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최대 매출에도 연봉 상승률 낮아 불만 임계치”…고정 연장근로 존폐 여부와 임금인상률 격차 다툴 듯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 9월 14일 임단협을 위한 상견례를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삼바노조)은 단체협약 조항으로 △고정OT(Overtime·연장근로) 제도 폐지 △적정인력 확보 △조직개편 시 노사 합의 등을 요구했다. 임금협약에선 임금 인상률 10.1%를 제시했다. 노사는 10월 셋째 주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제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월 17.7시간을 기준으로 고정OT 수당을 정액 지급하고 있다. 연장근로시간이 월 17.7시간을 넘어갈 경우 이에 따른 수당은 추가 지급한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 삼성그룹 여러 계열사는 고정OT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기준도 월 17.7시간으로 동일하다.
삼바노조는 고정OT 제도를 채택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아 추가 근로시간에 따른 수당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성 삼바노조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각 건물에 업무구역과 비업무구역이 명확히 나뉘어 있다"며 "모든 입출문 기록과 근로시간이 정확하게 기록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판례는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 엄격한 요건 하에서 임금의 포괄적 산정을 인정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 12월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사업장 기획감독 실시' 보도자료에서다. 고정OT 제도 등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제도는 아니다. 정부 지침과 법원 판례 등에 따라 유효성이 인정되고 있다.
삼바노조는 사측이 고정OT로 기본급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한다고 주장한다.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무수당 등이 통상임금인 기본급을 기반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21년 11월 삼성SDI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고정OT 수당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정OT 수당이 기본급화됐다"는 삼성SDI 직원들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바노조는 임금협상에서도 기본급 비중 확대에 주안점을 뒀다. 노조는 임금 인상률 총 10.1%를 요구했다. 기본 인상률 8%, 성과 인상률 2.1%다. 노조는 회사가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도 직원들의 임금상승률은 낮다고 지적했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 등 임금 인상률이 총 4.1%였다. 2022년 소비자 물가상승률 5.1%보다 낮은 수치다.
다만 성과급을 포함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 평균급여액은 2021년 7900만 원에서 2022년 9200만 원으로 16% 상승했다. 임금 인상률과 큰 차이는 성과급 규모에서 비롯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모든 임직원에게 연봉의 45%를 초과이익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삼바노조는 성과급 책정 방식이 불분명하고 언제든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임금협상을 통해 기본급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임원들 임금 상승률이 훨씬 높은 점도 직원들 불만을 키우는 요소다. 일례로 존림 대표이사는 보수총액이 2021년 31억 2500만 원에서 2022년 45억 5600만 원으로 46% 올랐다. 특히 성과급을 제외한 급여 인상 폭 자체가 컸다. 초과이익성과금 등 성과급을 제외한 존림 대표 급여는 2021년 5억 9800만 원에서 2022년 10억 500만 원으로 68% 급증했다.
이외에도 삼바노조는 적정인력 확보를 단체협약 조항으로 제시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 일정을 맞추고자 휴일근무 등이 강제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피로 누적으로 직원들 실수가 잦아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제4공장이 완공돼 바이오의약품 생산량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삼바노조는 과반수 노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삼바노조 지난 5월 설립 후 4개월여 만에 가입률 37%를 달성했다. 삼성그룹 제조업 계열사 노조 중 가장 높은 가입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체 직원 4300여 명(임원 등 사용자 제외) 중 1600여 명이 회사 설립 12년 만에 처음 생긴 노조에 가입했다.
과반수 노조가 되면 임단협 결과가 비조합원에게도 적용돼 협상력이 높아진다. 삼성 계열사들은 2020년 5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지 전까지 노사협의회와 임금협상을 해왔다. 이후엔 노조와 노사협의회를 상대로 각각 임금협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임금협상에서도 임금 인상률은 노사협의회 합의안대로 정해지는 형국이다. 노조의 임금협상 중 발표된 노사협의회 합의안을 사측이 고수하고 있어서다.
노사협의회는 노조 무력화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회사가 노사협의회를 불법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내 4개 노조로 결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노사협의회의 임금협상은 불법이다. 노사협의회는 사용자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2022년 5월 고용노동부에 고발장을 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노사협의회의 임금협상은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삼바노조는 인사제도 개선을 위해 과반수 노조 달성과 노사협의회 참여를 병행하는 두 갈래로 움직이고 있다. 박재성 삼바노조 위원장은 "노조 집행부 2인이 노사협의회에 속해 있다"며 "전체 직원을 위한 노조이기 때문에 사측이 노사협의회와 2024년 임금과 복리후생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면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임금과 복리후생 안을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회사가 성실교섭을 약속했고 제약회사 특성상 신뢰 기반으로 운영되길 바라기 때문에 쟁의는 원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최대 매출에도 낮은 연봉 상승률, 강제 전환 배치 등을 이유로 직원들의 불만이 임계치에 도달한 상태다. 일부 조합원은 부분 파업 및 준법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노조 측 요구사항에 대해 "현재 교섭 중인 상황으로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세부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답했다. 임단협과 관련해선 "회사는 노조의 교섭 요구에 대해 관계 법령 준수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노사 간 원만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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