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표 씨 사망의 책임을 놓고 유튜버 '무엇이든 표현하는 남자'(무표남)에게 비난이 쏠리고 있다. 그는 표 씨와 최근까지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표 씨가 마지막 영상에서 자신이 고통 받는 원인으로 지목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단, 무표남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수사를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2차 가해 우려도 따르는 상황 속 고인과 무표남 사이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되짚어 봤다.
#예기치 않은 상황
고 표예림 씨는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학창시절 12년 동안 심각한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사실을 폭로해 대중들에 각인됐다. 이후 부산 연제구 미용실에서 일하며 전국 학폭 피해자들과 연대해 주목 받았다. 특히 학폭 공소시효와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가해자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을 폐지하는 노력에도 앞장섰다.
이런 활동은 사회의 학폭 심각성을 깨우치며 근절 목소리를 키우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가해자들에 대한 소위 '신상 털기' 등의 문제가 불거지긴 했으나 학창시절 폭력도 언제든 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고,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 연장을 뼈대로 한 '학폭 예방·방지법' 개정안이 마련돼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표 씨는 자주 힘들고 외로웠다고 한다. 결국 표 씨는 같은 날 오후 4시 20분쯤 부산 부산진구 성지곡수원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낮 12시 57분쯤 한 여성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수색을 벌이다 3시간 20분 만에 표 씨를 찾아냈다. 그러나 이미 숨진 상태였으며 타살 혐의점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표 씨가 세상을 떠나자 예기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가 마지막 영상에서 "유튜버 A 씨가 저를 저격하며 다중의 익명으로 인신공격과 흔히 말하는 조리돌림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여기서 A 씨가 무표남이다. 이에 그 역시 논란을 의식한 듯 표 씨 사망 당일 입장문을 내고 "고인이 되신 분의 명복을 빈다"며 "(저와의) 법적 공방에 그녀가 위기감을 느끼고 극단 선택을 한 듯 보이지만 우리는 피해를 보아왔을 뿐 잘못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불안감과 불쾌감
표 씨와 무표남 양쪽은 2023년 7월 5일 처음 만났다. 무표남이 학폭 피해 생존자 모임을 만들고 확산하는 데에 힘을 합치자며 표 씨에 먼저 연락했다. 무표남도 어린 시절 시달려온 학폭 피해를 토로해 왔었다.
만남 초기에는 둘의 분위기가 좋았다. 전국의 학폭 피해자 약 20명이 모임에 합류하며 한껏 기대도 모았다. 이들의 목표는 학폭 관련법개정과 학폭 예방 및 피해지원 기관 설립이었다.
하지만 불과 약 일주일 만에 균열이 발생했다. 우선 무표남이 애초 모임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국회의원 등의 도움을 주선하기로 약속했으나 속도감 있게 추진되지 못했다. 무표남이 사무실 등 활동 거점도 마련하려고 했으나 이 부분에서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표 씨는 무표남에 누적된 불신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표 씨는 '사무실을 보여주기로 하지 않았느냐', 무표남은 '애초에 보여주기로 한 적이 없다'는 식이었다. 표 씨 입장에서는 '국회의원 주선도 사무실 마련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강했고, 무표남으로서는 '국회의원 연결은 단기간에 되지 않으며 사무실 공개는 원래 약속한 바 없다'고 맞서기를 반복했다.
특히 표 씨는 무표남의 과거 이력을 확인하며 불안감이 심해졌다. 반면 무표남은 과거 상처를 들춰냈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더했다. 그렇게 7월 12일 모임은 결렬됐다. 그런데도 다툼은 이어졌다. 오히려 7월 29일 폭발했다. 무표남은 표 씨가 자신의 혐의를 다룬 옛 기사를 어느 개인에게 공유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무표남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표 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표 씨는 익명 처리된 무표남 기사를 단지 공유했을 뿐이며, 모임 결렬 후 무표남에게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여러 번 통보했으나 안 지켜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2023년 8월 표 씨도 무표남을 명예훼손 및 스토킹 등의 혐의로 고소, 무표남도 모욕 등 혐의로 다시 맞고소했다.
#무표남, 2차 법적 공방 예고
현재 쟁점은 무표남의 스토킹 여부다. 표 씨는 "(무표남의) 과거 이력을 알게 돼 모임 연대를 거절했지만 지속적으로 연락이 왔고 익명으로 악성 메일도 보내는 등 저를 스토킹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무표남은 "저에 대한 명예훼손을 멈추라는 말 외에는 메일 등을 보내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또 표 씨가 고통을 호소한 사이버불링(온라인상 괴롭힘)도 논란이다. 고인은 마지막 영상에서 "(무표남이) 하루에 두세 개의 영상으로 저를 저격한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실제 무표남은 최근까지도 표 씨를 직격한 약 10편의 영상을 본인 유튜브에 게재했다. 이 영상들을 계기로 표 씨를 향한 악성댓글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무표남은 "표 씨의 문제 제기에 방어하는 형태로 제작했다"며 "한 가지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서는 여러 근거를 갖춰야 하므로 영상 등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어 "당장 다음 주면 저에 대해 고인이 고소한 사건들 조사가 있으므로 성심성의껏 사실 관계를 밝히겠다"고 했다.
무표남 사건을 맡은 서울 관악경찰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단 무표남의 경우 2차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자신을 향한 비방 콘텐츠 제작을 예고하거나 관련 댓글을 게시한 이들을 수사하고 엄벌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냈다.
무표남은 "소위 신상털기를 당한 탓에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도 모르는 전화가 계속돼 욕설과 협박 등이 잇따르고 있다"며 "고인의 죽음에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현재로선 저 역시 해선 안 될 생각을 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상황이라 수사 기관이 적극 수사하고 다스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