, KB굿잡 등으로 연결된다. API방식의 링크만 걸려 있는 것이다. 기존 채용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채용정보를 잡아바에 연결한 걸 두고 성과라고 표현한 셈이다.
만약 성과라고 한다면 경기도만의 독창적인 채용정보가 있거나 다수의 도민이 잡아바를 방문해 정보를 얻어가야 한다. 하지만 재단에 따르면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의 1개월(8월 20일~9월 19일) 페이지뷰 수는 5만 7186뷰에 불과했다. 기존 채용사이트들이 억 단위의 페이지뷰를 찍는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결과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괜찮은 일자리”의 상태였다.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의 채용정보들 중 상당수가 질 좋은 일자리로 보기 어려웠다. 주 40시간 풀타임 근무자를 구하며 최저임금을 주는 곳이 수두룩했다. 계약직 학습지 방문교사를 구하며 1800만 원 연봉을 제시하는 업체, 실버택배, 보험 텔레마케터, 카드사 텔레마케터, 화물기사, 격일제 보안 직원 등의 채용 공고들이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에 수두룩했다.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 소개에는 '경기도 내'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돼 있지만 경기도 외의 일자리가 과반수는 돼 보였다. 충청, 강원, 전라, 경상 지방의 저임금 일자리들이 많았고, 특히 부산 지역 채용정보가 많았는데 부산 동래구에서 주 6일 근무, 연봉 1400만 원 이하의 요양보호사를 구하는 채용정보도 있었다.
삼성전자 협력사, 현대차 협력사로 분류된 일자리들 중에도 5~7년 이상의 경력자를 원하거나 영업직을 구하는 일자리들이 많았다. 주야간 2교대 생산직임에도 평균 급여가 260만 원인 일자리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급여에 대해선 기재하고 있지 않았다.
채이배 전 대표가 과연 이 일자리들을 확인하고 “괜찮은 일자리”라고 명명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재단 관계자에게 채 전 대표가 이 일자리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 묻자 “데이터가 8월 중순에 넘어와 일자리 개수만 보고했다. 일자리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탐나지 않는’ 질 낮은 채용정보가 ‘탐나는 일자리 정보관’에 너무 많은 이유에 대해 묻자 경기도일자리재단은 “해당기관의 채용정보 API에서는 우수기업의 채용공고만 선별해 보여주지 못해 이를 보완하고자, 2단계로 수집된 채용정보를 선별, 우수기업의 채용공고를 올해 하반기에 보여주는 것을 준비 중에 있다”는 해명이 돌아왔다.
재단 측은 “잡아바가 선별하는 우수기업의 기준은 기업정보제공업체(NICE)의 기업기초데이터(매출액, 채용규모, 평균연봉 등) 기반 연봉 TOP 1000, 매출액 TOP 1000, 신성장산업(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반도체, 바이오) 600개 기업을 선정, 해당기업의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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