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부담 덜어” 조희대·홍승면 등 대통령실 후보군과 교집합 인사 낙점 가능성
이런 가운데 대한변협의 존재감이 다소 커질 수 있는 분위기다. 대한변협은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존중해 그동안 후보를 추천해 왔던 것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지만 이균용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5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일부 인물은 대통령실이 검증 중인 법조인과 중복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 반발을 고려해 대한변협이 추천한 후보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협 ‘입장 바꿔’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
10월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시작된 대법원장 공백 사태는 벌써 3주가 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변협(협회장 김영훈)은 10월 16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오석준 대법관(사법연수원 19기), 이광만 서울고법 부장판사(16기), 이종석 헌법재판관(15기), 조희대 전 대법관(현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13기),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18기) 등을 추천했다. 대한변협 측은 “전국 지방변호사회와 법조계 안팎에서 덕망 있는 인사를 추천받아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와 대한변협 사법평가위원회에서 논의한 끝에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은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과 국회 동의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24년 동안 후보를 공개추천 해오던 관례를 깨고 추천을 중단키로 했었다. 하지만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입장을 바꿔 5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다만 이 가운데 이종석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한변협 추천 이틀 뒤인 10월 18일 대통령실에서 차기 헌재 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제 4명의 후보군만 유효한 셈이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오석준 대법관은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1990년 임관해 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법 법원장 등을 역임하고 2022년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임명된 대법관이다. 법리에 해박하다는 평을 받고 있고, 2010년 서울지방변호사회 평가에서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희대 전 대법관은 대법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법 법원장 등을 거쳐 2014년 3월 대법관으로 임명돼, 2020년 퇴임했다. 현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데, 이미 한 차례 대법관을 해봤다는 점이나 법조계에서 신망이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이광만 부장판사는 대법 재판연구관,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부산지법 법원장, 수원고법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법리 해석에 있어 정평이 나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홍승면 부장판사는 1992년 서울민사지방법원을 시작으로 30여 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법원행정처 주요 보직을 역임했으며 10여 년 동안 재판연구원과 법관 등을 상대로 판례공보 스터디를 운영하며 법원의 재판역량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대통령실과 겹치는 후보군 중 낙점 가능성 높아
대통령실 안팎에서 거론되는 대법원장 후보군과도 겹치는 이들에 대해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대통령실 안팎에서 거론되는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군은 조희대 전 대법관,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다. 이 가운데 조희대 전 대법관,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겹친다.
대한변협의 추천이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법원 관계자는 “대한변협 추천 후보 중 낙점하면 법조삼륜 중 하나이자 법조인들의 시선에서 추천을 했다는 부분에서 정치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대통령실에서도 대한변협의 추천을 유의미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협의 인사 추천은 이미 효과가 입증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여당이던 민주당과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던 상황에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사법연수원 21기)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사법연수원 16기),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사법연수원 15기) 등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김진욱 선임연구관이 초대 공수처장으로 낙점됐는데, 대한변협 회장의 추천이었던 덕에 여야 모두 ‘합의점’에 이를 수 있었다는 평이 당시에도 나왔다.
여야 정쟁으로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 후 대법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최종 임명까지는 2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입장에서 대법원장 후보자가 두 차례 연속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피해야만 하는 시나리오다. 대한변협의 후보 추천이 대통령실 부담을 덜 수 있는 명분인 셈이다.
대한변협 측도 “16일 사법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심도 있게 논의한 내용을 종합해 대법원장 후보자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며 “정치와 여러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중립적인 입장에서 우리 사법을 신속히 정상화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대법원장 적임자를 추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걸테크 때문? 대한변협 반발
한편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대한변협 추천 후보에서 제외된 것을 놓고 ‘로톡 관련 입장을 드러낸 것이 문제가 됐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대한변협 측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강 부장판사가 평소 리걸테크 규제 완화를 주장해왔는데 로톡과 갈등 관계인 대한변협이 이 때문에 추천에서 배제한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나오자,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변협 검증도 통과 못한 후보가 국회 검증을 통과할 수 있겠냐”고 반발했다. 리걸테크 관련 입장 차이 때문에 후보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 셈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알릴 수 없지만 대한변협도 여러 루트를 통해 후보자 추천을 위한 정보를 모았는데 우리가 파악한 정보만으로도 국회 인사 청문회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싶어서 추천 후보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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