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종합감사에 적발, 도시계획담당 중징계 요구
- 다가구 주택에도 생활숙박시설 용도 변경
- 도시계획과 "신규직원의 실수…자세하게 살펴보지 못했다"
- 건축부서는 "도시계획과의 적합 의견 근거"
[일요신문] 경북 포항시(시장 이강덕)가 도시계획 규정을 어기고 관광숙박시설을 건축해야 하는 부지에 생활숙박시설(분양 가능한 아파트 형)을 허가한 것이 드러나면서 사업자와 시의원의 동업 소문까지 더해져 포항시의 유착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최근 포항시청 공무원의 수십억원 횡령 사건이 언론을 타면서 포항시가 한바탕 전국적인 망신을 한 데 이어 불거진 사건으로 포항시의 총체적인 행정 부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6월 정부합동감사에서 포항시는 송라면 지경리 332-2번지 외 2필지(구, 화진휴게소) 부지에 용도에 맞지 않는 생활숙박시설을 허가했고, 기존의 다가구 주택도 생활숙박시설로 용도 변경한 것이 적발돼 도시계획부서 관련자에게 중징계하라는 요구서를 받았다.
이 부지는 지구단위계획 조성에 따라 관광숙박시설만 건축할 수 있는 땅이다. 그런데 포항시는 생활숙박시설 3동을 허가해 주었고, 북구청은 기존의 4층 다가구주택 3동에 대해서 2020년 9월 18일자 생활숙박시설 등으로 용도 변경했다.
당시 포항시 도시계획과는 '신청지는 용도지역이 계획관리지역[지구단위계획구역(지경2지구 가구번호1-1), 관광휴양시설용지(숙박시설), 건폐율 60%이하, 용적율 200%이하, 최고높이 10층 이하(40m)]으로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4조 규정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에 적합함'이라고 건축부서에 의견을 회신해 준 것.
포항시 건축디자인과와 북구청 건축허가과는 이를 근거로 건축허가와 용도변경을 해 주었다. 그리고 북구청 복지환경위생과는 건축물 관리대장의 용도에 의거 숙박업(생활숙박시설) 영업허가를 해 주었다가 정부합동감사에 적발됐다.
당시 포항시 도시계획팀장은 "잘못된 사항을 인정한다. 담당자가 업무를 맡은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본인도 담당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가 너무 바빠 자세하게 살펴보지 못했다. 실수를 했다"며 "누구의 부탁을 받거나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 행위제한 업무 협의라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공무원 출신 A씨는 "물론 업무가 많아 실수할 수도 있다. 시민들은 밖에서 조금만 들여다봐도 어디서 무슨 장난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훤하게 보인다. 그런데 유독 이강덕 포항시장에게만 보이지 않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건축을 하는데 부지의 용도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허가 협의 시 도시계획부서에서 챙겨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일이다"고 지적했다.
이 부지의 사업시행자는 현 시의원, 지역 건설업자 등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래 전부터 사업 추진을 위해 지구단위계획 조성에 공을 들인 것으로 소문이 나 복마전 의혹이 있었다.
또한 이번 정부합동감사 기간 중 건축주는 돌연 생활숙박시설 건축 허가를 자진 취하해 버려 배경에도 의혹의 눈길이 모인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지구단위계획 조성'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 계획을 변경하거나 해지해 계획관리지역 내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도시계획 입안은 극히 제한된 공무원들의 직무이자 권한이다. 일반 시민은 접근할 수도 없고 관여는 일도 생각하지 못한다. 이번 도시계획 비리 사건은 얼마나 토호세력들이 포항시 도시계획을 떡 주무르듯이 하고 있는 가를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도시계획에 관여할 수 있는 시의원의 권한과 포항시 고위공무원간의 유착관계로 의심의 눈길이 옮겨간다. 현재 용도 변경된 4층 생활숙박시설(풀빌라) 3개동은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벌써부터 이강덕 포항시장의 레임덕 현상으로 조직 장악력이 약화됐다는 말이 시청 안팎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달 경북도 종합감사에서 공공재산을 담당하는 직원이 공유재산을 매각하면서 허위서류로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20여억 원의 혈세를 착복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초상집 분위기다.
더군다나 포항시는 경북도 감사기간 중 적발된 사항을 자체 적발해 수사기관에 고발했다는 식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가 책임회피성 엉터리 수법이라며 뭇매를 맞았다. 그리고 전 직원 청렴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강도 높은 쇄신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정관리과장, 감사담당관, 자치행정실장 등을 보직 해임하는 액션을 취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많은 시민들은 포항시가 안고 있는 총체적 행정 부재를 어떻게 쇄신할 수 있을지, 이강덕 포항시장은 말로만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과물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나영조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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