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에코비트는 지난해 배당으로 지출한 금액이 순이익을 상회할 정도로 고배당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초 KKR이 태영건설에 자금을 지원할 당시, 태영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잡았다. 에코비트 내 KKR의 입지가 한층 강화된 터라, 당분간 고배당 정책은 유지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에코비트 재무에 부담 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사 지원 아래 적극적 투자
에코비트는 수처리, 폐기물, 자원순환 사업 등을 수행하는 종합환경기업으로 태영그룹 계열사 TSK코퍼레이션과 KKR 소유의 에코솔루션그룹이 2021년 10월 합병해 탄생했다. TY홀딩스와 KKR이 현재 에코비트 지분 각각 50%를 보유하고 있다. 최인호 에코비트 총괄대표(옛 태영건설 부사장)는 에코비트 출범 당시 “포괄적이고 선도적인 종합 환경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걸음 더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에코비트는 태영그룹과 KKR의 지원 하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에코비트는 출범 후 명성환경(현 에코비트에너지명성), 영천에코, 동명테크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시 강서구에 종합환경기술연구소 착공에 들어갔다. 에코비트 자회사들의 연구시설을 종합환경기술연구소에 모아 업무 효율을 높이고, 통합 환경기술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에코비트는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에코비트의 부채비율은 출범 직후인 2021년 말 142.8%에서 올해 6월 말 167.8%로 25%포인트(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7097억 원에서 8005억 원으로 12.79% 늘었다. 정작 에코비트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82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344억 원으로 12.53%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82억 원에서 528억 원으로 22.58% 줄었다. 환경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부진하면서 폐기물 반입량이 줄어들고 있고, 처리 단가도 하락세에 있다”고 평가했다.
에코비트 재무 부담을 키운 다른 원인으로는 높은 배당성향이 꼽힌다. 에코비트는 2021년 순이익 747억 원 중 700억 원을 주주배당에 사용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70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주주배당에는 이보다 많은 729억 원을 지출했다. 에코비트가 고배당을 진행한 배경에는 KKR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KR은 사모펀드 운용사이므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투자금 회수가 중요하다. 과거 TSK코퍼레이션은 아예 주주배당을 하지 않았었다. TSK코퍼레이션이 에코솔루션그룹과 합병해 에코비트가 된 후 높은 배당액이 책정된 것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에코비트가 당분간 높은 배당성향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승환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에코비트는) TY홀딩스와 KKR의 공동지배 이후인 2021년 결산배당부터 높은 배당성향을 나타내고 있으며 중기적으로도 높은 배당성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높아진 배당성향과 향후 대규모 지분 투자 가능성 등은 에코비트의 장래 현금흐름에 부담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현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 유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에코비트 관계자는 “에코비트의 현재 실적이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주주사에서 배당금 이상의 금액을 재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투자를 진행한 주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에코비트는 지난해 12월 에코비트엔지니어링(현 금화정수)을 금화PSC에 매각하기도 했다. 에코비트는 매각 이유를 “사업 효율화 목적”이라고 공시했다.
#2026년 IPO에 쏠리는 이목
태영그룹은 환경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의 성장이 중요하다. 하지만 태영그룹은 에코비트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TY홀딩스는 올해 1월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4000억 원을 KKR로부터 차입했다. TY홀딩스가 발행한 4000억 원 규모 사모 사채를 KKR이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KKR은 이 과정에서 TY홀딩스의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잡았고, 금리는 무려 13%에 달했다. KKR의 발언권이 아무래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KKR은 태영그룹을 통해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4000억 원의 사채를 13% 금리로 단순 계산하면 TY홀딩스는 매년 KKR에 520억 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또 에코비트가 지난해와 비슷한 729억 원을 배당한다면 KKR은 약 365억 원을 배당으로 수령한다. 즉, KKR은 태영그룹 및 에코비트 등을 통해 연 900억 원가량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에코비트는 2026년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KKR이 에코비트 IPO 이후 엑시트(투자금 회수)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코비트는 비상장사이므로 현재 기업가치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에코솔루션그룹과 합병하기 전 TSK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를 2조 원 수준으로 측정한 바 있다. 에코비트 스스로는 2026년 기업가치 5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에코비트가 2026년에는 최소한 KKR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정도의 기업가치는 인정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KKR은 2020년 에코솔루션그룹과 ESG청원(현 에코비트에너지청원)을 8000억 원 후반대에 인수했고, SK그룹과 삼양그룹이 보유했던 TSK코퍼레이션 지분 37.39%를 4410억 원에 인수했다. KKR이 에코비트에 투자한 금액은 약 1조 3000억 원인 셈이다.
KKR로서는 KKR 투자자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KKR 입장에서도 에코비트로부터 최대한 많은 금액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일요신문은 KKR에 에코비트 배당 정책과 엑시트 시점 등과 관련한 입장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부동산 PF 보증 탓에…태영건설 부도설 나온 내막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태영건설의 부도설이 나돌았다. 소문이 확산되자 태영건설은 지난 9월 26일 입장문을 통해 “그룹 차원의 지원까지 더해져 현재 4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 중”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루머 유포와 악성 기사 생성으로 회사의 경영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금융감독원 합동 루머 단속반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입장과 달리 외부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지난 6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우철식 태영건설 사장은 최근 경영상 책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는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부도설이 나오는 주요 이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부동산 PF란 법적으로 독립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PF 대출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보증을 제공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PF 보증액은 2조 5000억 원 수준이다. 롯데건설과 현대건설에 이은 3위다. 롯데건설과 현대건설의 PF 보증액은 5조 원이 넘는다. 문제는 PF 보증액의 위험수준이다. 태영건설의 PF 보증 위험수준은 183.7%에 달한다. 반면 현대건설은 9.5%에 불과하다. PF 보증 위험수준이란 ‘주의’와 ‘위험’ 판단을 받은 PF 보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롯데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자본을 확충했다. 하지만 태영그룹은 롯데그룹에 비하면 계열사의 자금력이 약하다.
태영건설은 개발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PF 보증액이 크게 늘었다. 또 태영건설의 PF 위험 수준이 높은 이유는 지방에 상당수의 사업장을 두고 있어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태영건설의 PF 보증과 관련해 “자금 선투입이 요구되는 군부대 이전, 역세권 복합단지, 산업단지 등 개발사업의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업장에 PF 신용 보강을 제공한 결과”라며 “미착공 PF 보증 현장 중 상대적으로 분양 여건이 저조한 지방의 비중이 크고,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보증 규모의 감축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태영건설의 재무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태영건설 관계자는 “계속 유동성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PF 보증액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