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유전’은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들이다. 이 두 가지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사실 달리 방도가 없다. 하지만 이 밖에도 알츠하이머를 부추기는 요인들은 많다. 최근 전문가들은 기억력을 서서히 퇴화시키는 알츠하이머를 앞당길 수 있는 16가지 요인들의 명확한 목록을 발표했다. 전세계 100개 알츠하이머 협회로 구성된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가 작성한 이 목록에는 비만, 흡연, 운동 부족 등 기존에 알려진 요인들 외에도 치아 손실, 시력 상실, 부족한 수면, 초가공식품 섭취 등이 추가로 포함됐다.
알츠하이머는 뇌에 특정 단백질이 쌓여 뇌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치매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ADI는 최근 발표한 16개의 위험 요인 가운데 12개만 제거해도 충분히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블루베리를 먹어라’ 등과 같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애매한 방법이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정작 알츠하이머 위험을 줄이는 데 필요한 조치를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DI가 유수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소집해서 작성한 16개 위험 요인들은 비교적 일상에서 쉽게 실천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12개는 이미 2020년 ‘란셋’ 저널에 발표된 것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가령 고혈압, 비만, 과도한 알코올 섭취, 운동 부족, 흡연, 대기오염 노출, 당뇨병과 같은 요인들은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쳐 뇌졸중 위험을 높이고 뇌의 전반적인 건강에 영향을 주며, 그 결과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반복적인 머리 손상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럭비나 복싱과 같은 운동을 통해 반복적으로 머리에 충격을 가하는 행동 역시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 밖에 다른 요인들은 뇌에 가해지는 물리적 영향은 비교적 적지만,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알츠하이머의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바로 난청, 우울증, 낮은 교육 수준, 사회적 고립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ADI 연구진들이 기존의 12가지 요인 외에 확인한 또 다른 4가지 위험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부적절한 식단이 있다. 특히 초가공식품을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이를테면 각종 첨가물들, 즉 유화제, 방부제, 인공 향료 및 감미료가 포함된 식품들이 그렇다.
ADI는 초가공식품의 과도한 섭취와 인지 저하 간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만 어떻게 알츠하이머 위험을 증가시키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초가공식품이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같은 기타 알츠하이머 위험 요소와 확실하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했다.
ADI 보고서에 의해 확인된 또 다른 알츠하이머 요인으로는 시력 손실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력 손실 상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론적으로 시력 손실을 통해 뇌가 시각이라는 감각의 결손을 보완하기 위해 과도하게 일을 하게 되는 상태 즉, ‘인지 부하(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해 인지적 과부하가 일어나 학습을 방해하게 되는 상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시력 손실은 뇌에 자극이 부족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런 상태를 통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심리적으로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다.
치아 손실은 ADI 보고서에 의해 확인된 또 다른 알츠하이머 요인이다. 연구진들은 치아를 하나 잃을 때마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1.1%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그리고 만일 20개를 잃을 경우, 그 위험은 31%까지 높아진다.
때문에 보청기로 청력 손실을 보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치아 보철 치료를 받을 경우 알츠하이머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연구진들은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치아 손실이 알츠하이머 위험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ADI 보고서는 치아 손실이 구강 위생을 신경쓰는 것을 잊고 지낸다는 징후일 수 있고, 따라서 알츠하이머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한 구강 위생 상태가 불량하고 잇몸 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결과적으로 신체 전반에 염증 수치가 높아져 뇌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ADI 보고서에 추가로 명시된 네 가지 요인 가운데 마지막 하나는 질 좋은 수면이다. 중년에 나타나는 불안정한 수면 패턴은 훗날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ADI 보고서는 18만 명의 미 육군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향후 8년 동안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26%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질 좋은 수면이 특정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것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잠이 곧 청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수면 부족을 겪으면 이 과정이 억제돼 알츠하이머 위험이 증가한다.
ADI의 파올라 바르바리노 대표는 “아직까지는 치료약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예방이야말로 알츠하이머를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옛말에 따르면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위험을 줄이는 것이 현재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뉴캐슬대학 교수이자 ADI의 의학 및 과학 자문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루이스 로빈슨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생활습관인 운동, 식습관, 사회적 교류 같은 것들을 통해 알츠하이머 발병 시점을 늦추거나 심지어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점점 더 많이 증명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건강한 심장, 건강한 신체, 건강한 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 위험 높이는 16가지 요인들
1. 교육 기회 부족
2. 고혈압
3. 치료하지 않은 청각 장애
4. 흡연
5. 비만
6. 우울증
7. 운동 부족
8. 당뇨
9. 사회적 고립
10. 과도한 음주
11. 머리 손상
12. 대기 오염
13. 영양 부족
14. 치료하지 않은 시각 장애
15. 치료하지 않은 치아 손실
16. 수면 장애
알츠하이머 초기 및 후기 증상
알츠하이머는 특정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뇌에 쌓여 신경세포가 죽는 퇴행성 질환이다. 또한 이로 인해 뇌의 크기가 작아지기도 한다. 뇌세포가 죽으면서 뇌의 기능이 상실되고 이로 인해 기억력 감퇴, 방향성 상실, 추론 능력 상실 등이 나타난다.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은 대체로 느리고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후에는 평균 5년에서 7년을 살지만 어떤 경우에는 10년에서 15년을 살기도 한다.
#초기 증상
- 단기 기억상실
- 방향감각 상실
- 행동 변화
- 감정 기복
- 돈을 다루거나 전화를 거는 데 어려움이 있음
#후기 증상
- 심각한 기억 상실, 가까운 가족 알아보지 못함, 익숙한 물건이나 장소 잊어버림
-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안감과 좌절감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함
- 보행 장애
- 먹는 데 문제 발생할 수 있음
- 대부분 결국에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하게 됨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