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원 투자 사업구조 개편 승부수, 실적·전망은 비관적…SKC “미래 기반 만드는 과정”
SKC는 필름 등 화학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그러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체질 전환이 시작됐다. 2020년 한 해에만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합작해 세운 폴리이미드 필름회사 SKC코오롱PI(현 PI첨단소재) 지분, 화학사업부문 지분,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SKC미래소재(옛 SKC 필름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SKC는 석유화학 비중은 줄이는 대신 2차전지와 반도체 소재 사업에 투자를 나섰다. SKC는 2020년에는 2차전지의 필수 소재인 동박 생산업체 KCFT(현 SK넥실리스)를 1조 2000억 원에 인수하며 동박 사업에 진출했다. SKC 반도체 소재사업은 SK엔펄스가 이끌고 있다. 여기에 더해 SKC는 지난 9월 미국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스타트업 ‘칩플렛’ 지분 12%를 확보했다. 10월에는 5000억 원을 들여 반도체 후공정 전문 기업인 ISC 인수를 완료했다. 2021년에 약 32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반도체용 글라스 기판 투자사 앱솔릭스와 ISC의 사업 시너지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SKC의 구조 개편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중국발 공급과잉에 석유화학 업계는 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재료 비용 부담도 커지는 추세다.
시장의 평가는 SKC에 우호적이지 않다. SKC의 주가는 6개월 전인 지난 4월 5일 11만 6300원에서 10월 5일 7만 1500원으로 39% 하락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차전지 섹터가 조정받는 영향이 작용하는 듯하다. 또 현재 동박과 반도체 소재, 석유화학 3개 사업부 모두 실적이 좋지 않다”며 “신사업을 늘리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실 먼 미래의 일이다. 가령 글라스기판은 연구개발 이후 수요를 지켜봐야 하는 신사업”이라고 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기존 사업이 수익을 잘 내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가면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기존에 있는 자산을 팔아 스위칭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동박과 반도체 소재 사업에 투자비는 계속 나가는데 수익성은 담보할 수 없으니 투자자 입장에선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동박과 반도체 소재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SKC IR 자료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 사업부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600억 원, 영업이익은 7억 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매출 4120억 원, 영업이익 543억 원) 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99% 줄었다. 반도체 소재 사업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1695억 원, 13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매출 2685억 원, 영업이익 112억 원)보다 영업이익은 18% 늘었지만 매출은 37% 감소했다.
문제는 두 사업 부문의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SKC에서 동박 사업을 담당하는 SK넥실리스는 10월 말레이시아 동박 생산 공장에서 첫 상업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보다 인건비와 전력비가 저렴하다. 수익성을 끌어올릴 동력인 셈이다. SK넥실리스의 시제품 생산 능력에 비춰볼 때 수율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올라왔다는 것이 증권업계 평가다.
하지만 거래처 이탈 문제가 변수로 대두된 상황이다. SK넥실리스의 주요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월 중국 동박 제조사 더푸테크놀로지로부터 동박을 제공받기 시작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동박 업체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도 파우치형 배터리 동박에 대한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에 최근에 들어온 라인은 최소 6~7년은 가동해야 한다.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는 영업이익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말레이시아 공장 수익성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경쟁 과잉으로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박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 하락 추세나 저가 2차전지 대응 여부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이라고 했다.
반도체 소재 사업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 IT 수요 감소에 따라 반도체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춘 탓에 매출 부진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가 예정된 신규 사업인 글라스 기판 사업성과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기판에는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서로 다른 반도체 칩을 하나로 이어 붙이는 2.5D·3D 패키징이 부각되면서 글라스 기판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글라스 기판은 플라스틱 기판보다 두께가 얇고 전력 효율이 높다. 하지만 플라스틱 기판 대비 글라스 기판은 단가가 10배 정도 비싼 것으로 전해진다.
SKC는 지난 7월 ‘SKC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2027년까지 약 4년간 반도체 소재에 2조 원, 2차전지 소재에 1조 8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SKC는 향후 친환경소재에 2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 9월엔 생분해 소재사업 투자사 에코밴스가 하이퐁시의 투자허가증(IRC)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 속 SKC의 현금은 줄어드는 추세다. 연결 기준 SKC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1조 98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7760억 원으로 29% 줄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으로는 4551억 원에서 2120억 원으로 53% 감소했다. SKC는 체질 개선 차원에서 지난 9월 SK엔펄스 기초소재 사업을 매각한 데 이어 파인세라믹 사업부문의 지분 매각도 추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파인세라믹 사업부문의 매출은 SK엔펄스 전체 매출의 55% 수준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알짜 사업까지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산 매각에는 한계가 있어 모회사인 SK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SKC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사업 위주로 재편해 미래에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만들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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