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었던 트렌스젠더? 성전환 수술도 믿기 어려워…시그니엘 거주 배경과 남현희와의 관계도 의혹
첫 번째 미스터리는 전청조 씨의 성별이다. 전 씨는 판결문에서도 남자 행세를 했다가 여자 행세를 하는 등 성별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월 26일 남현희 씨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전 씨를 스토킹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전 씨 성별의 실마리는 드러났다. 전 씨는 이날 오전 1시 9분쯤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남 씨의 부모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에 걸쳐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전 씨의 성별은 주민등록상 뒷자리가 '2'로 시작하는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현희 씨는 인터뷰를 통해 “전청조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며 “교제 전부터 알고 있었고 과거에는 여자, 지금은 남자”라고 했다. 이어 전청조 씨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 주민등록증, ‘2’로 시작하는 주민등록증을 각각 한 개씩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현희 씨가 임신 가스라이팅을 폭로하며 전 씨의 성별은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남 씨는 “전창조가 준 임신테스트기만 두 줄이 나왔다. 전부 두 줄이 나오니 (임신) 확률이 높겠구나 했다. 집(친정)에 와서 가족들한테 테스트기 결과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더니 ‘테스트기를 네가 직접 샀느냐’고 묻더라. 생각해보니 모두 전청조가 준 테스트기였고 매번 포장지가 없는 상태였다. 동생이 가져다 준 테스트기로 검사를 했더니 한 줄이 나왔다”고 말했다.
전청조 씨가 건넨 임신테스트기는 모두 만우절 선물용 가짜였다. 남 씨는 여성이 성전환 수술을 해도 정자가 생기는 것이 아닌데 임신 가능성을 왜 믿었느냐는 질문에 “나도 이상해 산부인과에 가서 진단을 받으려고 했는데 (전청조가) 계속 못 가게 막았다. 전청조가 책임지겠다며 같이 살고 싶다고 했다”고 답했다.
전 씨 동창들의 제보나 경찰 신원조회 결과를 봐도 전 씨는 여성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현희 씨 주장에 따르면 현재 전 씨의 성별은 ‘남성으로 성전환한 여성’이다. 하지만 성전환 수술 자체가 거짓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포털에 트랜스젠더 유튜버 ‘노네임’이라고 자신을 밝힌 사람의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는 “5월쯤 전청조에게 후원 연락이 왔고 자기의 학생이 성별 정정을 한다며 접근했다”며 “성별 정정을 하기 위한 서류와 필요한 수술 등을 자세히 알려달라고 했다. 약속했던 후원은 미루다 없어졌고 어느 날 남현희 선수를 보여줬다. 일반인은 못 끼는 새로운 투자사업에 특별히 껴주겠다고 1000만 원가량 투자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유튜버에 따르면 전 씨가 “여자친구랑 성관계는 어떻게 하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남 씨와 전 씨가 처음 만난 시점이 지난해였고 남 씨는 전 씨의 성별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올해 5월 트렌스젠더라면 알 수 있는 사실들을 전 씨가 물어보고 다녔다는 점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 역시 전 씨가 입증해야 할 의혹이다.
두 번째 미스터리는 전 씨가 어떻게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에 신혼집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다. 10월 26일 유튜버 ‘구제역’은 ‘남현희 전 연인 전청조가 61만 원 못 갚아서 신용불량자 된 사연’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불과 4년 전 신용불량자였던 전 씨가 70억 원이 넘는 집에서 거주하게 된 셈이다. 시그니엘은 단기임대로 따져도 현재 가장 저렴한 매물이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500만 원 수준이다.
