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팀 제조-한국팀 보관-중국팀 판매 ‘분업화’ 적발량 역대 2위…세관 직원 연루 정황도
경찰이 합성 마약이 아닌 순수 필로폰 유통 적발 사례로 역대 2번째 규모라고 밝힌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조직’ 검거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수사가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경찰은 7월 말 단순 투약자 조사를 시작해 바로 필로폰 매수 과정 역추적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다국적 마약조직의 범행이 포착됐다. 이에 경찰은 바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한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등 3개국 국제연합 마약조직의 실체를 추적하던 경찰은 우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선적 대기 중이던 필로폰 100kg을 찾아내는 성과를 올린다. 만약 국내로 유입됐다면 한 번에 약 332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 시가로 3000억여 원에 달하는 대량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국내 거점 말레이시아 조직원을 검거하는 데 성공하면서 필로폰 100kg의 국내 유입까지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10월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범죄단체조직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한국과 말레이시아, 중국 국적 조직원 총 2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26명 가운데 40대 중국인 총책 등 14명이 구속돼 13명은 검찰에 구속 송치됐으며, 최근 구속된 조직원 1명은 경찰 추가 수사가 끝나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조직은 1월 27일부터 9월 27일까지 8개월 동안 말레이시아에서 제조한 필로폰 74kg을 국내로 들여와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번에 약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는 2200억여 원이나 된다. 필로폰 74kg은 역대 2번째 순수 필로폰 유통 적발 사례다. 경찰은 이들 마약조직으로부터 필로폰 27.8kg을 압수했으며 아직 숨겨져 있는 필로폰과 시중에 흘러 들어간 필로폰 등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무려 3개국 조직이 국제연합을 이룬 까닭은 철저한 분업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조직이 필로폰 제조와 밀반입을 담당하고, 한국 조직은 운반과 보관, 중국 조직이 유통과 판매를 맡는 방식이다.
시작점은 필로폰을 직접 제조한 말레이시아 조직이다. 말레이시아의 조직 총책이 일본, 대만, 홍콩 등에 필로폰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한국 조직의 총책과 중국 조직의 총책과 협력하기로 한 것. 이들의 범행 목표는 한국 시장 개척이었다. 그렇게 말레이시아 조직이 직접 제조한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오면, 한국 조직이 전달 받아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는 중국 조직에 넘겼다.
경찰이 파악한 국내로 반입된 74kg의 필로폰 가운데 42kg은 한국 조직이 중국 조직에 전달해 유통·판매되는 방식으로 활용됐으며 나머지 32kg은 말레이시아 조직이 서울 양천구 등 원룸에 국내 거점을 두고 직접 관리하며 유통했다.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조직의 본격적인 범행이 시작된 2023년 1월 말은 겨울이다. 추운 날씨로 인해 두꺼운 겉옷을 입는데 그 겉옷 내부에 마약을 부착한 조직원이 직접 배달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그렇지만 날씨가 점차 더워지면서 더 이상 두꺼운 겉옷을 입지 못하게 되면서 대안으로 국제화물 배송을 선택했다.
이들은 범행 목적으로 특수 제작된 나무도마를 활용했다. 필로폰을 제조한 말레이시아 조직이 나무도마의 속을 파내 필로폰을 숨겨 국제화물로 한국 조직에 보내는 방식이다. 마약 밀반입에 나무도마를 활용했다가 검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국내로 밀반입된 필로폰은 전형적인 수법에 따라 유통됐다. 텔레그램, 위챗 등의 SNS를 이용해 구매자들과 연락한 뒤 특정 장소에 필로폰을 숨겨두고 구매자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소위 ‘던지기 수법’이 활용된 것.
경찰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조직 총책은 검거됐지만 아직 한국·말레이시아 조직 총책은 잡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아직 잡히지 않은 말레이시아 조직과 한국 조직 총책을 검거하고 국내에서 유통 중인 잔여 필로폰 수거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말레이시아 경찰과 공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인천공항 세관 직원 연루 가능성으로 확대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경찰이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조직의 첫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한 날짜는 2023년 1월 27일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해 1월 27일 인천공항으로 도착한 대한항공 KE672편에 말레이시아 조직원 6명이 탑승한 것. 이들은 겉옷 내부에 필로폰을 4kg씩 숨기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런데 6명 모두 보안 검색에 발각되지 않았다.
세관 직원 연루 가능성을 단독 보도한 MBC에 따르면 당시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정식 보안 검색 게이트가 아닌 별도의 통로를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에게 안내한 것으로 경찰이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검거한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의 진술로 이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인천공항 현장 검증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근무 기록 등의 자료로 관련 혐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4명 이상의 세관 직원을 지목해 이들의 통화 및 메시지 내역도 수사 중이다. 더욱이 현장에서 보안 검색 실무를 지휘하는 과장급 간부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 화제가 되고 있다.
다만 관세청은 10월 11일 바로 입장문을 내 “자체적으로 확인해 본 결과 여러 가지 정황상 개연성이 낮다”면서도 “관세청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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