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는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 또는 총수 일가가 부당한 계열사 내부거래 등을 활용해, 초과이익을 얻는 것을 일컫는다. 이 초과이익은 곧 회사나 일반 주주가 입는 손해다. 영문으로는 터널링(Tunneling)이라고 하는데, 총수 일가가 회사에 편법적인 터널을 뚫어서 부당한 초과이익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과징금, 시정조치, 나아가 형사고발 등의 제재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필요성과 특히 실효성에 대해서는 해야 할 논의가 많다. 몇 차례 보완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해왔고, 그만큼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나 터널링의 최종적인 수혜자는 당연히 총수 일가다. 다만, 총수 일가가 직접 계열회사와 거래를 하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 대부분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큰 회사가 직접적인 거래 당사자로서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큰 이익을 얻으면, 지배주주인 총수 일가에게 간접적으로 초과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다. 총수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회사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급격히 성장시킨 후 대규모 배당을 실시하거나, 상장을 통해 급격한 지분가치 상승을 시도하는 것이 여전히 전형적 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은 직접적인 거래 주체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일감 몰아주기의 최종적인 수혜자는 총수 일가이지만 실제로 과징금을 받는 것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총수 일가 역시 지분율에 해당하는 만큼의 과징금을 간접적으로 부담한다고 볼 수 있지만, 직접 과징금을 부담하는 것에 비할 수는 없다. 또한 다른 소수주주가 회사가 입은 과징금 손해에 대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공식적으로는 경영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등이 많아 그들의 책임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총수 일가가 직접적인 거래 당사자가 아니어도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하거나 ‘관여’했을 때 시정조치를 내릴 수는 있다(공정거래법 제47조 제4항, 제49조 제1항).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면 형사제재도 가능하다(동법 제124조 제1항 제10호). 그러나 단순히 시정조치만으로는 규제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나아가 현실적으로 공정위나 수사기관이더라도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하거나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즉, 일감 몰아주기가 이사회 차원의 논의도 없이 일상적인 거래처럼 이루어질 때가 많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입증이 요구되는 형사제재도 쉽지 않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태광그룹 사건에서 일감 몰아주기 ‘관여’에 대해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석을 내놓았다(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2두38113 판결). 대법원은 ‘관여’는 반드시 직접적인 지시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를 장려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관련 거래에 대한 보고를 받고서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승인했다면 관여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의미 있는 일감 몰아주기 고발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공정위가 직접적인 거래 주체 회사를 일감 몰아주기로 고발하는 경우, 총수 일가의 지시나 관여도 있었다면 원칙적으로 함께 고발하도록 하는 개정안이다. 지금까지는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총수 일가에 대한 고발 기준이 다소 추상적이었는데, 이를 명확하게 개정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처럼 대법원에서 유의미한 법리를 제시한 것이나, 공정위가 고발지침을 명확히 개정하려는 것은 입법 취지나 실효성에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태광 사건에서도 대법원 판결로 총수 일가의 관여 및 공정위 시정조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형사는 이미 불기소로 종결된 지 오래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고발지침이 명확히 마련될 경우 비록 최종적인 기소 여부는 검사가 결정하더라도 지침에 기반한 고발조치가 그대로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공정위는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에 따라 관여 행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심사지침 자체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최종적인 수혜자인 총수 일가에 대해 과징금이 직접 부과되지 않는 것은 커다란 입법적 미비다. 대기업집단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을 감안하다면, 현재는 과징금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한계는 먼저 법 자체를 개정해 실효성을 보완해야 한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