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연재·토토 베팅 등 오남용 사례 많아…교도관들은 폐지 반겨 “부활할 일 없을 것”
교도소 내 사정을 잘 아는 A 씨의 말이다. 10월 4일부로 ‘교정 인터넷 편지’(인터넷 서신) 서비스가 종료됐다. 인터넷 서신은 구치소, 교도소 등 교정시설 내 재소자에게 보낸 편지다.
교정시설 밖에 있는 일반인이 온라인 게시판에 글 쓰듯 적으면, 이를 출력해 재소자에게 전달해 주는 서비스다. 군에 입대한 훈련소 훈련병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인터넷 편지 서비스와 유사하다. 공교롭게 군 인터넷 편지도 2023년 8월부로 종료됐다. 군 인터넷 편지는 훈련병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필요성이 적어져 종료됐다. 이에 비해 법무부 관계자는 "교정 인터넷 서신은 화상접견·스마트접견 등 다양한 접견시스템 도입과 전화사용 횟수 확대 등으로 수용자의 외부 교통권이 늘어난 상황이 반영되었다"고 말했다.
A 씨의 말처럼 인터넷 서신은 ‘담장 안 세상’인 교정시설 안에서 받아보는 몇 없는 외부 소식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서신을 두고 별별 일이 다 있다고 한다. A 씨는 “인터넷 서신이 안 오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무시당한다. 편지 안 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괴롭힘도 있을 수 있다. ‘이 사람은 어차피 괴롭혀도 밖에 얘기할 사람 하나 없구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감 경험이 있는 B 씨도 인터넷 서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B 씨는 “하루의 낙이 그 편지 기다리는 거다. 아침에 담당 직원이 대략 전날 자정까지 작성된 편지를 모아서 출력한 뒤 이를 스테이플러로 임시로 봉해서 점심 전에 나눠 준다”면서 “그나마 구치소 있을 때는 꽤 많이들 받아보는데, 형이 확정돼 교도소로 가면 인터넷 서신 양이 급격히 줄어든다. 구치소에서야 간혹 보석이나, 무죄로 풀려날 수 있지만 형이 확정된 뒤는 그런 일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 관심도 멀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신이 사라지게 된 이유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오남용 사례가 많아 폐지됐다”고 답변했다. 교정시설 관계자 C 씨에 따르면 “인터넷 서신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서 교정시설 내에서도 골치 아파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발신이 워낙 쉽다 보니 일종의 메신저처럼 이용해 ‘야한 소설’을 연재하는 경우도 있고, 주식이나 스포츠 토토 베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서신 서비스는 교도소 별로 도입 시기가 다르지만 대략 2005년 즈음부터 활발하게 도입됐다고 알려졌다. 10월 4일 제도가 폐지되면서 약 20년 만에 사라지게 된 셈이다. 현재는 인터넷 서신 버튼을 누르면 우체국 ‘e-그린우편’ 서비스 페이지로 연결된다. 해당 서비스는 글을 작성하면 이를 출력해 봉투에 담아 교도소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인터넷 서신처럼 다음 날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익일 특급으로 보낼 경우 3000원 정도 비용이 발생한다.
C 씨에 따르면 인터넷 서신 전달이 의외로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했다. C 씨는 “구치소 경우 절대적인 양 자체가 많기 때문에 출력도 오래 걸린다. 종이를 자동으로 접는 기계가 있다고 하지만 수천 장을 전달하는 것도 문제다. 전달 과정에서 ‘내 편지를 봤다’느니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거는 경우도 있다. 전혀 관심도 없는 편지를 봤다며 진정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C 씨는 인터넷 서신을 두고 별별 일을 다 겪었다고 말했다. C 씨는 “한번은 유명 아이돌 그룹 출신 D 씨가 수감된 적이 있다. 그때 정말 엄청난 인터넷 서신이 쏟아졌다”면서 “그걸 다 볼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이렇게 편지를 엄청나게 많이 출력해서 나눠주기 때문에 사실 누가 ‘야설’을 밖에서 지속해서 보내줘도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교정시설 담당자 E 씨는 인터넷 서신 폐지를 반겼다. E 씨는 “수감시설 내에서는 수감자의 적은 교도관이 아니라 수감자라는 얘기가 있다. 작은 혜택이 있던 것도 이상하게 오용하거나 별것 아닌 걸로 신고하거나 진정을 넣어 ‘그냥 없애자’는 것들이 많았다”면서 “예전에는 밖에서 침구류를 들고 올 수도 있었는데 여기에 마약 등 약품을 넣어 오는 경우가 있어 없어지기도 했고, 반찬 같은 걸 사 먹을 수 있게 했더니 ‘왜 독점이냐’고 따지는 경우가 있어 없앤 적도 있다. 이번 인터넷 서신도 아마 이상하게 이용하거나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진정 등을 넣어, 그냥 없애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교정 시설에 가족이 있어 편지를 여러 차례 보내 본 F 씨는 법무부의 폐지 사유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F 씨는 “인터넷 서신 남용이나 야설, 토토 등 때문에 없앤다고 하는데, 우편으로 오는 편지에 똑같은 내용을 적어서 보내면 그만이다. 사실상 우체국을 통해 유료화하면 무료에 비해 편지 양이 급감할 수밖에 없으니 교도관들 업무를 줄이는 게 목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신은 20년 가까이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제도지만 하루아침에 없어진 만큼, 만에 하나 부활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다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을 전망이다. 앞서 법무부 관계자는 “아예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앞서 교정시설 담당자 C 씨도 ‘부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 씨는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인터넷 서신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일단 사라지면서 교도관들 일이 줄었고 담당자도 없앴는데 부활시켜서 굳이 부담을 주려고 하진 않을 것 같다”면서 “처음 만들 때도 이 정도로 많은 편지가 매일 오갈지 몰라서 만들었을 것 같다. 만약 다시 만든다면 교도관 반발이 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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