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감한 시민'에서 힘을 숨긴 기간제 교사 소시민 역을 맡은 배우 신혜선(34)은 "오랜 액션 로망의 꿈을 이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025/1698205362444546.jpg)
“제가 연기한 시민이는 진짜 무술머신이에요. 그런데 여자다 보니 운동한 남자를 이기려면 뭔가 힘을 쓰는 원리를 아는 친구여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걸 염두에 두고 무술감독님이 많이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사실 시나리오 설정에서 시민이는 복싱 유망주로 나오니까 저는 펀치 동작만 연습하면 될 줄 알았어요. 그랬는데 시민이 주 무기가 발차기더라고요. 상반신만 열심히 연습하다가 ‘이제 발차기 연습할게요’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절망감이 진짜…(웃음).”
먹고 살기 위해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세 가지 ‘척’으로 무장한 채 조용히 살아온 시민이 빽만 믿고 선 넘는 뻔뻔한 만행을 저지르며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학생 한수강(이준영 분)에게 선사하는 ‘정의의 180도 킥’은 예고편 공개 직후 가장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액션은 처음이라는 신혜선의 겸손 어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킥 각도에 그 신이 있기까지의 노력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에 신혜선은 그 공을 그가 출연했던 KBS2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에게 돌렸다.
![예고편으로 먼저 선보인 신혜선의 '180도 킥'은 공개 직후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025/1698205654271617.jpg)
화면으로 보이는 액션신은 완벽했지만 실제로 상대역인 이준영과 합을 맞춰야 할 때는 초보답게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는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사정없이 맞아야 하는 역할인 이준영을 ‘진짜로 때리게 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앞서 촬영 직전까지 긴장했다는 그를 오히려 이준영이 많이 다독여 줬었다고. 그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면서 점점 더 뻔뻔하게 주먹과 발을 휘두를 수 있었다는 게 신혜선의 이야기다.
“준영이가 맞는 역이다 보니 제가 많이 걱정했어요. 맞는 연기가 때리는 연기보다 훨씬 어렵잖아요. 심지어 저는 초보라서 타이밍을 못 맞추고 저도 모르게 진짜로 때려버리는 거예요. 그게 너무 걱정돼서 촬영 전에 ‘나 진짜로 때리면 어떡하지?’ 그랬더니 준영이가 ‘누나 괜찮아, 그냥 때려!’ 그래서 진짜로 때렸더니 굉장히 아파하더라고요(웃음). 처음엔 제가 많이 미안해 했는데 나중에 메이킹 영상을 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염치가 더 없어지는 거예요. ‘야, 내가 때린다고 기절 안 해!’ 이러면서(웃음). 너무 미안했습니다(웃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와 ‘마스크걸’ 등 유독 ‘쓰레기’ 같은 역할로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준영은 이 작품에서도 완벽한 쓰레기로 신혜선의 대척점에 섰다. 현장에서 ‘잘쓰’(잘생긴 쓰레기)로 불렸다는 이준영을 보며 신혜선은 캐릭터를 그대로 입은 것처럼 순수하게 연기하는 그의 경이로운 악역 연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유독 '쓰레기' 캐릭터를 많이 맡아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상대역 이준영에 대해 신혜선은 "저희 영화에서 가장 쓰레기 같다"고 자신했다. 사진=영화 '용감한 시민' 스틸컷](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025/1698205759360321.jpg)
이처럼 서사 없이 완벽한 악역을 눈앞에서 보고 나니 악역 연기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웃어 보였다.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 속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익숙했던 모습이 몇 겹의 장르물을 겪으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발현되고 있는 지금, 조금 더 여러 가지의 얼굴과 색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배우 신혜선의 바람이다.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숨 가쁘게 뛰어왔던 20대를 뒤로하고 30대의 언덕 중간에 오르면서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전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었다.
“30대가 되면 저를 더 잘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모르겠어요. 점점 더 고민하고 생각하는 게 많아지니까 사념 같은 쓸데없는 생각도 엄청 많아지고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그전엔 이런 생각을 안 하고 내질렀는데 이젠 걱정도, 조심성도 많아져요. 일적인 것도 20대 땐 조·단역을 했기 때문에 제 목표는 하나뿐이었어요. ‘주인공 한 번 해보자!’ 그래서 오히려 20대 땐 수입이나 이런 걸 떠나서 정신적으론 훨씬 더 맑고 편안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기에 몇십 년 동안 뚜렷한 하나의 목표가 있었는데 작게나마 이룬 뒤엔 다음 목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 거죠. 아직 명확하게 찾질 못해서 그냥 사는 대로 살고 있지만(웃음), 그걸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다 해보고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