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출몰해 퍼포먼스 “난 원래 관종…10만 팔로어 모으면 구멍 하나 더 뚫을 것”
일요신문은 퍼포먼스가 끝난 직후 엔젤박스녀 진행한 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엔젤박스녀는 ‘아인’(A_in)이다. 아인과 그녀의 소속사 대표는 이번 퍼포먼스를 일종의 행위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아인은 “남자가 웃통을 벗는 건 문제 없고, 여자가 웃통을 벗으면 범죄로 치부하는 현실을 비틀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어그로’를 끄는 걸 좋아하는 ‘관종’(관심종자)임을 당당하게 드러낸 아인은 “인스타그램 10만 팔로어를 모으면 구멍 하나를 더 뚫어 한 번 더 퍼포먼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아인과 일문일답.
—천사 박스녀로 나선 사람이 누구인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나는 관종이다.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걸 너무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병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받는 걸 원했다. 일종의 애정결핍 같기도 하다. 과거에는 생계를 위해 소위 ‘가라오케’에서 일하기도 했다. 약 2년 전부터 한국 AV 배우 겸 모델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독형 플랫폼에서 팬과 소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술집에서 일한 걸 공개해도 되나.
“나쁜 일 한 것도 아닌데 상관없다. 누구 돈을 훔치거나 빼앗은 것도 아니고, 생계를 위해 직업 중 하나로서 일을 한 거다. 비난받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퍼포먼스는 어떻게 하게 됐나.
“소속사 대표가 ‘한국의 고루한 성문화를 깨보는 재밌는 퍼포먼스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재밌겠다고 생각해 고민하지 않고 바로 해보겠다고 했다. 평소 남자가 웃통을 벗으면 아무렇지 않고, 여자가 벗으면 처벌받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깨보는 일종의 행위예술이라는 설명도 맘에 들었다.”
—엔젤박스의 뜻은 뭔가.
“깊은 뜻은 담겨 있지 않다. 박스 안은 천국이라는 의미와 엄청난 선물을 주는 착한 일을 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이 가슴을 만지는 게 유쾌할 것 같지는 않다.
“기분 나쁘지 않다. 내 몸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위다. 오히려 자랑하고 싶다. 모든 남자가 만져줬으면 좋겠다. 가슴이라고 특별히 터부시하고 싶지 않다.”
—실제로 사람들 반응은 어땠나.
“생각보다 수줍어했다. 손을 넣어도 깊게 손이 들어와서 만지지 않고 가볍게 터치만 하고 가는 정도였다. 더 심하게 만져도 되는데, 그런 분은 거의 없었다.”
—이번 이벤트를 보고 퍼포먼스가 끝난 뒤에도 갑자기 가슴을 만지고 가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도 프리허그 팻말을 걸고 있을 때만 안을 수 있지 않나. 엔젤 박스를 걸칠 때만 사람들이 만져도 되는 준비가 끝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이벤트를 두고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거로 생각한다. 부정적인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긍정적인 반응만 보면서 사는 성향이다.”
—주변에서는 이번 이벤트를 두고 어떤 반응이었나.
“주변에선 ‘멋있다’, ‘응원한다’, ‘자신 있게 살아라’ 등의 말을 해줬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공약 하나를 걸고 싶다. 압구정에서 입고 다닌 박스 앞에 QR 코드를 심었고, 이를 사진 찍으면 인스타그램으로 연결된다. 이번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어, 인스타그 10만 팔로어를 달성하면 구멍이 하나 더 뚫린 박스를 입고 나타나겠다.”
―일반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인 것 같다.
“처음으로 인터뷰도 하고, 공약도 걸고 보니 재밌다. 앞으로도 관심과 애정을 먹고 살아가고 싶다. 목표는 언젠가 TV에 나가는 거다. 섭외 오면 박스 입고 바로 나간다. TV 관계자분들 인스타그램 DM 달라.”
다음은 아인 소속사 대표와의 일문일답.
―아인 소속사는 어떤 곳인가.
“2022년 11월 만들어진 신생 기획사다. 일반인을 인플루언서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일반인을 웹드라마,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하는 인플루언서로 만들기도 하고, 구독형 플랫폼 등에서 상위권으로 띄우기도 한다. 한 구독형 플랫폼에서 상위권을 잡고 있기도 하다.”
―이번 압구정 박스녀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성에 대해서 좀 숨 쉴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성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꽉 막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퍼포먼스는 ‘어그로’이자 일종의 행위 예술로 기획해 봤다. 여러 가지 맥락이 있을 수 있는데, 여성도 남성처럼 성적인 욕구가 있고 뽐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이를 인정해 달라는 의미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악수를 하는 손과 가슴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해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박스 안에 손을 넣어서 가슴을 만지는 걸 보면 가슴은 절대 보여선 안 되는 게 아니라, 의외로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의도로 기획했다.”
―‘도를 넘었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 새로운 환기구가 되고 싶었다. 재미로 봐달라.”
―모델 섭외가 어렵지 않았나.
“처음에는 이걸 아인 씨에게 제안할 때 ‘거절하면 어떡하지’라고 고민했고, 설득할 얘기를 한가득 준비해 갔다. 그런데 아인 씨에게 ‘박스만 쓰고 압구정에서 가슴을 만지게 하는 기획’을 얘기했는데 고민 없이 곧바로 수락하더라.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이번 퍼포먼스로 비난을 받을 수 있는데 걱정은 없나.
“걱정은 없다. 비난은 중요하지 않다.”
―다음 계획도 있나.
“압구정 박스녀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여러 군데서 해볼 생각이다. 또 다른 기획도 계속 준비 중이다. ‘엔젤박스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같이 어그로 끄실 생각 있으신 분은 회사로 연락 달라.”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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