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하려면 5~20분 걸리지만 비교적 큰 성적 만족감을 느끼는 데는 3~13분이면 충분하다. 영화 <아메리칸 파이>의 한 장면. |
G스폿은 질 입구 안쪽 3~5㎝에 있는 일종의 지각신경으로 여성의 오르가슴을 불러일으키는 신비의 장소로 그간 널리 알려져 왔다. 박사는 G스폿 대신 질속에 자극이 가해졌을 때 반응하는 특이한 V자형 라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과학자들은 크뤼체프스키 박사의 견해가 틀렸다고 보고 있다. G스폿을 자극하며 뇌 MRI 촬영했을 때 여성의 뇌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되었기 때문. 게다가 G스폿으로 실제 오르가슴을 느꼈다는 여성도 결코 적지 않다. 미국의 건강정보사이트 <onlymyhealth> 보도를 중심으로 오르가슴에 대한 최신 연구를 살폈다.
1. 뇌 전체가 활성화
미국 뉴저지 주 라토가스대학 연구진은 여성이 오르가슴에 달하면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했다. 8명의 여성에게 충분한 성적 자극을 주면서 뇌 MRI를 찍은 결과, 여성이 절정에 달할 때 뇌의 전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그런데 이에 이르는 과정이 흥미롭다.
실험 참가 여성들은 5~20분 사이에 오르가슴에 도달했는데, 소요시간과 상관없이 참가자 모두 단계적으로 뇌가 활성화된 것이다. 예를 들어 5분 만에 오르가슴을 느낀 여성은 자극이 처음 주어진 1분에 벌써 좌우 뇌를 가릴 것 없이 뇌 전반이 조금씩 활성화되다가 5분이 지나면 소뇌, 시상하부, 뇌간 등 뇌 전체가 활성화된다. 무려 30여 곳이다. 또 신체가 심하게 떨리면서 몸 전체에 쾌감 물질이 분비된다.
실험을 주도한 베리 코미사루크 교수는 “여성의 오르가슴은 뇌 내에서 매우 특이한 과정을 거친다”며 “한꺼번에 뇌가 광범위하게 활성화되는 예는 여성의 오르가슴 이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또 “불감증인 여성들에게 앞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르가슴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여성은 10%가량으로 추정된다.
2. 뇌 두 가지 루트로 느껴
최근 네덜란드 워게닌겐대학교 연구진도 라토가스대학 연구진과 비슷한 실험을 했다. 파트너가 옆에 누워 실험 참가자 여성을 자극하게 한 다음 여성의 뇌를 MRI 스캔 결과 이번에는 유독 비활성화된 대뇌의 한 부분이 발견됐다.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이다.
안와전두피질은 눈 뒤편, 즉 머리 앞쪽에 위치한 대뇌 피질인데 고도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영역이다. 강박장애자나 섹스중독자는 안와전두피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오르가슴 시 안와전두피질이 비활성화되는 건 한마디로 순간적으로 의사결정 스위치가 꺼지는 것이라 보면 된다. 연구진은 “오르가슴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표현하는 여성이 많다”며 “의식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위로 인한 오르가슴 시에는 안와전두피질이 활성화된다. 미국 로저 대학 연구진의 실험결과인데, 여성이 혼자 상상을 하며 오르가슴을 느낄 때는 안와전두피질을 비롯해 전두엽 전체가 활성화된다. 그러니까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뇌의 루트는 적어도 두 가지가 있는 셈이다.
3. 전희가 관건
일반적으로 여성이 오르가슴에 달하려면 5~20분 클리토리스나 G스폿 자극이 필요하다. 클리토리스와 G스폿을 함께 흥분시키면 오르가슴은 더 빨리 온다. 정서장애나 갱년기장애가 있는 여성은 좀 더 시간이 걸린다.
삽입 섹스 시 여성이 오르가슴까지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큰 성적만족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시간은 3~13분이면 충분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심리학 연구진이 4주간 1500명의 여성에게 삽입 섹스 시 스톱워치를 주고 시간을 측정하게 하여 얻어낸 결과다. 평균 7분 정도면 된다.
그런데 훨씬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전희다. 서로를 만지고 키스하며 소리를 내는 과정이다. 여성이 성적만족감이나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전희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포인트는 여성의 불안이나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몸과 마음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 오르가슴에 도달하려면 어느 정도 뇌의 해마 활동이 느려져야 하는데 전희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해마는 대뇌변연계로 측두엽에 위치해 고도의 사색 및 판단 기능을 하는 영역이다.
4. 윗몸일으키기만 해도 절정에
운동을 하면 상쾌한 기분도 들고 건강한 몸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여성은 운동 중 성적 절정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성행동과학 연구팀 설문 조사에 따르면 18~63세 여성 370명 중 절반이 운동을 하면서 적어도 10번 이상 오르가슴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여성들은 운동을 하면서 성적인 공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운동 중 가장 오르가슴을 느끼기 쉬운 것은 복근 단련 운동. 절반이 넘는 여성이 윗몸일으키기, 누워서 다리 들기 등 복근 운동을 하면서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26.5%, 요가는 20%의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꼈다.
왜 운동 중 오르가슴을 느낄까? 이는 다름 아닌 운동 시 쓰는 코어 근육(core muscle)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코어 근육이란 근육과 뼈를 보호하는데 중심이 되는 인체의 대 근육을 말한다. 복부의 복횡근과 골반 옆 골반저근 등이다. 하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껏 규명되지 못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