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도 높아지는 ‘수목장지’ 조성 안 해 유족 불만 고조…시 “시설 포화되면 향후 추가할 계획도”
사천시는 민선5기 때인 2014년 10월 예산 270억 원을 들여 본관 건물과 화장로 증설 및 부대시설을 조성한 데 이어, 2016년 봉안당 1800기와 자연장지 861기를 시설하고 본격 개장했다. 지난 6월에는 원스톱 종합장사시설 운영을 한다는 목적으로 누리원에 약 8억 원의 추가사업비를 들여 누리원 본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장례식장 용도로 변경했다. 현재 누리원에는 기존 운영 중인 화장장과 봉안당, 자연장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사천시는 이 누리원을 재단법인 사천시복지청소년재단(소장 박재령)에 관리를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재단은 운영인력 13명(소장 1, 사무직 3, 화장로 5, 장례식장 4)으로 운영되며, 화장실적은 2022년 기준으로 2427구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만 지난해 절반인 1243구가 화장됐다.
문제는 많은 유족들이 수목장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관련 시설이 없어 인근 수목장으로 찾아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사천시는 누리원에 ‘수목장 시설’을 처음부터 조성하지 않았다. 자연장지와 납골당 등 공원화에만 치중했다. 이에 수목장을 선호하는 장례 유족들이 시신을 화장한 후 외지로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천누리원을 찾은 한 시민은 “장기간 이용하도록 누리원 시설조성을 해야 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수목장지 확보도 제대로 하지 않은 데다 자연장지도 곧 포화상태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수목장지가 없어 인근 외지로 유골을 모셔놓고 있거나 모시려 해 이에 따른 시간과 경비 등 사후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수목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나무뿌리 주위에 묻어 주는 장사방법으로 그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유족들이 친환경적 용기에 골분을 담아 묻는 방법이기 때문에 토양 오염이나 수질 오염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적인 조형물이나 봉분이 없어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혐오감을 주지 않는 장점도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최근 들어 화장한 유골을 납골당 대신 공원과 같은 수목장지에 고인을 묻고 추모하는 분위기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수목장은 국토 훼손을 막는 친자연적인 장례 형태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장려하고 있다. 장례방법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한 결과 최근에 수목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봉안당의 선호도는 42%인 데 반해 수목장 선호도는 46%다.
익명을 요구한 관내 시민단체 관계자 A 씨는 “2010년대 중반이면 이미 수목장에 대한 수요가 일고 있었으며, 향후 더욱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누리원은 시가 행한 근시안적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사천시복지청소년재단 관계자는 “수목장 시설 추가 확장 여부는 시와 주민 간의 공청회를 통해 결정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사천시 관계자는 “지금 마련된 시설이 포화 상태가 되면, 향후 수목장 시설을 추가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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