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등 월드스타 ‘코리아 패싱’ 불가피…리모델링 돌입 잠실 주경기장은 ‘야외’ 한계도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이 리모델링에 돌입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회당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스타들이 이 무대에 섰다. 국내 가수 중에서는 조용필, 서태지, 방탄소년단(BTS), 아이유, 싸이 등에게만 허락됐던 무대다. 하지만 지난여름 싸이의 공연을 끝으로 리모델링 작업이 시작됐다. 해외 뮤지션 중에서는 브루노 마스가 마지막으로 공연했다.
통상 이런 스타들은 2회 정도 공연을 진행한다. 약 10만 명의 관객을 만날 수 있다. 공연장의 규모가 큰 만큼, 이에 걸맞은 무대 세팅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인력도 대거 투입된다. 특히 내한 아티스트의 경우 전담 공연팀과 스태프가 동행한다.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각종 설비까지 고려하면 10만 명 정도를 동원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결국 이 정도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다면 사실상 한국을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외에 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서울 공연장은 1곳 더 있다. 바로 상암월드컵경기장이다. 실제로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미국 빌보드 핫100에서 2위까지 오르며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던 때인 2013년, 여기서 5만 명을 동원하는 공연을 진행했다. 2016년 8월에는 빅뱅이 같은 장소에서 6만 5000명을 모았다. 당시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였다.
하지만 이후 상암월드컵경기장은 더 이상 대중 가수에게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잔디 훼손’이 그 이유였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은 평소 국내 프로축구 K리그 FC 서울의 홈구장이고 국가대표 A매치가 열리는 잔디 구장이다. 5만 명이 넘는 관객을 수용하기 위해 그라운드 스탠딩석을 열어야 하는데, 이때 잔디가 훼손될 수밖에 없고 향후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 등 악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4월에 시축자로 나선 가수 임영웅이 댄서 전원과 함께 축구화를 신고 축하무대를 꾸며 칭찬받기도 했다.
예외적 사례도 있다. 8월에 각종 논란이 불거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바로 이곳에서 열렸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치러졌지만 이후 잔디 훼손이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현재 대안은 두 곳이다. 약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돔과 1만∼1만 5000명까지 관람할 수 있는 KSPO돔(옛 올림픽 체조경기장)이다. 하지만 고척돔은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이기 때문에 가용 범위가 좁다. 비시즌인 겨울에는 활용 가능하지만, 프로야구가 진행되는 4∼10월에는 대관 자체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접근성이 높은 KSPO돔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가요계에서는 “KSPO돔을 채우는 것보다, KSPO돔을 빌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또한 시야제한석을 제외하면 1만 명 정도를 앉히는 것이 적당하기 때문에 공연 회차를 늘릴 수밖에 없고, 그만큼 대관 기간이 길어져 KSPO돔을 빌릴 수 있는 아티스트의 숫자는 줄어든다.
최근에는 가수 김동률이 4년 만에 공연을 열며 KSPO돔에서 2주에 걸쳐 6회 공연을 진행했다. 27일부터는 2주 동안 임영웅이 6회 공연을 연다. 결국 한 달간 국내 가수 2명에게만 허락된 셈이다.
간간이 내한 스타들도 KSPO돔을 찾고 있다. 김동률과 임영웅의 공연 사이, 한 주간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가 이 무대에 섰고, 샘 스미스는 주중 공연을 택했다. 물론 만석을 기록했지만, 주말 공연이었다면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외곽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9월 한국을 찾은 미국의 팝스타 포스트 말론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1전시장에서 공연을 열었다. 4홀과 5홀을 통합해 총 3만 석 규모였다. 하지만 전용 공연장이 아니기 때문에 공연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지역 특성 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테일러 스위프트나 콜드플레이 같은 슈퍼스타들이 월드 투어를 계획하면서 한국을 제외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10월 초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성수문화예술마당을 열었다. 2022년 8월 공장이 철거된 이 자리를 향후 2년 동안 공연 무대로 쓴다. KSPO돔과 비슷한 규모로 최대 1만 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시적이다. 또 공연을 위해 지어진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공연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이르면 2026년부터 활용할 수 있다. 당분간 대규모 공연장 공백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야외 공연장이기 때문에 4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계절적 영향을 받게 된다. K팝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일본 도쿄돔처럼 날씨에 관계없이 대규모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을 증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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