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먹는 하마 전락 위기...지역경제 효과는 “글쎄?”
부족한 결과, 흥행 실패 주장도...
제20회 가평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지난 10월 9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됐다. 가평군은 20주년을 맞은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며 제56회 가평군민의 날 행사와 재즈페스티벌 전야제를 연계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가평군의 바람처럼 재즈페스티벌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 대비 관람객 수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행사 마지막 날인 지난 9일에는 관람객 수가 채 2000여 명 정도로 줄어드는 등 관심이 떨어졌다.
국내 최대 재즈행사로 호평을 받아오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이렇듯 내리막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의 축제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를 두고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그 첫 번째는 행사 관계자의 불친절한 안내 및 고압적인 태도로 인한 갈등이다. 또 이용시설 문제(화장실, 주차, 이동수단 등)와 티켓 가격 인상에도 변화 없는 프로그램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페스티벌을 관리하는 가평군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20년 동안 보조금을 지원했으나, 주관사인 (사)문화현상과 인재진 이사장만 바라보고 있었을 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평군은 재즈페스티벌에 매년 수억원씩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4년 4억 5천만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8회에 걸쳐 100억원 이상 지원을 했다.
올해에도 보조금으로 4억원을 지원했다. 가평군은 8억원 지원을 추진했으나, 가평군의회의 제동으로 4억원으로 축소됐다.
군 보조금 109억 그러나 수익은 '문화현상' 주머니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사)문화현상이 주관과 주최를 맡고 있다. 문화현상의 이사장은 대한민국 재즈의 거장이라 불리는 인재진씨다.
인재진 이사장은 지난 2004년 제1회 재즈 페스티벌부터 관여해 왔다. 하지만 당시 페스티벌의 주관사는 ‘사단법인 자라섬 청소년재즈센터’였다.
2015년까지 행사를 주관해 오던 자라섬 청소년재즈센터는 ‘뮤직런 평택’ 거리공연 축제 기획 관련 보조금 유용으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다.
당시 검찰은 보조금을 유용한 직원을 구속했고, 인재진 이사장도 재판을 받았다. 재판 결과 인 이사장은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자라섬 청소년재즈센터에는 보조금 지급이 중단됐다.
이후 인 이사장은 2021년 새롭게 (사)문화현상을 설립했고, 가평군은 이때부터 다시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투입된 보조금은 국비와 군비를 포함해 총 138억원 규모다. 이중 가평군은 올해까지 109억여원을 보조했다.
문화현상 측은 자기부담 금액이 120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120억원은 축제를 통해 발생한 수입이므로 실제 현금이나 현물을 직접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축제 운영 협약’ 불공정 논란...이익금 4억 누구에게
지난 2022년, 가평군과 문화현상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계획하며 12억원(가평군 보조 4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흥행의 성공과 협찬이 늘어남에 따라 18억원 정도의 수입이 발생했다. 문화현상은 이 중 4억원 가량 이익금으로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문화현상이 이익금을 자신들의 운영, 직원복지 등에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가평군과 ‘2022년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추진 및 수입(익)금 운영협약서’ 내용에 따른 이유다.
협약서에는 입장수익과 협찬수익의 55%는 축제사업비로, 45%는 문화현상의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필요시에는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프로그램운영비 및 축제사업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표기됐다.
가평군은 단지 축제 전반에 대한 관리 및 조정, 그리고 행정적 지원을 맡고 있으며 운영의 모든 권한은 문화현상이 갖고 있다.
가평군은 보조금 지원과 행정적 지원만을 맡을 뿐 수입의 관리 및 지출은 문화현상 측이 모든 권한을 갖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들어 불공정협약을 맺은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한다.
지역 주민 A씨는 “가평군 돈이 수 억원 이상 들어간 재즈축제가 가평군 행사가 아닌 특정인을 위하는 것 같다.”며 협약 내용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가평군 공무원들의 재즈페스티벌을 대하는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취재에 응한 주무부서 공무원들은 인재진 이사장이 아니면 재즈페스티벌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해외 유명 아티스트 섭외 등을 위해서는 인재진 이사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20년 동안 130억이 넘은 혈세가 투입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인재진 이사장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평군의 주장에 대해 공연 기획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B 씨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성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재진씨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외 재즈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공연 기획을 하는 것은 국내의 기획사들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며 가평군과 다른 입장을 내세웠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관련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맺은 협약의 내용과 결산 보고, 그리고 비리 직원 채용 등 문제점들이 지적을 받고 있다. 본지는 이에 대해 추가 취재 보도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해당 내용에 대해 인재진 대표에게 직접 물어보고자 수차례에 걸쳐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문화현상 직원을 통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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