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제 미사일 의혹에 이란 자금 60억 달러 동결해제 논란…부산엑스포 유치전은 반사이익 가능성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은 무자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공격 범위에 이스라엘인들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스라엘 현지에선 이번 침공을 두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유대인 대학살이었던 ‘홀로코스트’에 비유하는 시선까지 존재한다.
10월 11일 미국 방송 CNN은 하마스 고위 관리 알리 바라카 발언을 인용해 이번 전쟁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바라카는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약 2년 동안 준비했다”면서도 “이번 작전은 내부 그 어떤 파벌은 물론 동맹들조차 공격 개시 시점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바라카는 “기밀 유지를 위해 끝까지 (공격개시 시점을) 함구했다”면서 “우리에게 돈과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라고 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하마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기습공격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마스는 대규모 폭격과 더불어 이스라엘인 납치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전쟁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으려는 포격 시도와 동시에 이스라엘 반격에 대비해 ‘인간 방패 전략’에 활용될 인질을 확보하고 있다. 어린아이와 영아를 살해 및 분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권을 유린하는 하마스에 대한 국제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반격 과정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면전을 두고 국제사회 역시 반으로 갈리는 분위기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국에선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타이완,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카타르, 이라크, 헤즈볼라, 튀르키예, 시리아 등 아랍권 국가들은 하마스 지지를 밝혔다. 북한과 쿠바 등 국가도 하마스를 지지하고 나섰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브라질, 태국, 스위스, 스웨덴, 폴란드, 싱가포르 등 정부는 하마스를 규탄하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직접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는 않는 스탠스를 취하며 관망세에 돌입했다.
국제정세에 밝은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그동안 고립된 가자지구에서 누적됐던 하마스의 불만과 공격성이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사실상 미국이 뒤를 봐주는 형국에서 기술 기반 국방력을 세계 최강 수준으로 끌어올린 케이스”라면서 “다만 작은 영토와 지정학적 위치가 유리하기만 하지 않다”고 점쳤다.
그는 “이스라엘 역시 끝장승부를 볼 각오로 총동원령을 내린 만큼, 우크라이나 화약고에 이어 중동 화약고까지 폭발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면서 “흑해를 기준으로 남과 북에서 서로 다른 메가톤급 전쟁이 펼쳐지는 양상이 전개되는 가운데, 열강들 역시 양분된 전선에서 각자 손익계산에 돌입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시아대륙 서쪽 끝에 위치한 이스라엘에서 전개되고 있는 전쟁은 극동아시아 땅끝인 한반도에도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주요 이슈들에 한국과 북한이 발을 걸치고 있는 까닭이다.
먼저 북한 이야기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제작한 미사일 무기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월 9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군사 전문 블로거 ‘워 누아르’의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인용해 “알깟삼 여단 대원 한 명이 북한에서 제작된 F-7 고폭파편로켓을 휴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7 고폭파편로켓은 85mm 규격 포를 장착한 로켓추진 유탄 발사기로 알려져 있다.
그간 북한은 이란과 무기 거래 의혹 중심에 서 왔다. 이란은 중동권 국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큰형 격’ 국가로 꼽힌다. 하마스의 직접적 뒷배로 거론되는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사들인 무기를 하마스에 넘기는, ‘삼각 거래’를 했다면 이는 국제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전직 미국 국방정보국(DIA) 관계자인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를 통해 “하마스는 전부터 북한이 제작한 F-7은 활용해왔고, 북한은 하마스에 대전차 미사일 ‘불새’도 제공해 왔다”면서 “앞으로 상황이 악화한다면, 하마스는 ‘불새’를 활용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이란과 무기를 거래한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던 내용”이라면서 “극단적인 반미 프레임을 공통분모로 삼고 있는 두 나라가 핵 및 미사일 기술 개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국제사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고 했다.
북한이 간접적으로 하마스 무장활동을 지원해준 정황이 속속 포착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한국 내 이란 자금 60억 달러에 대한 동결 해제가 이뤄진 사건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2023년 8월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 60억 달러는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됐다. 이란은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에 묶여 있던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유 수입대금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백악관 복귀’를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겨냥하며 이란 60억 달러 동결 해제 이슈를 띄웠다. 또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에 유화적인 바이든 정책이 그들 금고를 채워줬다”고 지적했다. 두 공화당 대선주자가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정보기관 현직 인사는 “이란 원유대금 60억 달러가 동결돼 있던 건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하면서 이뤄진 외교적 조치”라면서 “우리 정부가 내린 조치라기보다는 미국 요청으로 이뤄졌던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8월 동결 해제 조치는 9월 미국과 이란 사이 이뤄진 수감자 교환 합의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한국 정부가 결정권을 행사했다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미국 정가에서 한국이 언급되며 마치 이란 원유대금 동결 해제 책임 주체처럼 지목되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서 동결 해제된 이란 자금에 대한 책임론을 부정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CNN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이란 포로교환으로 동결 해제된 자금 60억 달러 가운데, 이란은 1달러도 지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소 엉뚱한 불똥이 한국을 향해 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또 다른 주요 이벤트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 관련 내용이다. 엑스포 유치전은 양강 구도다. 대한민국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사이 경쟁이다. 아직까지 어느 쪽이 엑스포를 유치할지 예측하기 힘든 백중세다. 엑스포 개최지는 11월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53일 앞두고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제사회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월 10일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장 마흐무드 압바스에게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갈등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12일에도 빈 살만 왕세자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지한다”고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입장에 서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실상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쪽에 서면서, 엑스포 유치전에도 커다란 변수가 생길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대규모 물량공세를 바탕으로 일부 서구권 국가 표심을 얻어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그간 확보한 국제사회 표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여부가 엑스포 유치전 승부처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전선은 넓어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북쪽으로 국경을 접한 레바논에 속해 있는 무장정파 헤즈볼라까지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12일엔 이스라엘이 북쪽으로 국경을 마주한 또 다른 국가 시리아를 공격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시리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공항과 알레포 공항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예비군 총동원령을 내린 뒤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이번 전쟁 여파가 더욱 커질 것이고, 사상자 수도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전쟁 자체가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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