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제한 야구 문동주 비롯 신예 투수진 맹활약…축구 평가전 부진 극복 정우영 8골 등 화력 과시
#스스로 만든 연령 제한 극복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기 시작한 1998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대회에 나서는 야구 대표팀은 때론 '드림팀'으로 불리기도 했다. 1998년 당시에는 박찬호를 비롯해 김병현, 박재홍, 이병규 등 당대 스타들이 총집합했다.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찰스 바클리, 패트릭 유잉 등이 뭉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미국 농구 국가대표팀에 빗댄 별칭이었다.
최초 드림팀 결성 이후 야구 대표팀은 2006년의 '도하 참사'를 제외하면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때론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종목을 두고 지난 2018년 대회에서는 잡음이 많았다. 선수단 구성부터 논란이 많았고 대회 첫 경기 대만을 상대로 패하며 비판이 뒤따랐다. 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금메달을 따냈으나 비난은 줄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은 선수 선발과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까지 나서 해명을 해야 했다.
결국 야구계가 아시안게임을 대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생겼다. 대회 기간 중 KBO리그를 중단하는 일을 없앴고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4년차 이하 선수들만을 선발한다는 자체 원칙을 세웠다. 프로 4년차 이상이면서 25세를 넘는 '와일드카드'를 예외적으로 3명까지 뽑기로 했다. 대회 규정이 아닌 한국 야구가 스스로 만든 제한이었다. 경쟁 국가들은 나이에 관계 없이 대표팀을 꾸렸다.
자연스레 베테랑들의 이름이 대표팀에서 빠졌다. 전 대회에서 팀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마운드에서 중심을 잡았던 양현종, 주요 대회마다 활약했던 오승환, 강민호, 김현수 등은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와일드카드 또한 30대 이상의 베테랑은 고려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경력이 짧거나 KBO리그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자원도 일부 선발됐다. 리그 MVP 출신이자 국가대표 경험이 많은 이정후, 에이스로 기대를 받았던 구창모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대회를 코앞에 두고 엔트리를 변경한 점도 지적을 받았다.
뚜껑을 연 대회 또한 불안하게 시작했다. 첫 경기 홍콩에 10-0 완승을 거뒀으나 두 번째 경기인 대만전이 문제였다. 대만을 상대로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며 0-4 영봉패를 당한 것이다. 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단 3명이었을 정도로 무기력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대만의 전력은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시안게임에 큰 비중을 두지 않던 이전과 달리 해외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에 합류했다. 대만 현지에서 최근 군 복무 기간이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됐고 이에 병역 혜택을 받으려는 선수들이 몰린 탓으로 풀이됐다. 대만 또한 금메달을 획득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 경기 태국전에서 17-0 대승을 거뒀으나 이어진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사회인 야구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 위주로 편성한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대표팀 타선은 5회까지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번트 실패, 도루 실패 등이 나오며 점수를 못 냈다. 6회와 8회 노시환이 희생 플라이와 적시타를 각각 기록하며 2-0 신승을 거뒀다.
결승전은 대만과의 설욕전이었다. 영봉패를 당했던 예선 경기와 달리 결승에서는 2회 문보경, 김주원 등의 타격으로 2점을 먼저 냈다. 이후 마운드에서 점수를 지켜내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야구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4연패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로 투수진의 맹활약이 꼽혔다. 슈퍼라운드 한일전, 대만과의 결승전 등 주요 경기마다 타선에서 다득점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마운드가 무실점으로 버티며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박세웅과 문동주가 각각 두 경기에서 선발로 6이닝을 책임졌고 최지민과 박영현은 두 경기 모두 불펜으로 나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금메달의 순간, 고우석은 마무리로 나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들 모두 향후 장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젊은 자원들로 꼽힌다. 특히 문동주, 최지민, 박영현은 모두 2003년생이다. 이외에도 대표팀 투수진은 대회 기간 홍콩, 태국, 중국을 상대로 단 1점만을 허용했다.
#대회 전 우려 딛고 전승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던 축구 대표팀을 향한 시선도 대회 전까지는 불안했다. 2016년 K리그1 우승 이후 내리막을 걸어온 황선홍 감독 선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
실제 커리어 최초로 연령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의 행보는 불안했다. 부임 직후 U-23 아시아컵 예선을 3연승으로 통과했으나 2022년 6월 열린 대회 본선에서는 부진했다. 베트남을 상대로 1-1 무승부, 태국에 1-0 승리를 거두며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일본을 만나 0-3 완패로 탈락했다.
아시안게임에 앞서 현지 적응을 위해 치른 중국 원정에서도 1승 1패로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특유의 거친 플레이로 일부 선수들이 부상을 입자 팬들 사이에서 '왜 중국과 평가전 일정을 잡았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황 감독이 겸임 중인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대표팀도 시원스러운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기에 불안한 시선은 이어졌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 또한 매끄럽지 못했다. 황 감독이 발표한 선수 명단에는 과거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선수가 있었다. 음주운전 적발 이후 일정 기간 국가대표로 선발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이전부터 대표팀을 오가고 있었기에 논란이 됐다. 이미 최종 엔트리가 제출된 상황이었기에 교체 여부가 불분명했다. 핵심 전력인 이강인의 합류 시점 또한 대회 직전까지 정해지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대체선수가 선발되고, 이강인이 대회 조별리그 중 합류하는 것이 확정되는 과정 또한 투박했다. 축구협회가 아닌 대한체육회를 통해 대체선수 선발 여부가 밝혀졌다. 이강인 소속팀과의 소통 또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뚜껑을 연 대회에서 대표팀은 대승 행진을 이어갔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6골을 퍼부었고 무실점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결승 이전까지 3경기를 치르면서도 9골 2경기로 어렵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조별리그에서 패배를 경험했고 8강에서는 연장전을 치르는 등 탈락 직전까지 몰렸던 지난 대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2018년 대회 당시 와일드카드 공격수 황의조의 발끝에 많은 부분을 의지한 반면, 이번 대표팀은 다양한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황선홍 감독은 고비로 여겨지던 8강, 개최국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주전 자원으로 분류되던 엄원상, 이강인, 정우영을 벤치에 앉히는 과감한 결단도 내렸다. 결과적으로 이는 19일간 7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대회 일정에서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하는 좋은 선택이 됐다.
결승전 상대는 일본이었다. 직전 대회에서도 결승에서 한일전이 성사된 바 있다.
대회 내내 리드를 잡았던 이전 경기들과 달리 일본을 상대로는 전반 2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연장까지 치르며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갔던 지난 대회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최악의 경우 금메달 획득에 실패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편안하게 경기를 치러 왔던 능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표팀은 전반을 1-1로 마무리했고 후반에는 역전골까지 만들어냈다. 대회 내내 골맛을 봤던 정우영과 조영욱이 각각 골망을 흔들었다.
대표팀은 결국 2014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대회 3연패를 달성하게 됐다. 대표팀이 남긴 기록은 7경기 7승 0패 27득점 3실점이다. 정우영이 8골, 조영욱이 4골, 백승호와 홍현석이 각각 3골씩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선수단의 42번째 금메달을 이끌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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