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추세를 봐도 묘수라고 판단된다. 여기서 세계적 추세라고 한 이유는, 외국 계통의 내국인이 정치에서 중책을 맡는 경우가 요사이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국이라고 할 수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인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027/1698374178265359.jpg)
‘영남당’이라는 라벨이 붙은 국민의힘으로서는 순천 출신 인사를 발탁함으로서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그동안 잠잠했던 ‘서진 정책’을 다시금 가시화하려 한다는 의미 부여도 가능하게 됐다. 이제 여론의 관심은 인 교수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국민의힘을 쇄신할 수 있을까에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정치적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자칫 기성 정치권에 휘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경험이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 정치를 쇄신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판의 논리에 충실한 정치인들은 생각이 복잡해 오히려 쇄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판의 생리를 잘 아는 것보다는 쇄신을 위한 뚝심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오히려 ‘참신한 시각’으로 쇄신을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혁신에는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에 뚝심이 필요한 이유는 혁신의 과정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뚝심이 부족한 사람은 이런 갈등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갈등이 있으면 당당하게 부딪히며 자신의 쇄신 의지를 굽히지 않는 뚝심이 필요한 것이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인 위원장에게 기대할 것은 한국 정치판에 대한 해박한 논리나 경험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열정과 이를 위한 뚝심의 발휘라는 것이다. 인 위원장이 이런 열정과 뚝심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안고 있는 한계도 있다. 일단 혁신위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가 불분명하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공천룰도 혁신위가 손을 댈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혁신위가 만들고 제시하는 안(安)을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에 존재했던 각 정당의 혁신위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당의 지도부가 혁신위의 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혁신위가 공천룰에 손을 대 혁신적으로 바꾸려 한다고 하더라도, 지도부가 참고만 하면 아무런 변화도 나타날 수 없고 이렇게 되면 혁신위는 ‘실패한 혁신위’가 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인요한 혁신위는 자신들이 내놓은 혁신안을 반드시 수용하겠다는 ‘공개 약속’을 지도부로부터 받아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천룰에 손을 댈 경우 이해관계가 걸린 정치인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데, 이런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기술과 힘’이 필요하다. 이런 힘의 동원을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즉, 여권은 인 교수에게 권한만 주지 말고 쇄신 관철을 위한 ‘힘의 지원’도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 교수와 같이 국민의힘 내부에 뿌리가 없는 경우는 이러한 도움이 더욱 필요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자신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눈앞의 손해가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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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