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정섭 검사 비위 의혹 제기…국민의힘 ‘최재경 녹취록 조작’ 추궁…김영배 vs 송경호, 이재명 수사 ‘입씨름’
#민주당, 이정섭 검사 공수처 고발 예정
10월 17일 오전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등 11개 검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비위 의혹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이 차장검사가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PPT(프레젠테이션)를 띄운 뒤 “수사를 할 사람이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할 분 같다”며 “제보가 들어왔는데 확인된 최소한의 것만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차장검사는 이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쌍방울그룹의 쪼개기 후원 의혹 등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특별수사팀을 지휘하고 있다.
우선 이 차장검사가 자녀 입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 차장검사의 주민등록등본을 PPT에 띄운 뒤 “이 차장검사가 자기 딸만 데리고 서울 도곡동의 한 아파트 101동에서 104동으로 주민등록을 옮겼다”며 “딸을 명문 대도초등학교로 보내기 위한 위장전입”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정섭 차장검사가 처남이 운영하는 골프장 직원이나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등의 범죄 기록을 조회해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 자료에 따르면 처남은 이 차장검사에게 한 신분증을 보내며 “형, 이 사람 수배자나 전과 있는지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행위가 실제로 이뤄졌다면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59조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등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김 의원은 이 차장검사가 처가와 관련된 각종 민·형사 분쟁에 적극 개입하며 집사나 해결사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처남의 요청에 따라 이 차장이 자기가 잘 아는 변호사를 추천해준다”며 “그렇게 이 사건이 가볍게 끝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직 검사가 변호사를 추천해준 건 검사 행동강령 품위 유지 위반 등으로 처벌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 차장검사가 선후배 검사들을 위해 처남이 운영하는 골프장을 회원제 골프장처럼 이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김 의원 자료에 따르면 이 차장검사는 처남에게 골프 예약과 캐디 지명 등을 여러 차례 부탁했다. 비용을 싸게 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해당 골프장은 대중형 골프장으로 생활체육시설로 분류돼,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곳이다. 회원제처럼 운영돼선 안 된다.
이에 대해 신봉수 수원지검장은 “저도 처음 접하는 내용이다. 검찰 내 감찰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며 “오늘 국감장 이 자리는 지난 1년간 수원·서울고지검 업무를 말씀하시는 자리인데, (김 의원의 문제제기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인지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수원지검장이 말씀하신 게 정확한 해석이다. 지검장은 소속 검사에 대한 감찰권이 없다. 검사 감찰권은 대검찰청 감찰본부, 법무부 감찰실에서 갖고 있다”며 “(김 의원 질의는) 대검 감찰부장이나 검찰총장에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에 관해서 각 기관을 감사하라고 하는 것이지. 기관장에게 소속 직원 비위에 대해서 질의하고 답변을 요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 차장 비위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문제 제기는 이 대표를 향한 칼끝을 무디게 하려는 것”이라며 “이 차장을 겨냥해 여러 대북송금이나 쌍방울 후원금 의혹 (수사를) 막으려는 나쁜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의원의 자료 취득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이 제시한) 개인의 주민등록등본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이것도 잘 모르겠지만 국정감사 자료수집 범위 내 이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감사 권한이나 면책특권을 남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 차장 비위 의혹에 대한) 자료가 제공됐다는 사실이 뭐라 형언할 수 없을만큼 유감스럽다”며 “이런 자료가 나가게 된 것이 매우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0월 18일 민주당은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률 검토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섭 차장검사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위장전입은 딸 진학 때문에 옮겼다가 다시 돌아온 건 맞다”면서도 “범죄 기록을 조회해줬다는 건 명백한 사실무근이다. 골프장 예약, 변호사 소개 등은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대표 수사를 하는 저를 흠집 내고 싶어 할 수는 있는데, 국감장에서 공개된 자료 자체가 불법적으로 취득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 처남 부부의 개인적인 일에 동원된다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민주당은 이런 일로 제가 수사에 전념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당, ‘허위 보도’ 의혹 수사 질의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허위 보도’ 의혹 사건 수사에 대해 질의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김대업 병풍 조작 사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이와 같은 조작 사건은 민주주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본질을 흔드는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지적하며 “20대 대선에서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조작 사건이 벌어졌다. JTBC의 윤석열 커피 보도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최재경 녹취록 조작 사건’을 집중 추궁했다. 