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돌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석조문화유산이 전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기법으로 석조물을 제작하는 장인을 ‘석장’(石匠)이라 일컫는데, 주로 사찰이나 궁궐 등에 남아 있는 불상, 석탑, 석교(돌로 만든 다리) 등이 이들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더 크게는 돌을 재단하고 쌓아 성벽을 짓거나 석조 건축물을 만드는 것도 이들의 영역이었다.
우리 역사에서 삼국시대는 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장인인 석공 집단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시기로 여겨진다. 미륵사지 석탑,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 등이 이 시대의 대표적인 석조형물이라 할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들어 석조문화는 더욱 수준이 높아지는데, 이 시기에 제작된 불국사 삼층석탑과 다보탑, 석굴암 석굴 등은 우리 석조형물의 정수로 평가된다.
불교문화가 꽃피었던 고려시대에는 사찰의 건립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석탑과 석등, 석불 등 석조형물이 더욱 다양한 양식으로 발전했다. 왕사나 대사 등의 석조부도(승려의 사리를 봉안한 탑) 건립에 중앙에서 ‘국공’(조정에 소속된 장인)을 파견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당시 민간과는 별개로, 국가에서 솜씨 좋은 석장을 관리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석조물의 조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소실된 사찰의 건물, 불상 등의 복원에 나서고, 성이나 궁궐, 왕릉 등에 석조건축물이 건립 또는 복원되면서 석조문화의 발전을 이어갔다.
일례로 ‘화성성역의궤’에는 수원 화성의 건축 당시 동원되었던 석장 642명의 이름과 출신지역, 맡은 일뿐만 아니라 사용된 도구까지 수록되어 당시의 발달된 석조기술을 짐작케 해준다. 우리 석공예의 재료로는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화강암을 비롯해 납석과 청석, 대리석 등이 활용되어 왔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석장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석조물을 제작했을까. 200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석장은 석구조물과 석조물, 크게 두 분야로 구분되어 있다. 이 중 석구조물의 제작 과정은 크게 석재 채취, 운반, 가공, 석축·성곽 쌓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석재를 채취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석재의 결과 절리를 찾아서 구멍을 뚫고 할석(돌 깨기)하는 것이다. 함부로 할석하게 되면 석재가 스스로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쪼개지게 된다. 따라서 석장은 무엇보다도 결과 절리를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석재 가공은 석재를 마름질(치수에 맞도록 자르는 일)한 뒤 이를 다듬는 공정으로 이루어진다. 다듬는 과정은 메다듬(불필요한 부분을 쇠메로 쳐 떼어냄), 정다듬(거친 표면을 정으로 평평하게 다듬기), 줄다듬(정의 방향이 일정하게 줄을 이루도록 다듬기), 도드락다듬(도드락망치로 표면 다듬기), 잔다듬(평면을 평탄하게 다듬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석조물의 제작은 작품을 구상해 그 초안을 작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후 기본도면 작성, 모형 제작, 모형 본뜨기(모형과 실제 구상한 형상의 비율을 계산해 석재에 표시하는 것), 다듬질(메와 털이개를 사용해 형태를 잡아가는 것)을 거쳐 제작한 석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모형 본뜨기 등을 하면, 현대 석조각물 제작에 쓰이는 기계를 사용했을 때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며 시간도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석장의 영감과 기술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오히려 모든 작업을 손으로 직접 하는 전통 방식을 거침으로써, 석조형물은 정형화된 기계식 석조각물과 달리 생명력 있는 예술작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우리 정부가 석장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 이유는 시대가 변하고 다양한 기계가 도입되면서 전통 석조제작 기법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석구조물 분야에서 이의상 석장이, 석조물 분야에서 이재순 석장이 기능보유자로 지정돼 기술의 전수와 후학 양성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자료 협조=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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