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데이터 제공량 1~24GB까지 나눈 5G 요금제 선보여…KT와 회선 수 격차 빠르게 좁혀 내년엔 추월 가능성
LG유플러스는 지난 10월 5일 온라인 전용 5G 요금제 ‘너겟’을 선보였다. 너겟은 월 데이터 제공량을 1GB(3만 원)부터 24GB(최대 4만 5000원)까지 16구간으로 촘촘하게 나눈 요금제다. 같은 데이터량 내에서도 속도제어를 400kbps~3Mbps 범위로 선택할 수 있다. 낮은 용량을 선택하는 대신 속도 제한을 높이는 등 취향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테더링 기능도 월 데이터 제공량 안에서는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가족은 물론 지인 간 결합 할인도 최대 4회선, 1만 4000원까지 가능하다. 데이터를 추가 구매하거나 특정 시간에는 무제한 데이터 사용이 가능한 ‘타임 부스터’도 제공한다. 또 너겟은 이동통신사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자급제 전용 온라인 요금제인 만큼 약정 기간도 없다. 언제든지 요금제 변경이 가능하므로 월말에 데이터가 남을 것 같으면 더 저렴한 요금으로 변경해 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 LG유플러스는 고객의 선택을 돕기 위해 데이터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사용 통계 리포트까지 제공한다.
LG유플러스의 너겟은 그간 국내 이동통신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요금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최저요금이 기존 8GB·3만 5000원에서 3만 원으로 5000원 내렸고, 결합 할인도 자유로워 사실상 최저요금이 2만 원대가 됐다. 1~3GB씩 요금제를 세분화해 1000원 단위로 최적 요금제를 결정할 수 있게 한 것도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그간 기형적인 요금 설계로 필요 이상의 요금을 책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중간요금제를 선보였지만 이는 정부의 거센 통신비 인하 압박에 따른 조치일 뿐이었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선제적인 요금제를 내놓고, KT와 LG유플러스가 순서대로 유사 요금제를 내놓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3위 LG유플러스가 선제적으로 요금제를 출시한 것이다. 다른 이동통신사들은 너겟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과거 공시지원금 경쟁 등에서 종종 보여줘 왔던 3위만의 ‘자폭 전략’을 썼다”고 평가했다.
LG유플러스는 신규 요금제 출시 외에도 아이폰15 사전예약 개통에서 대규모 공시지원금과 유통망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명 ‘성지’로 불리는 유통대리점에서는 불법지원금을 통해 아이폰15를 기기값 40만~55만 원에 판매 중이다. 이 중 LG유플러스 회선을 사용하면 아이폰15의 기기값은 40만 원대로 타 통신사 대비 저렴하다. 이는 LG유플러스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촉진비가 가장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LG유플러스는 KT의 회선 수 격차를 따라잡을 기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의 지난 8월 말 기준 총 회선 수는 각각 1770만 1018개와 1694만 3504개로 격차가 75만 7514개였다. 양사의 회선 수 격차는 지난해 8월 말 173만 3607개, 올해 1월 144만 1230개에서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이 추세라면 내년 중에는 추월도 가능하다.
KT는 최근 몇 차례 총 회선 수가 감소했다. 사물인터넷(IoT) 발달로 국내 총 이동통신 회선 수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KT의 총 회선 수는 올해 1월과 3월, 7월 세 차례 전월 대비 감소한 바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물론 알뜰폰도 빠르게 회선을 늘려가는 와중 KT 무선 영업에 차질이 있었다는 해석이 이어진다.
이를 두고 구현모 전 KT 대표가 디지털 전환을 기치로 내걸며 통신사의 기틀인 유무선 회선 영업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KT와 LG유플러스 회선 격차는 구 전 대표 시절부터 좁혀지고 있었다. 구 전 대표가 대표로 내정됐던 2019년 12월 양사 회선 차이는 398만 5835개였는데 지난해 말에는 148만 8152개로 줄었다.
올해 들어 벌어진 수장 공백 사태 또한 대처를 힘들게 한 요인이다. KT에는 지난해 말부터 구현모 전 대표 연임 실패와 윤경림 사장의 낙마 등이 이어졌다. 김영섭 현 KT 대표가 지난 8월 30일 선임되기 전까지 KT는 초유의 수장 공백 사태를 겪었다. 경영 방향을 결정할 대표가 없다 보니 경쟁사의 공세에도 대응이 안 된 것이다. KT 한 직원은 “각 부서의 2023년 경영 목표와 예산도 짜지 못해 지난해 기준으로 운영하다 보니 시장 변화에 대처가 힘들었다”며 “최종 결정권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해당 부서 임원들이 결정을 내리는 것도 추후 새 대표 취임 이후에는 독단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패닉 상태가 이어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흥미롭게도 LG유플러스의 회선 수 증가를 이끈 원동력도 리더십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의 임기는 내년 주주총회까지다. 황 대표는 취임 당시 LG유플러스에서 주요 경력을 쌓아 내부 승진한 첫 최고경영자(CEO)로 주목 받았다. 황 대표 재임 도중 LG유플러스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 동시에 개인정보유출 사태 등 이미지 손상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이동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황 대표와 LG유플러스 경영진 입장에서 창사 이래 첫 2위 등극은 연임 보증수표”라며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전사적으로 회선 수 증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와중에 KT 수장 공백 사태로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LG유플러스는 타 통신사를 의식해 너겟 요금제를 출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고객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출시한 것”이라며 “아직 예상 가입자도 예상을 못하고 있고, 혜택을 보는 가입자가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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