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설계 부실 드러난 만큼 공동 책임” vs LH “시공 책임형 사업 방식”…보상안 지체로 입주예정자 ‘막막’
지난 4월 29일 인천광역시 서구 원당동의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내 신축현장에서 지하주차장 천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점검 결과 사고 원인은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에 따른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 관리 미흡, 공사 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 등으로 나타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입주예정자들의 불안이 커져갔고, 지난 7월 시공사인 GS건설은 아파트 단지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보상도 하겠다고 밝혔다.
전면 재시공과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밝힌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보상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아파트 발주처인 LH와 시공사인 GS건설이 붕괴사고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보상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7월 “자이 브랜드의 신뢰와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판단해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며 “입주 시기 지연에 따르는 피해에 대해 충분한 보상과 상응하는 비금전적 지원까지 전향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설계 부실 문제가 드러난 만큼 LH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GS건설의 입장이다.
반면 LH는 시공사가 설계에 참여하는 시공 책임형 사업 방식이기 때문에 GS건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한준 LH 사장은 “GS건설이 법상 계약서상 설계 책임을 지도록 분명히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병용 GS건설 대표는 “시공사로서 입주가 지연되는 부분에 대해 배상하고, LH는 시행사로서 계약 당사자인 입주자에게 배상하면 된다”고 밝혔다.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은 지체보상금, 주거지원비, 중도금 대위변제 등이 있다. 지체보상금에 대해 LH는 일부 선지급을 하고 GS건설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LH는 지체보상금 외에도 주거지원비, 중도금 대위변제에 대해서도 GS건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콘크리트 강도 부실 등 시공 관리 미흡으로 전면 재시공, LH와 협의 없이 GS건설 독자적으로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점, 재시공으로 인해 입주가 지연된 점을 들어 재시공 비용과 피해 보상은 GS건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LH는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가 발표했듯이 설계상 하자와 시공상 오류 등으로 인한 철근누락, 조경공사 설계하중 초과, 콘크리트 품질 저하 등에 따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건축학회의 검단아파트 정밀안전진단 결과 주거동 내벽의 압축 강도는 기준 대비 평균 80% 정도로 크게 미달됐고 17개 주거동 중 3개동이 재건축 아파트 수준인 D등급을 받았다. 붕괴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콘크리트 강도와 관련해서 GS건설 관계자는 “LH 쪽에서 다른 업체를 통해 콘크리트를 포함한 자재를 다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공 현장이다 보니 자재를 저희 쪽에서 별도로 사서 제공해드린 것도 아니고, 자재 구매 권한이 GS건설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LH관계자는 “콘크리트 압축강도 부족 사유는 순환골재 사용 등 재료적 요인보다 다짐 및 양생 미흡 등 시공 불량이 주요한 것으로 대한건축학회는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계구조 변경에 대해서도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GS건설은 2020년 10월 26일 사업계획서에 라멘 구조로 제안했고, LH는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무량판 구조와 라멘구조의 혼용 방식으로 도중에 설계가 변경됐는데, 변경된 구조에 대해 GS건설이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LH의 주장이다. GS건설은 설계 변경 과정에서 LH가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승인을 내줬다는 입장이다.
LH와 GS건설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면서 보상안 마련은 지체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예정자들이 입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올해 12월 입주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전면 재시공으로 입주가 5년이 늦어진 탓에 당장 거주지를 마련해야 한다. 급한 대로 월세를 구하거나 이자로만 200만 원가량을 내면서 다른 집에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혜민 인천검단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일반 민간 분양 아파트였으면 어느 정도 투자를 생각하시는 분들의 비율도 있었겠지만 공공분양이고, 특별공급 세대만 85%”라며 “3년 실거주의무가 있는 아파트라 다들 실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입주가 미뤄져서 입주예정자들 모두 막막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영 입주예정자협의회 부회장은 “입주예정이었던 아파트가 400 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일 만큼 셌고, 당첨된 분들이 점수가 다 높은 분들이라서 다른 곳에 청약을 넣었어도 됐을 분들”이라며 “LH라는 기업을 믿고 청약을 했는데 입주도 못 하고 보상도 못 받는 상황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LH와 GS건설이 사익을 따져가면서 네 탓 공방을 하기 바쁜데 그것보다 하루 빨리 보상안이 마련되는 데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입주예정자들은 앞서 GS건설이 제시했던 주거 지원 방안을 지적하기도 했다. GS건설은 입주예정자에게 ‘6000만 원 무이자 대출’과 ‘3000만 원 무이자 대출+7500만 원 유이자(주택도시기금 금리 적용) 대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보상안을 제시했다. 6000만 원 무이자 대출은 계약자들이 입주 때 치를 잔금 2억 1000만 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전제했을 때 인천 서구 평균 전셋값 2억 4000만 원과 차액 3000만 원에 여유금 3000만 원을 얹는 방식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입주예정자들은 가구당 평균 잔금 대출 7500만 원을 지고 있고, 검단 아파트 인근 전세 시세는 3억 원대로 인천 서구 평균보다 높기 때문에 보상안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혜민 회장은 “GS건설은 인천 서구 전체 전세가 기준으로 계산해 보상안을 제시했다”며 “입주예정이었던 검단아파트 단지 인근 주변의 시세를 반영해 보상안을 제시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지연 기간 동안 납부이자 경감을 위한 중도금 대위변제도 요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약속된 날짜에 주택을 인도받지 못해 중도금까지 부담을 해야 하는 것도 부당하기 때문에 대위 변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GS건설은 대위변제는 불가하며, 변제비용은 LH가 부담하라는 입장을 보인다.
현재까지 입주예정자들에게 확정된 보상안이 전달된 것은 없다. 재시공 비용, 보상비용 분담 등에 대해 LH와 GS건설이 책임 공방을 하고 있어 재시공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재시공 기간은 5년 정도라고 하지만 재시공이 시작되는 날부터 5년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 빨리 협의가 마무리 돼야 입주도 더 늦어지지 않는다. 정혜민 회장은 “시간을 계속 지체할수록 입주예정자도 LH와 GS건설도 손해가 커지는 일이니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보다 먼저 피해자들 구제에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명기 사단법인 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부회장은 “현재 당장 거주지나, 대출 등으로 가장 피해를 받으신 분들은 입주예정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 이상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LH나 GS건설 중 한쪽에서 먼저 보상을 한 후에 서로 책임에 대해 논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는 “LH와 계속 보상안 관련해서 협의 중에 있고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전면 재시공에 대해서는 “GS건설에서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을 때 LH에서 반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전면 재시공을 반대했다면 그에 대한 입장을 냈을 것”이라고 전했다.
LH 관계자는 “정부 중재하에 문제해결을 위해서 양사가 협의 중”이라며 “GS건설에서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LH에 입장을 전달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S건설이 전면재시공을 발표할 당시에는 GS건설이 모든 비용을 보상한다고 하고, 입주예정자들도 원하셔서 그 결정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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