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취재 결과,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지난 7월 13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인천 물류센터 세 곳의 산재보험 사업종류 변경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인 인천지방법원과 마찬가지로 쿠팡 물류센터의 사업종류를 사업서비스업에서 육상화물취급업으로 바꾼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보다 넉 달 전엔 정반대 2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제1-3행정부는 지난 3월 7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서울, 인천, 대구 등 물류센터 세 곳의 산재보험 사업종류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 손을 들어줬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뒤집고 쿠팡 물류센터의 사업은 육상화물취급업에 해당해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또 다른 2심도 진행 중이다. 수원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쿠팡의 경기도 이천, 광주 등 물류센터 두 곳의 산재보험 사업종류와 관련한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을 오는 11월 8일 연다. 앞서 수원지방법원 1심은 2022년 12월 8일 쿠팡 물류센터의 사업은 육상화물취급업으로 볼 수 없다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손을 들어줬다.
소송이 벌어진 건 근로복지공단이 쿠팡 물류센터의 사업종류를 변경하며 2017년과 2018년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산재보험료 납부액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업서비스업 산재보험료율은 2017년 1%, 2018년 0.9%였다. 이에 비해 육상화물취급업 산재보험료율은 2017년과 2018년 모두 2.8%였다. 2019년부터는 사업서비스업과 육상화물취급업의 산재보험료율이 0.8%로 같아졌다.
소송의 발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2019년 3월 서울, 인천, 대구 등 물류센터 세 곳의 산재보험 사업종류를 육상화물취급업에서 운수부대서비스업으로 바꿔 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반려했다. 그러자 쿠팡 측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또한 기각됐다. 2020년 8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쿠팡 물류센터의 사업은 육상화물취급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쿠팡 측 입장에선 행정심판 청구가 오히려 독이 됐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판단에 따라 2021년 1월 근로복지공단은 쿠팡 전국 모든 물류센터의 사업종류를 육상화물취급업으로 변경해 소급 적용했다. 이에 따라 사업종류가 사업서비스업, 운수부대서비스업 등이었던 다른 물류센터의 사업종류도 육상화물취급업이 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따른 산재보험료 추가 납부도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통보했다.
결국 쿠팡 측은 법정으로 향했다. 쿠팡 측은 "전통적인 물류센터의 핵심 가치는 상하차 및 분류에 있지만 쿠팡 물류센터는 고객 주문에 따라 물품을 효율적으로 집품 및 포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쿠팡 물류센터에서 하는 포장작업은 중량물 취급이 거의 없어 육상화물취급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집품 및 포장을 담당하는 인원이 상하차 및 분류를 담당하는 인원보다 많은 점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쿠팡 물류센터는 판매 상품을 미리 확보해 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택배 물류센터와 차이가 있다. 이는 쿠팡의 빠른 배송 비결이기도 하다. 기존의 온라인 쇼핑에선 고객이 상품을 주문한 이후 택배회사가 판매자로부터 포장된 상품을 받아왔다. 그렇게 물류센터로 모인 상품들을 배송지별로 분류한 뒤 고객에게 배송이 이뤄졌다.
이에 비해 쿠팡 물류센터는 창고 역할까지 한다. 쿠팡에선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물류센터에 보관 중이던 상품을 꺼내와 포장한 뒤 고객에게 배송한다. 고객 입장에선 상품이 판매자로부터 물류센터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배송시간이 단축되는 셈이다(관련기사 ‘로켓그로스’ 로켓 파워…쿠팡발 택배업계 지각변동 예고).