유 의원은 “그것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소위 검찰의 유명한 전직 고위직 출신인 최재경 검사장 대역을 써서 녹취록을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이 대역을 한 사람이 누군가 하면 김병욱 민주당 의원 보좌관”이라며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였고, 화천대유 진상규명 TF 단장으로 활동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은 개인의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의원에게 보고 없이 경천동지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이 대표에게도 보고가 안 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대선을 앞둔 2022년 3월 1일 인터넷 매체 리포액트 운영자인 허재현 기자가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 사촌형인 이철수 씨와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장 간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기사로 보도한 것에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조 씨를 의도적으로 봐줬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런데 녹취록 속 최 전 중수부장이 사실은 김병욱 민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경호 지검장은 “사건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 판단할 것”이라며 “당연히 형사 책임의 성립 여부, 또 과연 그 형사 책임의 인적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0월 16일 김병욱 의원은 녹취록 조작 의혹에 대해서 “당시 이철수 씨를 제보자로서 만났다”며 “제보받은 이후의 전개 상황에 대해 알지 못 한다. 허위 보도와 관련해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으며, ‘리포액트’를 운영하는 허재현 기자를 기사를 통해 처음 접했다. 허 기자와 모르는 관계”라고 해명했다.
#"중대·구속 사안" vs "빈털터리 결과"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자체를 두고서도 공방이 치열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언급하며 “서울중앙지검 검사 10~20%가 한 명의 사건을 1년 반 가까이 수사했지만, 빈털터리 결과가 나와서 국민적 비난을 초래한 것에 대해서 참담하다고 생각한다”며 “2016년 검사 25명에 수사를 70일 정도 한 박근혜 특검팀은 성과가 있었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경호 지검장은 “검찰 수사에 대한 평가는 다른 의견도 많이 있다.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응수한 뒤 “모든 사건은 이 대표가 국회의원과 당대표에 출마하기 전에 이미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황에서 이성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주도하에 사건 수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검찰이 표적 수사에 나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수사팀 규모도 이례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의원은 “수원지검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가져왔다가 기각이 되니까 다시 수원으로 내려보냈다. 역대급 꼼수 아니냐. 하나 가지고 자신 없으니까 이것저것 붙여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상당히 부풀려서 (구속영장 청구를) 시도한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송 지검장은 “(이 대표 의혹 사건은) 한건 한건이 모두 중대사안이고 구속 사안이다. 그러면 그 세 건을 건건이 (구속영장) 청구했어야 하느냐. 그래서 모아서 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둘은 오후 국감에서도 강하게 부딪쳤다. 김영배 의원은 “(검찰이) ‘집단 뇌피셜’처럼 계속 되뇐다”며 “(송경호 지검장이) ‘이재명 대표는 범죄자이고 한건 한건 다 구속 사안’이라고 했는데, 일종의 분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들 실력이 없어서 구속을 못 시켜놓고, 지금 와서 재판부에 뭔가 문제 있는 거처럼 투덜대고 있다. ‘투덜이 스머프’도 아니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검찰이) 자성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경호 지검장은 발언 기회를 요청한 뒤 김 의원 발언을 부적절하다고 직격했다. 송 지검장은 “국감장에서 ‘집단 뇌피셜이냐, 투덜이 스머프다, 봐주기 전문가냐’고 말하는 것은 심히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위원님이 피고인 개인의 변호사가 아니다. 국감은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밑도 끝도 없이 수사에서 충분한 혐의가 인정돼 재판을 진행하고 준비 중인 책임자에게 집단 뇌피셜이라고 하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국민 대신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거는 틀렸고요.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라고 하는 건 피감기관의 기본 태도가 아니다”라며 “영장 청구했다가 기각됐으면 판결을 존중해야지, 검찰이 헌법기관에 대해 자기중심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지검장도 물러서지 않고 “의원님이 사건 진행에 대해 물어보시면 답을 하지만 ‘집단 뇌피셜이냐’ ‘투덜이 스머프냐’라고 하면 어떻게 답을 하느냐”며 “이게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질문이냐”고 맞받았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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