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부모가 아이를 놀게 해주는 게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아이는 스스로 노는 겁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아이들은 심심하면 자기들이 알아서 놉니다.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놀게 내버려두면 통제받지 않는 상황에서 창의력도 생기고 협동심도 생기고 인생이 즐겁다는 것을 배웁니다. 부모가 대안을 제시해줄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합니다.
아이들끼리 갈등이 생겨도 부모가 너무 개입하지 마세요. 적당한 다툼은 서로 간의 갈등을 견디고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갈등은 부모가 해결해주는 게 아니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세요.
아이들은 놀면서 두뇌가 발달합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공부하는 두뇌를 만드는 데도 아이들끼리 마음껏 노는 게 중요합니다. 창의력, 사고력, 사고의 유연성 등 미래의 인재로 키우는 데 필요한 학습능력 향상에도 노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마음껏 놀게 내버려두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오래 논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종일 놀아도 좋습니다. 열심히 놀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할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도 요즈음 아이들은 학원이다 뭐다 하면서 그럴 시간이 없죠. 그게 비극이죠.
최근 미끄럼틀도 못 올라가게 하고 시소도 위험하다고 못 앉게 하고 그네도 떨어질까봐 못 타게 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배려 아래 적당한 수준의 위험한 놀이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위험에 대한 한계를 깨닫고 위험을 피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부모가 너무 안전을 챙기다가는 아이가 나중에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놀이에도 롤 모델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경험하면서 노는 것도 배웁니다. 평소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일상을 충실하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 노는 것의 기본이 될 뿐 아니라 언어발달과 인간관계 발달에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좋은 놀이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하면 더 좋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건 주입식 교육이나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는 더 알차게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노는 법을 익히기 힘들게 만들고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능력을 기르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이라면 놀이를 가르치기 위해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는 있습니다.
아이들끼리 놀게 내버려두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고 보람차게 살아가는 데 중요하고 공부하는 두뇌발달에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맞벌이라서 이런 거 다 알면서도 해줄 수 없다고요? 모든 사람들이 제일 좋다는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뭐가 좋은지는 알고 부모가 자신의 사정에 맞게 아이에게 해주시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정훈은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다.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교육이사,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모유수유위원회 위원장,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하정훈소아과의원 원장이다. 베스트셀러 육아지침서이자 육아교과서라 불리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이기도 하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