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 방송 송출 중단 통보에 스카이라이프 대가검증협의체 요청…홈쇼핑업계·유료방송사 간 갈등 지속
송출수수료는 일명 ‘채널번호 자릿세’다. 홈쇼핑사는 방송 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유료방송사업자에 송출수수료를 지급한다. 방송통신위원회 법령안에 따르면 홈쇼핑사에서 송출수수료를 받는 유료방송사업자는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IPTV(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과 VOD를 볼 수 있는 서비스) 등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으로 현대홈쇼핑에서 송출수수료를 받는데, 재계약 과정에서 두 회사가 송출수수료로 갈등을 빚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KT스카이라이프와 재계약 과정에서 송출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채널을 후순위로 옮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현대홈쇼핑의 방송은 채널번호 6번에서 송출된다. 지상파 방송 사이에 있으며, 채널번호가 앞 쪽에 위치해 많은 소비자들이 시청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에 채널이 가까울수록 송출수수료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편성권을 쥐고 있는 KT스카이라이프는 채널번호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은 협상 기간을 두고도 옥신각신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3월 홈쇼핑과 유료방송사 간 공정한 협상을 위해서라며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가 계약 갱신을 위해 협상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의무 협상기간을 5개월로 정하고 최대 3개월의 추가 협상기간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홈쇼핑이 3개월의 추가 협상기간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방송 송출 중단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협상 진행 중 방송 송출 중단을 통보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가이드라인대로라면 송출수수료 협상 기간은 오는 11월 15일까지다. 다만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법 조항이 아닌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권고사항대로 의무협상 5개월은 지켰고 이후 (방송) 송출 중단을 전했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 18일 KT스카이라이프는 과기정통부에 대가검증협의체 가동을 신청했다. 대가검증협의체는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 간 계약 공정성을 따지는 제도로 협상 당사자가 협의체 검증을 신청하거나 추가 협상 기간 이후에도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 열린다. 현대홈쇼핑의 방송 송출 중단 날짜가 다가오는데, 협상에 진전이 없어 대가검증협의체를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가 대가검증협의체를 신청했다”며 “양측 간 (송출수수료를 두고)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 사이에서 송출수수료로 인한 갈등은 꾸준히 발생해왔다. 올해 6월 한국TV홈쇼핑협회에서 발표한 ‘TV홈쇼핑 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2019년 1조 5497억 원 △2020년 1조 6750억 원 △2021년 1조 8074억 원 △2022년 1조 9065억 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홈쇼핑업계는 울상이다. 송출수수료 지급은 늘고 있지만 업계 실적은 부진해서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2분기 매출액 5228억 1400만 원으로 전년 동기(5422억 3700만 원) 대비 3.6%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6억 6500만 원으로 전년 동기(277억 9600만 원) 대비 36.4% 감소했다. 롯데홈쇼핑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2310억 원으로 전년 동기(2720억 원) 대비 15.2%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억 원으로 전년 동기(280억 원) 대비 92.8% 감소했다. GS홈쇼핑 역시 올해 2분기 매출액 1863억 원으로 전년 동기(3273억 원) 대비 12.5%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3억 원으로 전년 동기(321억 원) 대비 14.9% 감소했다.
일부 유료방송사들은 자신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급부상하면서 가입자가 줄고 지출 비용은 늘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케이블방송, IPTV 등의 지난해 하반기 기준 가입자 증감률은 0.67%를 기록했다. 과기정통부는 가입자 증감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하반기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료방송사들이 지상파 3사에 지급해야 하는 재송신료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송신료는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이용 대가다. 유료방송사는 그간 콘텐츠를 제공한 지상파 3사에 시청자에게 받은 수신료의 일부를 배분해 왔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 3사가 유료방송사들에서 받는 재송신료 매출은 2013년 1254억 6300만 원에서 2021년 4079억 36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22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 주요 현황’에 따르면 유료방송사들의 매출은 IPTV를 제외하고 모두 줄었다. IPTV의 지난해 매출은 4조 8945억 원으로 전년(4조 6368억 원) 대비 5.6% 늘었다. 반면 위성방송은 같은 기간 매출 5058억 원으로 전년(5210억 원) 대비 2.9% 감소했으며, 케이블방송에 속하는 종합유선방송사(SO)는 1조 8037억 원으로 전년(1조 8542억 원) 대비 2.7% 줄었다.
유료방송사들이 홈쇼핑업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2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 주요 현황’에 따르면 유료방송사들의 전체 방송사업 매출액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케이블방송 41.9% △위성방송 35.5% △IPTV 30.2%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케이블방송 관계자는 “홈쇼핑 의존도가 낮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그러나 송출수수료를 낮추면 유료방송사 매출이 줄 텐데, 홈쇼핑업체와 유료방송사들 모두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들이 모여 송출수수료 적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의 관련기관의 중재 아래 홈쇼핑업계, 유료방송사들이 모여 적정 송출수수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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