법정 분위기는 반전됐다. 쿠팡 측은 서울행정법원, 인천지법, 수원지법 1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사업은 입고된 상품을 효율적으로 보관, 관리하고 주문에 따라 신속하게 집품해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있는 상태로 포장하는 것을 주안에 둔다"며 "상하차 작업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사업에서 주된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부분의 공정에 컨베이어 벨트나 자동화 설비가 갖춰졌다는 점에서 육상화물취급업과 같은 정도의 재해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 중 첫 번째로 나온 판결에선 정반대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제1-3행정부는 지난 3월 7일 앞서의 서울행정법원 제8부의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서울고법 제1-3행정부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사업의 핵심은 물건의 들고 나감에 관한 물류업무"라며 "물류업무의 본질에 비춰보면 집품과 포장 업무 등은 물류업무를 보조하기 위한 부수적인 업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작업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어서 재해 발생률이 낮다고 주장하나, 물류센터 곳곳 컨베이어 벨트에 신체 일부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며 "작업자가 높은 곳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물품을 진열·집품하다 추락하는 사고, 물품을 다루다 손이나 발을 찍히거나 허리를 다치는 사고, 적재된 박스·물품이 무너지는 사고나 지게차와 사람이 충돌하는 사고 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2심에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2심 중 두 번째로 나온 판결은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지난 7월 13일 근로복지공단의 인천지법 1심 판결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모회사 쿠팡은 승소해 산재보험료율 낮췄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모회사인 쿠팡 또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끝에 산재보험료를 적게 책정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쿠팡은 과거 산재보험 사업종류 변경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쿠팡은 최종 승소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쿠팡(당시 회사명 포워드벤처스)의 여러 배송캠프에 대해 본사와 사업장을 분리해 신고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배송캠프의 사업종류를 전자상거래업(2015년~2016년 보험료율 0.9%)에서 소형화물운수업(2015년 보험료율 2.3%, 2016년 2.8%)으로 변경 처분했다. 쿠팡 배송캠프는 물류센터에서 출고된 상품이 고객에게 배송되기 전 모이는 거점이다.
쿠팡은 2016년 4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배송캠프는 쿠팡의 최종적 사업목적을 위해 본사와 유기적으로 결합돼 단일한 전자상거래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본사와 배송캠프는 판매행위의 일부를 분리된 장소에서 나누어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2017년 3월 31일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쿠팡의 사업목적은 물품 판매이지 화물 운송이 아니"라며 "전자상거래업과 같은 보험료율을 적용받는 계약배달판매업엔 신문, 학습지, 우유 및 요구르트 등 배달판매업과 화장품 등 방문판매업이 포함돼 있다. 판매에 부수한 배달업무를 하는 다른 사업과 달리 쿠팡의 경우만 배송업무 부분을 분리해 별도의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이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배달의민족 2년 연속 산재 발생 1위 불명예 까닭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이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2년째 연속 산업재해 발생 1위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신청된 산업재해 건수는 1만 9811건. 산업재해가 가장 많은 사업장은 우아한청년들이었다. 우아한청년들 소속 노동자가 신청한 산재 급여 및 유족 급여 신청은 총 1319건이었다. 이 가운데 1278건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2022년에도 산업재해 승인 1837건으로 전체 기업 중 1위를 기록했다. 우아한청년들의 산재 승인 건수는 2018년 31건, 2019년 163건, 2020년 376건, 2021년 941건으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15년 차 전업 배달 라이더이자 '유튜버 정조' 채널 운영자 조정수 씨(36)는 "배달의민족이 다른 배달 플랫폼에 비해 배달원에게 수수료를 더 지급한다. 그래서 라이더들이 해당 플랫폼에 많이 종사한다"며 "다른 플랫폼에 비해 배달의민족이 더 친(親) 라이더 성향이기 때문에 산재 신청이 많은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모든 배달원은 산재보험이 가입된 상태"라고 말했다. 회사와 라이더가 절반씩 보험료를 내는 구조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장 내부에서 산업재해를 감독하는 다른 업종과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라이더들을 온전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국내 유일 이륜차 교통안전 전문 기관인 배민라이더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배달서비스 공제조합(국내 배달 플랫폼 9개 사 참여 조합) 출범에 앞장서는 등 사고 예방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달 플랫폼 요기요도 산재보험 의무가입으로 배달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쿠팡이츠는 올해 6월 이전까지 전속성 요건이 있었다. 전속성 요건이란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소득이 116만 4000원 이상이거나 근무 시간이 97시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7월 이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이 폐지됐다. 이에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도 자동으로 산재보험에 가입된다.
배달 플랫폼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라이더의 열악한 업무 환경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이 2022년 12월 배달라이더 2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업 배달라이더는 주당 평균 57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람 라이더유니온 정책국장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배달 건수와 수입이 많이 줄어들게 됐다"며 "라이더들은 소득 보전을 위해 무리하게 운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고 밝혔다.
김종민 배달플랫폼노동조합 기획정책실장도 "목표 소득을 의식하다가 더 일하다 보니 육체적 피로가 쌓이고 이에 따라 사고 위험이 커진다"며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기본 배달료를 올려서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근로 시간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