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에이스 ‘송·고·강’ 나서, 수사 대상 언론사만 벌써 5곳…그 배후로 민주당 겨눌 가능성
지난 검찰 인사에서 유임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또 반부패수사3부에서 1부로 자리를 옮겨 ‘유임’이나 다를 바 없는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이 수사를 맡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 ‘송·고·강’이 투입된 이번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이 윤석열 정부 2년 차 검찰의 핵심 사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임시킨 에이스들 투입된 사건
지난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라인은 사실상 모두 유임됐다. 승진이 점쳐졌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된 데 이어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도 승진이 아닌 유임이 결정됐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수사의 연속성을 고려한 인사로 풀이된다. 이어진 중간간부 인사에서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은 반부패수사1부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1년 차에 굵직한 검찰 특수수사를 주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검사사칭 공직선거법 사건 위증교사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 사건, 대장동 50억 클럽 사건 등의 수사를 함께했다.
검찰 측은 수사 및 공판의 연속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당연히 ‘승진’이 점쳐졌던 이들이 모두 유임된 것을 놓고, ‘믿는 사람만 믿는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리고 인사 직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의 수사 대상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언론사들이 보도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송경호과 고형곤, 강백신은 특수수사 역량이 검증된 사람들이고 가장 에이스로 평가받는 이들이 서울중앙지검에 남는다는 것은 이미 인사 1~2주일 전부터 얘기가 나왔었다”며 “유임을 윗선에서 결정했다면 인사 전에 윗선에서 ‘앞으로 맡게 될 역할’을 설명해줬을 것이고 그런 부분들을 미리 준비해 왔기에 인사 직후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뉴스타파에서 시작해 경향신문까지
이번 사건의 수사 시작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허위 인터뷰 의혹이었다. 해당 인터뷰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였던 조우형 씨 관련 검찰 수사를 무마해 줬다는 내용이었다. 대선 투표를 사흘 앞두고 송고된 기사였는데, 신 전 위원장은 인터뷰를 해주고 김만배 씨로부터 책값 등을 대가로 억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 보도를 선거 직전 내보낸 언론사는 MBC와 KBS 등도 있었지만 검찰은 뉴스타파와 JTBC만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대통령실에서 ‘엄중한 선거 개입’이라고 지적한 뒤, 검찰의 대응은 확대됐다. 특수팀까지 출범시켰는데 중앙지검 측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유사한 내용의 허위 보도와 관련 고발 등이 이어져 민의를 왜곡하는 시도를 했다”며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농단한 중대 사건을 신속·엄정하게 수사해 전모를 규명할 것”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 특수팀은 뉴스타파와 JTBC, 리포액트에 이어 최근 경향신문과 뉴스버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수사를 대선 직전 보도에서 2021년 10월 보도까지 확대한 것이다. 곧 리포액트에서 해당 보도를 내보낸 기자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2021년 10월은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시점이었는데,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됐었다. 당시 이 대표 측은 의혹을 부인하며 대장동 사건의 배후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을 지목했고, 동시에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무마 의혹 보도를 근거 삼아 ‘윤 대통령이 몸통’이라고 반발했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 무마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들이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인지하고도 보도했다고 판단하고 경위를 파악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민주당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리포액트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화천대유 TF)’ 위원장이자 친명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의 개입 가능성을 적시한 것. 검찰은 영장에 “제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한테 정리 싹 해서 한번 만들어 보겠다. 조금 더 정리되고 나서. 거대한 구악과의 싸움 케이스”라는 김 의원의 발언 내용을 적시했다. 김 의원의 보좌관인 최 아무개 씨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는데, 수사가 언론사를 넘어 민주당을 겨눌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언론 ‘자유’ 건드릴 우려, 과도한 수사 비판도
통상적으로 언론 보도 관련 명예훼손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라인이 아니라, 일반 형사부에서 맡는다. 하지만 가장 에이스들이라고 평가받는 반부패수사1부가 동원된 탓에 ‘기소’를 염두에 둔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언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각종 오보 의혹 제기에 대해 검찰 고발 등 수사를 요청했지만, 당시에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등 언론 사건을 다루는 곳이 사건을 맡았다.
과도한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단순 오보 가능성이 있는 경우까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 취재 과정에서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취재 자료를 왜곡한 정황이 드러난 경우 보도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입증은 ‘해석’의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 보도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보도가치가 큰 의혹인지, 의혹을 제기해야 할 만큼의 근거나 증거가 충분한지,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알려야 하는 사안이자 시기라고 생각하는지는 철저하게 언론사 각각의 판단의 영역”이라며 “같은 증거를 놓고도 서로 다른 가치의 판단을 할 수 있기에 반부패수사부는 기소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경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게는 유리한 점도 있기에 수사는 장기전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의 법조인은 “선거를 앞두고 마타도어 등 정치권과 결탁한 음모론 성격의 의혹보도가 난무하는데 이번 수사를 통해 근거 없는 음모론 제기가 제한될 수 있기에 득이 많은 수사”라며 “언론사 배후에 정보를 흘려준 곳이 민주당이라는 것만 입증한다면 왜 송경호과 고형곤, 강백신을 왜 투입했는지가 명확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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