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중국 항저우 중국기원 분원 국제교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이 중국에 4-1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5 대 5 단체전으로 열린 결승에서 한국은 에이스 신진서 9단이 양딩신 9단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가장 먼저 승전보를 전했고, 신민준 9단이 커제 9단에게 324수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반집승을 기록했다. 이어 박정환 9단이 미위팅 9단에게 불계승을 거뒀고, 김명훈 9단은 자오천위 9단에게 승리하며 정점을 찍었다.
스위스리그로 치러진 예선에서 이미 한 차례 만나 4-1로 승리했던 한국은 결승전에서 변상일, 김명훈, 박정환, 신진서, 신민준 9단 순으로 오더를 제출했다. 이에 중국은 리친청, 자오천위, 미위팅, 양딩신, 커제 9단 순으로 맞섰다.
어웨이 경기의 불리함과 아시안게임에 앞서 열렸던 몽백합배에서 단 한 명도 8강 문턱을 넘지 못해 불안감을 안겼던 한국은 커제를 비롯한 중국 정예를 상대로 2연속 4-1 승리를 거뒀다.
앞서 끝난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로 아쉬움을 많이 남겼던 한국은 남자 단체전 금메달로 바둑 강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대회 마지막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한국으로선 못내 아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소 금메달 2개 이상, 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처럼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진서 9단이 출전하는 남자 개인전과 최정, 김은지, 오유진, 김채영이 팀을 이룬 여자 단체전은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었다.
그중에서도 8월 열린 ‘바둑 올림픽’ 응씨배를 거머쥐며 명실상부 세계 일인자 자리에 오른 신진서가 남자 개인전 준결승에서 대만의 복병 쉬하오훙 9단에게 패하며 동메달에 그친 것은 대회 최고의 이변이자 아쉬운 결과였다.
반면 쉬하오훙은 8강에서 박정환, 4강에서 신진서, 결승에서 중국 커제까지 꺾으며 깜짝 우승, 대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대만에서는 그때까지 대만이 따냈던 금메달 6개 중에서도 쉬하오훙이 바둑에서 따낸 금메달을 대서특필하며 바둑 변방의 대반란을 반겼다.
이로써 한국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13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아시안게임에서 금(남자단체), 은(여자단체), 동(남자개인) 1개씩 총 3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이번 대회를 마쳤다.
국가대표팀 목진석 감독은 “아쉬울 수도 있는 결과지만 큰 압박감을 이겨낸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대회 준비기간을 포함해 긴 시간 고생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 밖에 중국은 금메달 1개(여자단체)와 은메달 2개(남자단체, 남자개인)를 획득했으며 일본은 동메달 2개(남자단체, 여자단체)를 땄다.
대만은 남자개인전에서 쉬하오훙 9단의 깜짝 활약으로 금메달 1개를 수확했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모든 대국의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 3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졌으며 덤은 7집반으로 중국룰을 따랐다.
신민준, 반집승으로 병역면제
신민준 9단은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6명 중 유일하게 병역특례 혜택의 주인공이 됐다.
박정환 9단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미 혜택을 받았고, 신진서·변상일·김명훈은 학력 미달로 이미 병역면제 대상이었으며 이지현 9단은 이미 병역을 마쳤다.
1999년생으로 올해 스물다섯인 신민준으로서는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서 중국랭킹 1위 커제를 만났다.
#장면도(백, 우세의 장면에서)
백을 든 커제가 시종 유리하게 국면을 이끌고 있는 장면. 백1로 좌상귀 를 안정시킨 장면에서 AI는 백이 6집가량 앞서 있다고 판정한다(백 승률 93%). 여기서 흑도 2로 따내 허술한 모양을 정비한 것은 필연인데 백3이 이 바둑의 패착. 신민준의 눈이 반짝 빛난다.
#참고도1(백의 올바른 수)
커제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는 바람에 신민준에게 찬스가 돌아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백은 먼저 백1로 꼬부려 흑2와 교환한 다음 3으로 잇는 것이 정수였다.
#참고도2(흑, 파탄)
백1에 흑은 손을 뺄 수 없다. 만일 흑2라면 백3으로 나가는 수가 성립한다. 이하 흑12까지는 외길수순인데 여기서 백13의 끊음에 흑은 파탄이다. 실전은 거꾸로 1의 자리에 흑의 손이 돌아오는 바람에 역전되고 말았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