전 씨가 시그니엘에 사는 비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판결문에서도 나왔듯이 전 씨는 사기로 건네받은 돈을 대부분 기존 채무를 변제하거나 생활비로 사용했다. 적어도 2019년까지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그니엘에 살면서 남 씨에게 벤틀리 자동차와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는 사실을 쉽게 믿기는 어렵다. 전 씨가 ‘재벌 3세’로 스스로를 포장하기 위한 모든 돈을 사기 등의 범죄로 마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전청조 씨는 남현희 씨와 교제하면서 남 씨의 명성을 통해 주변인들에게 사기를 벌여왔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전 씨가 남 씨와 함께 거주했던 ‘시그니엘 서울’ 주민들도 전 씨에게 투자 제의를 받았고 일부는 거액을 건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튜버 ‘로알남’은 10월 25일 ‘저는 전청조의 실제 지인입니다. 양심 고백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6월 초 전 씨가 자신에게도 투자를 제안하며 접근했고 내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에게 은행 앱을 켜서 51조의 예금 잔고가 들어있는 걸 보여주는 등 부를 과시하며 모두 8억 정도의 금액을 투자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미스터리는 남현희 씨다. 향간에는 전청조 씨가 대단한 사기꾼인 것일 수도 있지만 남 씨가 공범으로 사기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현희 씨는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불만을 토로하며 “개인사업자로 답답할 뿐이다.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 은퇴한 펜싱 후배 선수들의 지원, 일자리 창출 등을 생각하면서 아카데미를 연 것인데, 지금은 이 친구들의 급여 문제와 월세, 펜싱을 지도하고 싶고 알리고 싶은 시스템이 모두 다 정지가 됐다”며 자금난을 호소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7월 남 씨가 운영하는 펜싱 아카데미가 구설에 오르는 위기도 찾아왔다. ‘남현희 인터내셔널 펜싱아카데미’ 소속 코치가 미성년자 2명을 상대로 한 성범죄에 대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남현희 씨는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피해 학생과 단둘이 한두 번 정도 얘기를 나눴다. 코치가 만지고 뭐 했다고 하더라. 근데 난 이게 피해 학생에게 들은 얘기고 정보가 없지 않냐”고 했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놓은 대답이었지만 이후에도 남 씨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청조 씨의 2차 가해를 방조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전청조 씨는 학부모 간담회에서 “B랑 (코치가) 뽀뽀하고 안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 한 가지 더 있다”며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학부모들 앞에서 피해 학생들의 실명과 사건 내용을 거론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현희 씨가 전청조 씨의 실체를 깨닫기 시작한 시점은 10월 25일로 전해진다. 남 씨는 여성조선 인터뷰에서 “전청조에게 완전히 속았다”며 “25일 오전 업무 미팅으로 시그니엘에 온 사람들이 ‘저희 (전청조) 대표님한테 감독님 이름 믿고 투자했어요’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남현희 씨에게는 일종의 '딜레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디스패치가 보도한 시그니엘 앞에서 남 씨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성남시 부모 자택에 도착한 남 씨는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 씨는 “너무 힘들다. 전 씨가 더는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스토킹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고 한다.
여기서 두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먼저 남현희 씨가 절박한 상황 속에서 전청조 씨의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갔을 수 있다. 개인사업자로 운영난을 겪는 남 씨가 재벌 3세라는 전청조 씨의 부와 선물공세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전 씨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남 씨가 인터뷰와 전 씨 석방 후 신변보호 조치 등을 통해 전 씨와 선을 긋는 모습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전 씨가 자신의 목소리를 위장하며 1인 4역을 해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남 씨의 피해자로서의 입지가 더욱 확보되고 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남현희 씨가 의도적으로 전 씨의 사기 범죄에 가담했을 수도 있다. 남 씨가 본인의 이름을 빌려준다면 전 씨의 사기 범죄 규모도 키울 수 있고 난이도 역시 내려간다. 아직 이와 관련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사실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남 씨가 피해자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기자 대행 알바 사건’이 근거다. 10월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현희 전청조 재벌3세 사기 결혼 사기 증거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로 용돈벌이를 해왔다는 작성자 A 씨는 “올해 1월 22일 역할 대행 알바 건으로 기자인 척 인터뷰를 요청하는 역할을 의뢰받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남현희와 전청조, 2명의 지인이 고급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있었고, 본인의 역할은 다가가서 갑자기 재산 관련 질문을 하며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A 씨가 공개한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대본에는 기자 대행이 식사 중인 대표님(전청조)에게 접근해 인터뷰를 요청하는 상황이 담겼다. 기자 대행은 “파라다이스 회장님과는 어떠한 관계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자산의 출처가 뉴욕에 얼굴 없는 회사의 CEO가 맞으시냐” “같이 계신 분 혹시 남현희 씨 아니냐” 등의 질문을 해야 했다.
게시글에는 “남현희와 식사자리에서 고용한 기자역 알바가 접근해서 이거저거 물어본다는 콘셉트였구먼” “이거 만약 진짜면 역대급이겠다. (남현희를) 작정하고 속인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렸다. 남 씨를 속이기 위한 전 씨의 자작극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 것이다.
이 사건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남현희 씨를 용의선상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남 씨와 전 씨가 동행했던 자리에 2명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신원미상의 2명을 속이기 위해 남 씨와 전 씨가 모의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제2의 낸시랭 사태’로 불리며 배신감과 당혹감이 컸을 남현희 씨에게 섣불리 공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남 씨를 공범으로 볼 근거도 충분치 않다. 결국 모든 미스터리는 경찰 조사에 이후에나 조금씩 풀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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