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추세를 봐도 묘수라고 판단된다. 여기서 세계적 추세라고 한 이유는, 외국 계통의 내국인이 정치에서 중책을 맡는 경우가 요사이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국이라고 할 수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인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국적이 중요하지 인종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집권 여당도 외국계 한국인을 당의 혁신기구 수장에 앉혔으니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는 행보라고 평가할 만하다. 또한 그가 순천에서 태어났다는 점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영남당’이라는 라벨이 붙은 국민의힘으로서는 순천 출신 인사를 발탁함으로서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그동안 잠잠했던 ‘서진 정책’을 다시금 가시화하려 한다는 의미 부여도 가능하게 됐다. 이제 여론의 관심은 인 교수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국민의힘을 쇄신할 수 있을까에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정치적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자칫 기성 정치권에 휘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경험이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 정치를 쇄신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판의 논리에 충실한 정치인들은 생각이 복잡해 오히려 쇄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판의 생리를 잘 아는 것보다는 쇄신을 위한 뚝심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오히려 ‘참신한 시각’으로 쇄신을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혁신에는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에 뚝심이 필요한 이유는 혁신의 과정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뚝심이 부족한 사람은 이런 갈등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갈등이 있으면 당당하게 부딪히며 자신의 쇄신 의지를 굽히지 않는 뚝심이 필요한 것이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인 위원장에게 기대할 것은 한국 정치판에 대한 해박한 논리나 경험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열정과 이를 위한 뚝심의 발휘라는 것이다. 인 위원장이 이런 열정과 뚝심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안고 있는 한계도 있다. 일단 혁신위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가 불분명하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공천룰도 혁신위가 손을 댈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혁신위가 만들고 제시하는 안(安)을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에 존재했던 각 정당의 혁신위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당의 지도부가 혁신위의 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혁신위가 공천룰에 손을 대 혁신적으로 바꾸려 한다고 하더라도, 지도부가 참고만 하면 아무런 변화도 나타날 수 없고 이렇게 되면 혁신위는 ‘실패한 혁신위’가 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인요한 혁신위는 자신들이 내놓은 혁신안을 반드시 수용하겠다는 ‘공개 약속’을 지도부로부터 받아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천룰에 손을 댈 경우 이해관계가 걸린 정치인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데, 이런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기술과 힘’이 필요하다. 이런 힘의 동원을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즉, 여권은 인 교수에게 권한만 주지 말고 쇄신 관철을 위한 ‘힘의 지원’도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 교수와 같이 국민의힘 내부에 뿌리가 없는 경우는 이러한 도움이 더욱 필요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자신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눈앞의 손해가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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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